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의 리얼몽상] <천안함 프로젝트>, 백승우 감독, 2013년작, 현재 상영 중

▲ <천안함 프로젝트>, 백승우 감독, 2013년작
솔직히 말하겠다. (나에게) 별로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얘기다.

나는 원래 배에 관심이 없었으며 군함에 대해서는 아예 모른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더더욱 관심 없었다. 초계함이니 잠수함이니 하는 것도 잘 모를 뿐더러, 적함을 격침시키고 순식간에 자취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1번 어뢰’ 같은 것에 대해선 상상조차 안 된다.

그래도 영화는 그냥저냥 볼만은 했다. 나 같은 문외한도 얼마든지 알아들을 수 있게 ‘배’와 ‘선저’와 ‘해저’에 대해, 그 상관관계와 역학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등장인물’도 (캐스팅하기 곤란한 여러 이유로) 아주 단출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맡은 설명 부분을 너무나 명쾌하게 짚어주는 ‘대사’들이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과학관 영상실에 앉아 있는 기분도 종종 들었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기 위해 어느 정도 건조함을 감수한 영화였다.

사건 발생 당시 인터넷을 중심으로 수많은 ‘진실’과 ‘음모설’들이 쏟아져 나왔고, 나름 이것저것 읽어봤던 나로서는, 이 영화가 제기하는 질문이 낯설거나 새롭지 않았다. 그래서 75분의 상영시간이 끝나고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데, 믿어지지 않았다. 이 정도에서 그치다니. 이게 다야?

천안함 함수와 함께 가라앉은 수많은 것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극장을 나선 후 엄습하는 전율과 섬짓함. 고작 이 정도의 의문도 가지면 안 되는 사회였던 거다, 지금 여기는. 그 어떤 ‘다른 생각’이나 ‘다른 의견’을 가지면 안 되는 사회, 천안함이 바다에 가라앉은 날부터 우리를 꽁꽁 묶고 있는 사슬을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할까. 사고 다음날까지 처연히 떠 있다가 가라앉은 천안함 함수는 이후 그 어떤 것들의 빙산의 일각으로 변해간 것일까?

제작을 맡은 정지영 감독이 제작 선언을 한 이후부터 영화가 걸어온 행보는 나열하기 숨 가쁠 정도다. 어떤 영화가 이보다 더 힘겹게 관객을 만났을까 싶다. 현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천신만고 끝에 어렵사리 제작을 했고, 제작비 또한 거의 ‘성금’처럼 모아가며 마련했으나, ‘천안함 유족’의 이름으로 법원에 상영금지처분 소송이 걸리기까지 했다. 다행히 개봉 직전에 소송이 기각되면서 영화는 간신히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최대 스크린을 갖고 있는 배급사 CGV와 롯데시네마는 아예 상영 자체를 거부했다. 메가박스 22개관에서만 개봉했다. 개봉 첫날 다양성 영화 1위, 전체 예매 11위의 기염을 토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손꼽아 기다려 왔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개봉 이틀째, 메가박스는 돌연 상영을 철회했다. 예매를 취소하고 관객에게 직접 환불까지 했다.

사상 유례 없는 풍경이었다. 이 영화 내용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시위와 폭력행위에 대한 예고가 있었고, 관객의 안전을 위해 영화를 내린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어디까지나 메가박스 측의 설명이다. 어떤 기자가 ‘대한민국 보수단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취재했다고 한다. 메가박스에 압력을 넣었다는 단체는 하나도 없었다.

아주 높은 곳에 계시는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영화인들은 한 데 모여 즉각 기자회견을 하고, 표현의 자유를 얼어붙게 한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현재 <천안함 프로젝트>는 전국 예술영화관 9개관에서만 상영되고 있다. 극장이 꽉꽉 들어차고 매진사례라고 한다. 그러나, 전국 9개관이다.

의심을 허용 않는 ‘믿음’의 대상이 된 그 배

그리하여 우리는 이제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어느덧 제정일치의 신정(神政) 사회가 되어버린 듯한 ‘믿음’ 강요의 세상에 대하여 말이다. 누구의 어떤 목적에 부합하는 믿음인지, 그 기초적인 질문조차 던지면 안 되는 세상으로 넘어가는 첫머리에 ‘천안함’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야말로 ‘금기어’가 되어버린 그 배, 천안함. 정부 발표를 제외한 그 어떤 의문도 죄악시하는 게 당연해진 주류 언론의 현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얼마나 많은 국정현안들이 해저 깊숙이 남몰래 가라앉고 말았을지 상상하는 것조차 겁이 난다.

모두 함께 “아멘!”을 외치지 않으면 ‘종북’으로, ‘내란음모’로 낙인찍히는 거대한 장막이 드리워진 총체적 맹목. <천안함 프로젝트>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진짜 이유다.
 

 
 

김원 (로사)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고 여러 매체에 문화 칼럼을 썼거나 쓰고 있다. 어쩌다 문화평론가가 되어 극예술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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