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금은 강정마을 지원 사업에 재투자
질 좋은 생산품과 지킴이들의 재능으로 연대의 끈 이어갈 것

▲ 9월 2일 제주 강정마을 평화의 집에서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 제공 / 강정마을회)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지원해 온 ‘강정평화상단’이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지난 2일, 제주 강정마을 평화의 집에서 열린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이사장 조경철, 이하 강정협동조합) 출범식에서 마을 주민과 조합원들은 “후원을 넘어 농수산물 직거래를 통해 주민과 활동가, 제주와 육지 간 상호협력을 이끌 것이며, 경제활동을 통한 평화의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마을 주민들은 생산을 하고 지킴이들은 협동노동으로 자신들의 재능을 살리면서 생명평화 마을을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는 제값을 주고 육지의 소비자들에게는 질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강정협동조합을 통한 수익금은 다양한 형태로 모두 강정마을에 재투자될 예정이다.

주민과 활동가 3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올해 초부터 논의를 시작한 강정협동조합은 지난 6월 29일 창립총회를 통해 협동조합 구성을 결정하고, 8월 9일 제주도의 정식인사를 받아 23일 법인등기를 마쳤다.

평화상단의 보따리장사가 맺은 결실, 강정협동조합

강정협동조합은 그동안 이뤄졌던 강정평화상단 후원 활동의 결실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 가을, 강정마을을 방문한 문정현 신부와 평화활동가 단체 평화바람은 힘든 여건 속에서 싸우는 마을 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평화상단’이라는 후원 조직을 만들었다.

제주도에서 나는 특산품을 판 돈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을 돕기 위한 평화상단에 문정현 신부는 대행수로 나섰고, 갈치와 고등어를 들고 서울, 인천, 광주, 군산의 본당을 돌며 보따리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첫 수익금 1300만 원을 강정마을에 후원금으로 전달한 후, 마을 전체가 나서 평화상단을 운영하게 됐고, 품목도 감귤, 한라봉, 젓갈, 톳 등으로 다양해져 어엿한 상단의 모습을 갖췄다.

강정마을 싸움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방식, 보다 장기적으로 주민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졌고, 평화상단이 구축한 연대의 고리가 협동조합의 단초가 됐다. 강정협동조합은 ‘지속가능한 연대’, ‘더 오래 살아가기’를 위한 또 다른 차원의 돌파구인 셈이다.

평화상단을 함께 꾸려왔던 오두희 활동가는 “지난 3년간의 평화상단 활동을 통해 강정마을을 지키는 싸움이 단지 강정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전국에서 이어지는 후원과 연대는 강정마을을 지키는 큰 힘이었고, 평화상단에 대한 성원은 싸움의 큰 원동력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협동조합을 통해 싸움을 지원할 만큼의 이익이 생길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이미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지킴이들과 주민들의 신뢰를 통해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었다며, “생명평화 강정마을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 그 기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두희 활동가는 “협동조합의 첫째 목표는 이익이 아니라 그동안 강정의 투쟁을 통한 육지와 마을간 연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노동과 지킴이들의 재능으로 일방적 후원이 아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협동노동을 통해 생명평화 마을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강정협동조합 조합원은 30명, 이 중 70~80%가 주민들이다. 가입비는 10만 원이지만, 수익배당금은 없는 것으로 정했다. 앞으로 강정협동조합은 마을 내 친환경농법과 적정에너지기술을 비롯해 교육, 육아보조, 독거노인 돌봄, 주민복지, 의료지원 등의 사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또 기존의 전국적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연계를 확산하고,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 시민사회단체를 통한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문 / 010-6286-2131(문자메시지), savejeju@daum.net
후원 계좌 / 농협 352-0606-7233-13 (조경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