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인권법안은 전혀 인권적이지 않다. _조백기


‘잃어버린 10년’을 찾아

지난 12월 13일 오전 18대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은 ‘형님예산’, ‘대운하예산’, ‘부자감세안’으로 대변되는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통과시켜 버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촉발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대다수의 국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실업대책과 교육·보육·의료 등 서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사회복지 예산을 늘려야 하나, ‘부유층에 대한 감세’와 ‘친기업적 경기 부양’만이 우선시 될 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러한 여세를 몰아, 한미FTA 비준동의안,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규제완화 법안 등 ‘MB 노믹스’의 실현을 위한 경제 관련 법안과 사이버 모욕죄, ‘떼법 방지법’, 휴대전화 감청을 합법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등 ‘반민주 악법’들도 국민과 야당과의 대화나 합의 없이 밀어붙일 태세다.

또한 새해 예산안에서는 남북협력기금을 3천억원이나 삭감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기존의 ‘대북인권단체’의 바람을 담은 ‘북한인권’ 관련 법안 등 가뜩이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를 더욱더 상호불신과 갈등, 반목과 대결을 조장할 수 있는 방안들을 속속 내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 아홉 달 만에 남북관계가 전면적 파국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과거 정권이 북한에 관한 것은 비판을 삼가고 일방적으로 비위를 맞추던 것은 변화될 것”이라고 하여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북한 비판은 삼가고 일방적으로 비위를 맞췄던 과거 정권과는 달라질 것이다”라고 함으로써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하면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안에 3000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비핵·개방·3000’으로 대표되는 대북정책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18대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은 대선 이전부터 이명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대북정책의 변화를 요구해왔던 ‘대북인권단체’ 등과 함께 대결주의적 대북관과 대북인권관을 바탕으로 한 여러 대북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출범 초부터 6·15 및 10·4 선언을 인정하지 않고 지난 10년의 남북관계 성과를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의 비방과 불신으로 이어져 급기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급속하게 남북관계가 얼어붙게 된다. 점점 남북관계가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모두 상호비방과 불신의 대결주의적 적대정책을 멈추지 않고, 결국 12월 1일부터 각종 교류협력과 경제거래를 위한 남측 인사의 육로 통행을 차단하는 한편 개성관광, 경의선 철도 운행, 남북경협협의사무소를 각각 중단 또는 폐쇄키로 한 북의 ‘12·1조치’로 인해 아홉 달 남짓 만에 남북관계가 전면적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하여 북한이 굴복하기 전까지 대북정책에 있어서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대북 강경기조를 그대로 유지함은 물론, 심지어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식량농업기구 등 북한의 식량위기와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어 ‘인도주의 문제조차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이 ‘0’을 기록하게 된다. 현 정부 들어 악화일로인 남북관계의 상징적 단면인 셈이다. 이 같은 당국차원의 대화 중단은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과 대북지원 사업도 부분적으로 차단될 위기에 봉착했다.

전혀 인권적이지 않은 ‘북한인권법안’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개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유엔인권이사회를 통해 “한국 정부는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의 중요성에 입각해,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북한이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같은 달 27일에는 유엔인권이사회 본회의에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같은 변화는 결국 지난 10월 30일 제63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 채택을 목표로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50여개국과 함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번의 공동제안국 참여는 단순한 찬반 입장 표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같은 이명박 정부의 대결주의적 대북관과 대북인권관은 한나라당의 ‘북한인권’ 관련 법안의 입법추진으로 그 절정을 이룬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시도되었던 ‘북한인권’ 관련 법안은 북한인권 전담기구와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설치, 재외탈북자 보호,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 민관협력체, 북한인권법안, 대북방송지원, 국제협력과 국내외 NGO와의 협력체계 등 그동안의 ‘대북인권단체’의 염원을 담은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북한인권’ 관련 법안들은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일본의 북한인권법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보호와 개선과는 거리가 먼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인권을 정치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이들이 북한사회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겠다며 온갖 ‘북한인권법안’을 준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 내용은 전혀 인권적이지 않다.

‘북한인권법안’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면면이나 그 법안을 비호하는 세력들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한 흔적을 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인권’ 관련 법안들은 최근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자유의 풍선 날리기 및 소형 라디오 지원’ 등의 명목으로 반북단체의 ‘삐라 살포’ 행위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노둣돌을 놓자

이와 같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대결주의적 대북관과 대북인권관을 바탕으로 한 각종의 대북정책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남북 화해·협력의 성과들을 무산시키고 다시금 남북대결로 치닫게 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 관련 법안들은 과거의 냉전적 사고와 반북이데올로기에 바탕으로 한 역사관과 남북관계에 얽매여 ‘북한자유화’와 민주화의 토대 구축을 통한 북한의 체제변화를 꾀하고 있다. 결국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보장과 개선이라는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남북관계의 악화를 돌이킬 수 없게 하고, 이로 인해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은 오히려 악화될지도 모른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남북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남북한 당국 모두 이성을 되찾고 서로를 대화와 협력의 주체로 다시금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남과 북을 다시금 만나게 하는 노둣돌이 될 것이다.


조백기/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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