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로 읽는 헌법 - 15]

슬아, 요즘 청소년들은 어디서 일을 하고 돈을 버니? 주요 업종 세 곳을 꼽으라면 식당, 편의점, PC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곳들은 전문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들 보다는 단순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야간에도 여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면서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지.

그런데 PC방 아르바이트비는 한 시간에 얼마 정도일까? 4000원이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아. 3000원에서 많이 받으면 3800원 정도? 물론 더 많이 주고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사장님도 어딘가에는 계시겠지만. 그런데 이게 정당한 대가를 주는걸까?

헌법 제3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집니다. 국가는 사회적 ‧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 임금의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합니다.
제2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집니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와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합니다.
제3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합니다.

제4항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 ․ 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아요.
제5항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지요.
제6항 국가유공자 ․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슬아, 헌법 제32조에 근거하여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되어 1988년부터 최저임금이 결정‧고시되어 시행되고 있어.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그 수준 미만의 임금 지급을 못하게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이지.

최저임금은 노동부장관이 8월 5일에 결정하고 지체 없이 고시하며 다음 년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데, 2011년 고시된 2012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이었어. 원칙적으로는 최저임금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최저임금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사업도 있어. 하지만 PC방, 편의점, 식당 같은 곳들은 대개 이런 최저임금법 적용 예외에 해당하지 않아. 결국 2012년을 기준으로 할 때, 'PC방 알바비'나 '편의점 알바비'도 시급 4580원은 넘겨야 한다는 거야.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봅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따라서 PC방 사장님과 시급 3000원에 알바를 하기로 당사자가 계약을 했더라도, 이것은 무효이고, 시급 4580원에 계약한 것으로 간주되며, 일하고 나서는 시급 4580원을 기준으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지역 노동위원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더욱이 최저임금법 제11조에 의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사용자는 해당 최저임금을 그 효력발생일 전일까지 그 사업의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그 외의 적당한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어.

문제는, 최저임금법을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데 있어. 최저임금법은 헌법에 근거한 제도인데도 말이지. 헌법에 근거한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임금을 주지 않고, 그 돈이 사업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면, 이런 경우를 일컬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줘야 하는 돈을 주지 않는 것과 준 돈을 뺏는 것이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오빠는 아무래도 전문용어로 '삥 뜯는다'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아.

슬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PC방이나 편의점이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면서 청소년들을 '착취'하고 있어. 중, 고등학생 뿐 아니라 대학생들도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

생각해 보자. 매일 아침 7시마다 뺨을 맞던 사람이 어느 날 아침에 뺨을 맞지 않게 되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의아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맞지 않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당연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거야. 이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오늘 우리 사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그런 모습이야. 최저임금을 받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지.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그래서 오빠는 '돈을 적게 버는 사람과 돈을 많이 버는 사람' 간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우리 사회에는 돈 많은 사람과 돈 없는 사람이 같이 살고 있으니까. 중요한 점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많은 돈을 번 것이 실은 누군가가 돈을 아주 적게 벌거나 거의 벌지 못한 데 근거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청소년들이 최저임금을 못 받는 만큼 사장 주머니는 두둑해지고, 누군가는 또 그 돈을 얻게 되고, 누군가는 그런 돈들을 아주 많이 갖게 되지 않겠어? 과연 얼마나 많은 이가 '노력에 상응한 대가'를 받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헌법 제23조
제1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됩니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합니다.
제2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해요.
제3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헌법 제23조 제1항에서 분명히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했는데, 많은 청소년들의 재산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

슬아, 우리 같이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서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가 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될 수 있을지, 청소년들이 최저임금을 당연히 받을 수 있게 될지, 고민해 보자. 그리고 거짓말하는 어른들에게 당당히 맞서자!
 

 
 
차진태 (모세)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재학 중이며, 구속노동자후원회 자문위원, 대학원자치회 대표를 맡고 있다. 예수살이공동체에서 배동교육(청년교육)을 받은 회원이며, 서울대 가톨릭 기도 모임 ‘피아트(FIAT)’에도 참여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