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신학]

 

2008년 여성신학회 송년회에서 실잣기 프로그램을 하면서 연대의 기운을 모으는 회원들. 

지난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점심 무렵까지 가톨릭여성신학회 송년모임을 가졌다. 이번 송년모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여성들이 무엇을 체험하고 살며, 그 체험을 통해 어떤 영성을 길러내는지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올 한 해 동안 <여성과 그리스도교 2: 1000년부터 종교개혁 때까지>라는 책 내용을 공부하면서 중세시기를 살았던 그리스도교 여성의 신앙생활을 다루면서, 그렇다면 과연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가톨릭 여성 평신도와 수녀는 어떤 영성을 삶의 우물에서 길어내고 있는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톨릭여성신학회는 1997년에 생겼다. 1996년 10월 28-31일에 개최된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기총회, 즉 한국에 있는 70여 개 여자수도회들의 최고 책임자 수녀님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서 하는 회의 때 처음 논의가 이루어져 생긴 모임이다. 당시 "교회와 여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28회 총회에서 장상들은 '교회 내 여성들에 대한 연구와 여성문제 전문가 양성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가톨릭신문 >1996.11.10)는 시각에서, 수도자 초기 양성과정에 여성학, 여성신학 등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기로 하고, 성서해석 면에서 여성의 눈으로 성서를 보는 작업을 활성화하며 하느님의 모성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그 뜻을 실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런 취지로 가톨릭여성신학회는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산하단체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두 차례 심포지엄을 열어 현대 여성 수도자와 평신도의 정체성 및 신앙생활에 대해 논의했고, <열린 교회를 꿈꾸며>(바오로딸출판사 2004), <신학 그 막힘과 트임: 여성신학개론>(분도출판사 2004), <여성과 그리스도교 1>(바오로딸출판사 2008)을 기획 출간하여 한국 가톨릭교회에 여성신학이라는 옹달샘이 흐르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기를 낳고 서툰 엄마 노릇을 하며 답답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 가톨릭여성신학회 모임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외출하는 날은 나에게 더없는 해방의 날이었다. 매일 집안에 갇혀서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육아기계로 살다가, 그날 하루는 존엄성과 품위를 지닌 한 여성이자 인간으로 돌아가 나도 하느님의 사랑스런 딸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새롭게 체험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 모임에서 만난 선배 여성들의 격려와 나눔으로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찌그러지고 모난 내 인격과 모성을 다독거리며 또 살 수 있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여성 수도자와 여성 평신도가 동등한 신앙인으로 만나 신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삶과 체험을 솔직히 나누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고 격려하는 모임은 가톨릭여성신학회가 유일하다. 어떤 분들은 이곳의 성격이 모호하다 지적하고 구체적 대안이나 실천이 빠져 있다고 비판하지만, 나는 이 모임이 운동단체로 운영되기보다는 한국 가톨릭여성들의 모태로 작용하고 그리스도교의 여성적 지혜를 예시해줄 수 있는 더 웅숭깊고 푸근한 모임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신학을 공부했고 함께하고자 하는 여성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모임은 매월 4째주 토요일 2-5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층 장상연합회 회의실에서 합니다. 2009년 1월은 쉬고 2월부터 시작합니다.)

 유정원/ 가톨릭여성신학회 회원,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신학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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