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한반도 운하 1단계 정비 사업이다!

아름다운 동강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놓고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이날 국토해양부는 4대강 정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사업은 홍수예방과 하천환경개선을 목적으로, 어디까지나 이상기후에 따른 홍수ㆍ가뭄에 대비한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뉴딜사업’의 하나라고 말했다.

무엇이 ‘한국판 뉴딜’인가

우선 정부가 발표한 내용 가운데 ‘녹색뉴딜사업’, ‘한국판 뉴딜’(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12월 10일 발언)이라는 말에 주목해보자. 4대강 살리기를 이야기하며 ‘뉴딜’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 정부가 가진 인식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뉴딜정책(1933-1939)’의 뿌리는 후버(Hoover)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스벨트 이전 대통령이었던 후버 대통령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했고, 광산기술자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로 1928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친기업적 자유방임정책을 신봉했다. 그러나 결국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었고, 1932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루스벨트는 뉴딜정책을 통해 그간의 자유방임주의 노선을 수정자본주의 정책노선으로 바꾸고, 사회보장 및 노동자 권익보호 시스템을 확립하였다. 이것이 뉴딜정책의 핵심이다.

1933년부터 7년간 시행된 이 정책은 노동자와 노령자, 그리고 농민들을 지원하는 정책이었기에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New Deal)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이들 사회적 약자들인 보호대상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형식으로 정부가 선택한 것이 바로 ‘토목사업’이었다. 뉴딜의 근본적 취지는 이명박 정부와 정반대되는 시장중심이 아닌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이었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책이었다. 그리고 토목사업은 그 방법론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토목공사 자체가 뉴딜의 목적인 양 착각한다. 근본적 오류다.

대운하 사업의 1단계 정비과정 아닌가

두 번째, 4대 강 정비사업의 내용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운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사업들이 있다. 즉 수로를 만들기 위해 하도 정비와 제방을 보강해야 하고, 운하용수를 마련하기 위해 농업용 저수지와 댐과 홍수조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이번 정부가 내놓은 정비사업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하도 정비의 경우 하천바닥 정비를 위해 준설하여 물길을 조성하는 것이고, 이번 정비에 포함된 자전거 도로 역시 ‘대운하 전도사’였던 이재오 전(前) 의원이 제시한 대운하 사업의 중추 사업이었다. 따라서 학자들은 이번 4대강 정비계획을 대운하사업을 위한 1단계 정비사업으로 보고, 2단계 사업으로 필요 구간의 부분적 강폭 확대 사업을 진행할 것이며, 3단계 사업으로 조령 터널 등 구간 연결 사업으로 진행해 결국 한반도 대운하사업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예측한다.(‘4대강 하천 정비사업-한번도 운하, 무엇인 문제인가?’ 긴급정책토론회 자료집 중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경제적 측면의 검토’, 우석훈 박사(연세대학교) 자료 참조)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며 강변 순례에 나선 가톨릭 수도자들 

하천은 이미 정비되었다

세 번째, 현 시점에서 막대한 국민의 혈세 14조 원이 들어가는 하천정비가 반드시 필요한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필요하지 않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하천정비는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 하면 우리나라 4대강인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을 포함한 국가 하천 개수율(하천의 정비가 필요한 구간 가운데 정비를 마친 곳의 비율)은 이미 지난 2006년 97.3% 수준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가 하천 중 정비가 필요한 3,114km 구간 가운데 지난 2006년까지 3031km(97.3%)가 이미 정비를 마쳤고, 나머지 83km(2.7%) 구간은 2011년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다. 따라서 4대강의 경우 이미 더 이상 정비할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제 와서 새롭게 ‘치수사업’을 벌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4대강 등 주요 하천의 치수사업은 오래 전 시작해 사실상 마무리됐다”면서 “치수를 위해 추가로 하천을 재정비한다는 얘기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생태적인 물순환 시스템 회복해야

그렇다면 이번 하천 정비사업들이 정부의 말대로 과연 생태적인가? 실질적으로 제방 중심의 하천관리를 강화하고, 강을 준설하면서 하도정비라는 명목으로 강폭을 넓히는 이번 사업은 한마디로 한국의 하천을 완전히 죽이는 형태이다. 하천의 생태적 정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3년 태풍 ‘루사’ 이후 치수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 바로 ‘제방’을 통한 재해 예방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다시 말해 제방 중심의 치수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나, 현재는 천변 저류지를 적극 활용하면서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논의가 수 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하천정비사업은 하천파괴사업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하천은 단순한 수로나 물길이 아니고, 모래와 자갈도 인간을 위한 골재가 아닌 물을 여과하고 수많은 생명을 기르는 천혜의 자원이다. 따라서 홍성태 교수(상지대학교)는 “우리의 환경 질이 세계 103위권의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하천정비사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하천파괴사업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하천의 직강화(直江化), 하천변의 콘크리트화, 고수부지의 운동장화, 모래와 자갈의 무분별한 채취 중심의 하천정비 사업은 한마디로 반생태적이다. 따라서 하천정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댐과 제방 위주에서 천변저류지의 확보와 충분한 하천공간의 확보, 그리고 인간중심에서 자연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건전한 물 순환 시스템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추진하며 1933년 ‘농업조정법’을 만들어 농민을 지원하고, ‘연방임시구제국’을 세워 지방정부의 빈곤층 구제를 연방정부가 돕도록 했다. 또 1935년에는 실업보험과 노령자 부양보험 등을 담은 사회보장법과 노동조합 운동을 보장하는 ‘전국노동관계법’을 제정해, 결국 뉴딜정책의 영향으로 미국은 소득불평등이 줄어든 중산층 중심의 사회로 변모했다.

그렇다면 자칭 ‘한국판 뉴딜’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번 4대강 프로젝트는 누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이번 토건(土建) 프로젝트는 결국 대운하와 마찬가지로 물길을 끼고 지역에서 땅과 함께 살아가는 대다수 소작농 농민들이나 지역의 서민들이 아닌, 지역의 토호세력과, 그 위로 개발과 투기로 상징되는 ‘강부자’들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는 결국 이들에게 또 다른 부를 가져다 줄 것이며, 산업구조는 후진상태에 머물고, 자연은 대대적으로 파괴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명박 정부가 이야기하는 빛 좋은 일자리 창출은 다만 지역민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소작일로 그치고 말 것이다. 

다음 세대와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정부가 강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강을 직강화하고, 파내고, 둑을 끝없이 올리려 한다는 점이다. 다음 세대에 대한 그 어떠한 배려도 철학도 없다. 단순히 어려운 경기회복을 위해 이처럼 철학도 없고, 경제성도 없고, 환경적이지도 않은 4대강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추진해서 정작 온 국토를 파헤쳐 놓았을 때, 정말이지 다음 세대는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 땅의 강은 이명박 정부의 것도 아니고, 이제 남은 임기 4년 동안만 쓰이고 사라질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사라져도 이 땅의 강은 유유히 흘러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4대강 프로젝트를 철회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의 조건 없는 포기를 국민 앞에 선언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다.

맹주형/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교육부장, ‘천주교농부학교’ 사무국장.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