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화 결렬… 보상안 발표로 갈등 심화돼

11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건설로 밀양을 방문했지만, 약속됐던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과지 주민들과의 간담회는 결렬되고 말았다. 정 총리는 곧바로 송전탑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을 만났고, 이후 ‘밀양송전탑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의 보상안이 발표돼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단장면사무소에서 정 총리를 만난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밀양대책위) 대표 김준한 신부와 4개면 대표 등 6명은 10여 분만에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정 총리 측이 면담 성사 조건으로 내걸었던 ‘보상안 발표 및 밀양 썬벨리 태양광사업 MOU 체결을 유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 대표는 대화를 거부하고 호소문을 전달한 뒤 대화 장소에서 퇴장했다. 함께 온 4개면 경과지 주민 400여 명은 단장면사무소 앞에서 대화결렬 소식을 접한 뒤 “보상은 필요 없다. 이대로 살게 해 달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간담회가 결렬되자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곽빛나)

▲ 간담회 결렬에 항의하던 밀양 가르멜 수녀원 최 아녜스 대리인이 경찰에 의해 들려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 민중의소리)

정 총리는 바로 밀양시청으로 이동해 송전탑 건설 찬성 측 주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한전과 찬성 주민 대표로 구성된 ‘밀양송전탑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이하 특별지원협의회)의 보상 합의사항을 보고 받았다. 보상 내용은 전체 보상금 185억 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74억 원을 개별 세대에 직접 지급, 농산물 공공판매시설 설치 및 운영, 태양광발전사업 추진 등이다. 국회에서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지원법’이 통과되면 약 1800여 가구가 평균 40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는다. 회의가 끝난 뒤, 정 총리는 한전의 보상 사업 중 하나인 밀양 썬벨리 태양광사업 MOU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지난 8월 5일 출범한 특별지원협의회는 송전탑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 대표, 한전 직원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동안 구체적인 보상안을 협의해 왔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4개면 주민들은 이날 정 총리에게 전달한 호소문에서 “송전탑 경과지 1,584세대 주민 중에서 무려 1,813명이 보상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며 “고리-북경남 송전선로 밀양 구간은 민가와 농토에 너무 가깝게 설계되어 총 20개 마을 이상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고,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어 “어떤 보상으로도 송전탑으로 인한 고통을 상쇄할 수 없다. 공사를 바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전 측이 보상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주민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언론 등을 통해 추석 직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김준한 신부는 “변함없이 공사 강행은 예고되고 주민들은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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