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에서 유엔 승인 6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 열려


대한민국의 유엔 승인 6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12월 12일 서강대에서 열렸다. 서강대가 주최하고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사업단,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동아일보사가 후원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강우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과 장익 주교,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한승수 국무총리, 김학준 동아일보사 회장 등이 참석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기념사에서 “오늘은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의 승인을 받은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60주년이 지나 대한민국이 여러 유엔 기구에 참여하고 사무총장까지 배출할 만큼 세계 유수의 국가로 성장한 지금 당시 일을 짚어 보는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이 유엔 승인을 받을 당시 바티칸의 외교적 역할과 당시 유엔 파견 수석대표였던 장면 씨의 행적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건국과 유엔의 역할’을 발표한 박흥순 교수(선문대학교)는 “유엔의 대한민국 승인은 대한민국이 독립국가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이고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초석이 되었으며, 유엔으로서도 이후 국가 재건활동의 효시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사례였다”고 하였으며, 유엔이 이 문제를 다루게 된 배경은 미국이 한반도를 소련의 공산주의 팽창 정책에 맞설 거점으로 인식하면서 소련과의 협상이 아니라 당시 압도적인 우군을 확보한 유엔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유엔의 승인은 곧 남한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허동현 교수(경희대)는 ‘대한민국 승인을 위한 수석대표 장면의 활동’이라는 발표에서, 1948년 8월 11일 유엔총회 파견 수석대표로 선출된 장면이 한국 대표단을 이끌고 유엔총회 기간인 9월 21일부터 12월 12일까지 유엔회원 58개국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한국 정부 승인의 당위성을 역설했다고 보고했다. 한편 그 배경에 미국의 지원과 장면에 대한 바티칸의 호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교황 비오 12세는 제3차 유엔 총회 당시에 한국 대표단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교황청에 내렸는데, 허 교수는 “장면이 유엔총회에 파견된 것은 바티칸의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적 복선이 작용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황 비오 12세는 일본에 체류 중인 전 평양교구장 번(Byrne, J. Patrick) 주교를 이미 1947년에 교황사절로 한국에 파견했다. 교황청의 사절파견은 국제공법과 외교관례상 한국이라는 국가의 존재를 외교적으로 승인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이 당시 일본에서 맥아더 장군의 민정고문으로 일했던 번 주교는 주한 미 사령관 하지(Hodge) 장군은 물론 한국 가톨릭의 대표성을 띤 장면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었으며, 장면과는 192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메리놀학교에서 교장과 학생으로 만났던 사이기도 했다. 그는 미소 간 협상을 통해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려는 임시위원단 계획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입장변화에 따라 남한만의 단독정부에 수립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장면과 번 주교, 바티칸을 포함한 가톨릭교회는 '대한민국 건국'에 큰 공을 세웠다고 칭송받지만, 한편에선 지나친 반공 컴플렉스 때문에 분단고착화에 기여했다는 비난도 아울러 받는 형편이다.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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