서울시 위탁 운영, 거리 청소녀들을 위한 진료와 상담 병행

▲ 서울 서교동에 자리 잡은 위기 청소녀 건강지원센터 ‘나는 봄’ ⓒ문양효숙 기자

성매매 피해자 지원활동을 펼쳐 온 막달레나공동체(대표 이옥정)가 가출과 성매매 등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녀들을 위한 건강지원센터 ‘나는 봄’을 열었다. 막달레나공동체는 지난 7월 서울시로부터 센터 운영을 위탁 받았고, 마포구 서교동 늘푸른여성지원센터를 리모델링했다.

26일 오후 2시에 열린 개소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 신경림 새누리당 의원, 여성 및 청소년 시설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개소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번의 가출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해 다시 희망을 갖고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이 일을 위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아울러 시장이 되기 전부터 존경해 마지않던 이옥정 대표님께서 운영하신다시 더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 개소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해 다시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양효숙 기자

센터는 산부인과, 내과, 치과 진료와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진료실과 상담실을 갖췄다. 또한 오랜 거리 생활로 제대로 먹고 씻지 못한 청소녀들을 위해 간이식사 바(bar), 샤워 및 세탁실, 안정실 등도 마련했다. 전문의와 간호사가 요일별로 정기적으로 근무하고, 산부인과, 치과 등 5개 병원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했다. 중대한 질병이거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협력병원에 연계해 무료 검진과 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며, 자원봉사 의료진과 함께 주말과 야간에 이동치과버스를 운영하고, 찾아가는 의료상담, 진료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건강지원센터 ‘나는 봄’ 백재희 소장은 “현재 가출 청소년들은 쉼터를 통한 단순 병원 연계, 의료비 지원 등이 가능하지만, 수치심과 낙인, 몸에 대한 무지함 등으로 많은 아이들이 의료 서비스 이용을 기피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여자 아이들은 성매매에 많이 노출되는데, 성병에 걸려도 병원에 잘 안가요.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죽지는 않으니까’ 하고 마는 거죠. 게다가 아이들이 진료 받을 때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가출한 아이들은 그게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더 병원에 안 가고, 그러다보니 몸이 망가지죠. 산부인과 진료만 시급한 게 아니에요. 폭식하니까 위장 장애가 정말 많고 잘 씻지 못하니까 피부병도 많아요. 이빨이 안 좋은 애들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요.”

▲ ‘나는 봄’ 백재희 소장이 개소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백 소장은 “지속적인 진료가 중요하다”며 “그러려면 청소녀들이 치료받을 때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의료도구도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청소녀들이 자기 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스스로 몸을 잘 돌볼 수 있도록 구강관리, 질병예방교육 등 사전예방적인 건강교육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신고접수 현황에 따르면 2007년 18,636명이던 가출 청소년은 2012년 28,996명으로 약 60% 증가했으며, 여자 가출 청소년은 남성에 비해 약 1.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되지 않은 수까지 포함하면 연간 2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은 미비한 상태다. 특히 가출 청소녀의 경우, 오랜 가출로 신체적, 정신적 질병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며 성폭력 · 성병 · 임신 등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해 6월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출 청소녀 40.7%가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으며, 4명 중 1명(25%)은 성매매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나는 봄’에서는 몸의 치료와 더불어 심리상담도 진행한다. ⓒ문양효숙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