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영농시설비 지원 지연, 두물머리 농민 어려움 겪어

▲ 양평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도원에서 두물머리 합의 1주년을 기념하고 4대강 재자연화를 염원하는 생명평화 미사가 봉헌됐다. (왼쪽부터) 조해붕 신부, 최덕기 주교, 서상진 신부 ⓒ문양효숙 기자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 합의 1주년을 맞아 경기도 양평에서 생명평화 미사가 봉헌됐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대표 조해붕 신부, 이하 4대강 천주교연대)는 2일 오후 4시 양평군 문호리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도원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명평화 미사를 열고,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4대강 사업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물머리 농민 4명과 함께 4대강 사업에 맞서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해 시작해 매일 이어진 생명평화 미사는 지난해 8월 14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의 중재로 정부와 농민이 생태학습장 조성에 합의함에 따라 2012년 9월 3일, 930회로 막을 내렸다.

미사를 주례한 최덕기 주교(수원교구 원로사목자)는 “두물머리에서의 생명평화 미사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신앙인들의 분명한 표현이었고, 진리가 승리하리라는 희망의 표현이었으며, 유기농 농민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감사원 결과 보고로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이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이에 따른 후속조치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며 정부에 체계적이고 신속한 ‘재자연화’를 촉구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지난 1년간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추진 협의회에 참여해온 서상진 신부(수원교구, 4대강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가 그동안 결정된 사항을 알렸다. 서 신부는 8만여 평의 두물머리 농지 각 구역이 어떤 학습장이 될지 설명하면서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추진협의회는 그동안 23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유기농의 역사와 가치가 살아 숨쉬는 생태학습장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신부는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관이 아닌 주민들이 주도하는 형태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사제와 신자를 비롯해 두물머리 농민과 관계자 200여 명이 미사에 참석했다. ⓒ문양효숙 기자

한편, 4명의 두물머리 농민들은 지난 1년간 대체 농지를 마련하고 농사를 준비해 왔다. 농민 김병인 씨는 “두물머리는 정부하천부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사용료가 쌌지만, 이번에는 땅을 사야 하는데다 가격도 평당 40만 원이나 했다”며 농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농가 이주 지원을 책임지기로 했던 경기도의 영농시설비 지원 약속 실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시설지원비가 나오면 겨울 농사부터라도 시작하고 싶다”면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생태학습장 조성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결국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사업으로 판명나지 않았나. 그 좋은 농지를 왜 예산 들여서 관리하는 땅으로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농사짓고 싶은 사람들이 농사짓게 놔두고 시설 지원을 하면 훨씬 좋은 결과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농민 최요왕 씨는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이야기와 농지 복원을 함께 이야기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우리야 어쨌든 융자도 받고 농사도 시작할 테지만, 4대강 주변에서 농사짓다 쫓겨난 농민들이 많다. 그 사람들 중에 다시 자리 잡은 농민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 사실 땅에서 쫓겨나면 시설보상금만으로는 새로 농사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방법을 찾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김 미카엘라 씨는 지난해 930번째 미사가 끝난 후부터 현재까지, 두물머리에서 만났던 이들과 함께 밭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김 씨는 “두물머리 같은 땅은 없다. 물이 잘 빠질 뿐 아니라 돌도 없어서 나 같은 농사 초보도 뿌리기만 하면 무엇이나 잘 자라는 곳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농민들에게는 땅이며 시설비며 결국은 전부 빚이다. 개인적으로 어차피 이렇게 된 4대강 사업, 농지로 복원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대강 천주교연대는 미사 말미에 성명을 발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추진 세력들에 대한 국민고발운동은 물론,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입법청원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명운동을 통해 잘못된 국책사업 추진 주체에 대한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묻고 4대강 사업으로 1,152여 명에게 수여된 훈장 등의 포상에 대한 취소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사에 앞서 최덕기 주교와 사제, 신자 100여 명은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지와 생명평화 미사 터 일대를 순례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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