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신부의 Spring Tree]

<2012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2012년 12월 31일) 한국 천주교회 신자는 536만1,369명으로 총인구의 10.3%를 차지하고 있지만 농촌의 면단위 소재 지역복음화는 3%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도시거주 신자보다 농촌거주 신자 비율이 높은 지방 교구들에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사목의 필요성으로 공소사목 활성화가 요구되고 있다.

교회는 서울대교구와 부산교구를 제외한 12개 교구가 모두 본당보다 공소의 수가 많은 형편인데, 많은 농촌지역 신자들이 지리적•생활환경적 특수성으로 인해 사목의 현장에서 본의 아니게 소외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불가피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영세자수보다 더 많은 냉담자를 낳게 하거나 개개인의 신심생활에도 저해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지역 복음화율을 볼 때 평균 3.68%를 기록하고 있으며 면 단위 소재 공소지역의 전체적인 복음화율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 3% 미만이다. 농촌거주 신자들에 대한 교회의 정책적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것은 통계가 보여주는 주일미사 참례자율에서도 찾을 수 있다. 평균 주일미사 참례자율은 23%이며 공소가 많은 본당 즉 농촌본당일수록 전례 참례율이 저조하게 나타났다.

한편 한국교회의 고령화가 농촌 공소에는 사회보다 빨리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연령대별 주민등록 인구 통계와 신자 통계를 각각 조사, 비교한 결과 40대 이후 신자 비율은 주민등록 인구 점유율을 눈에 띄게 앞서가고 있었다. 공소신자의 연령대별 추이를 보면 현재 아동·청소년기 신자 연령기인 10~19세 인구는 전체 신자의 2.1%를 차지하지만, 신자 중 65세 이상 노인신자 비율은 65.1%에 이른다.

 ⓒ박홍기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한국 천주교회의 모태는 농촌공소였다. 우리 조상들은 가혹한 박해 속에서도, 정처 없는 피난길에서도 교우촌을 이루고 복음을 살았다. 그러나 최근 십수 년간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이농화 등의 물결이 밀어닥쳐, 농촌, 농민의 소외가 심화되면서 농촌 공소 공동체 역시 침체와 소멸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교회마저 도시화, 대형화, 물량화 추세에 편승해 농촌 공소를 외면해 온 것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농촌 공소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공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한다. 작은 교회도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에 대한 1면 1개 공소 이상의 작은 교회들이 아직도 많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농촌인구의 감소로 공소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놓는 분들이 있다. 이는 현실교회를 모르고 있거나 농촌 공소에 애정과 관심이 없어서 하는 주장이다.

농촌지역은 면 소재지 중심의 생활권이다. 그에 따라 면 소재지 공동체문화가 강하게 존재한다. 이런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면 소재지 단위의 농촌 공소가 개척되면 제일 좋겠지만 공소 공동체가 없는 경우가 50% 이상이다. 그런고로 최소한 1개면 1개 공소는 필요하다고 본다. 최소한의 면 소재지 중심의 공소 개척이 용의하고 필요하다는 의식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현재 농촌 면 소재지 문화권 안에서는 개신교회의 배타성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이 항존하고 있다. 그에 비해 가톨릭은 신선한 이미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개척 공소를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영암본당에는 내가 소임을 받을 당시 3개의 공소로 시작했던 것을 5개 공동체를 다시 살리고 개척하는 방식으로 1개면 1공소를 개척할 수 있었다. 공소 개척이 가능한 이유로는 평신도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본당 사목자가 직접 하기 어려워서 본당 사목자를 협력하는 선교사를 파견한 것이다. 이들 선교사들의 선교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은 개척 공소의 중요한 변수이다.

더욱이 개척 공소 공동체의 힘이 된 것은 미사전례였다. 매주 미사는 공동체의 영적인 힘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아무리 적은 숫자로도 공소현장에 가서 미사 하기로 했다. 본당으로 모이는 교회가 아닌 현장으로 나아가는 교회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작은 교회인 공소공동체 중심의 미사전례를 시도하면서 10명에서 20명으로, 20명에서 30명으로 공동체의 꼴을 잡는데 1년 정도 걸린다.

1년이 지나면 선교사를 통하여 공소 공동체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게 된다. 잘 양성되고 성장된 공소는 이삼년이 지나면 칠팔십 명의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 개척 공소는 사목자의 관심과 배려를 통한 지속적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공동체이므로 안팎의 충격에 취약하다. 때문에 공동체의 갈등해소를 위해 기도하는 공동체, 나눔의 공동체, 섬기는 공동체 체험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공동체가 가지는 장점과 동시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열정이 있고 단점은 갈등해소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본당 사목자인 본당신부는 각종 본당 행사에 반드시 공소 신자들을 초청하여 소외됨이 없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농촌 본당에서 여건이 여의치 못하면 타 도시 본당과 결연을 맺어 서로 도울 수 있게 해야 한다. 복음화, 인간 구원은 대형화나 물량 주의로 이를 수 없으며 믿음으로 거듭나는 백성들이 현장을 중심으로 작은 생활공동체를 건설, 확대, 연대해 감으로써 가능하다.

오늘날 농촌 공소의 문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농촌 사회 현실과 함수 관계를 맺고 있는 농촌교회 역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농촌 교회 및 공소의 어려움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불공정한 정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체 교회 차원에서의 무관심도 큰 책임이 있으며 아울러 농촌 교회 신자들의 의타성 내지 체념의 철학이 빚은 소지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정책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전체 교회 차원에서의 도시교회와 농촌교회 간의 유기적인 협조와 친교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러나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농촌 공소 신자들 스스로 공동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교구 및 본당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구원에 이르는 길은 말이나 이론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사는 길 뿐이다. 시작은 반이다.

“단 두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도 나도 함께 있다”(마태 18,20)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듯이 공소 신자들 모두가 그리스도의 한 지체인 교회의 구성원으로 활력을 갖고 생활하며 활성화 될 때 본당 공동체가 더욱 활력을 띠게 될 것이며, 한국 천주교회의 300년대를 향하는 농촌 공소는 복음 전파의 최첨단 기지가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최민석 신부
첼레스티노, 광주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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