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청년아카데미 · 신학포럼,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려

UN이 세계의 빈곤을 반으로 줄인다는 야심찬 목표로 시작한 ‘새천년개발목표’(MDGs, 2000~2015)의 종료시한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대한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개발NGO 중심으로 ‘포스트 2015’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교회를 비롯한 종교일반과 ‘종교기반 엔지오’(FBO)에서는 여전히 잠잠하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우리신학연구소는 치앙마이교구, 태국 카리타스, 종교문화수련원(RTRC)과 공동으로 ‘무제한의 개발 : 아시아 토착민의 삶 및 생태계 위기’를 주제로 8월 11~21일 토착민 마을, 치앙마이교구 사목센터, 종교문화수련원에서 청년아카데미와 청년신학포럼을 열었다.

▲ 아시아청년아카데미 · 신학포럼에는 40여 명의 해외참가자를 포함해 150명이 참가했다. (사진 제공 / 황경훈)

이 자리에는 치앙마이교구장 아폰드라타나 주교와 치앙마이 승가대학 부총장 분 추에이 판야와치로 스님, 외국인 참가자 35명을 비롯해 태국 전역에서 150여 명의 사제, 수녀, 평신도지도자들이 참가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평신도사무국 의장인 패트릭 드로자리오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새 복음화’는 대립적이 아니라 일치를 도모하고 일상의 삶을 활기차게 하는 대화의 정신을 요청한다”는 최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제10차 FABC 총회 메시지를 인용했다. 이어 “우리신학연구소와 태국 카리타스가 공동주최한 청년아카데미와 신학포럼을 통해 모든 참가자들이 가난한 이들, 종교와 문화와의 대화에 더욱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이 행사가 아시아 전역에 흩어져 있는 토착민들이 섬기는 ‘위대한 영’(Great Spirit)을 새롭게 발견하는 데에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신도사무국 총무 패트릭 고메스 신부가 대독한 메시지는 “신학포럼의 주제인 ‘아시아 토착민의 위대한 영들’은 우리를 하느님의 영과 쉽게 맺어주는데 그 까닭은 모든 좋은 것의 원천이 하느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메시지는 우리가 찾는 모든 좋은 것은 지속가능해야 하며, 그것에서 말미암는 발전도 또한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5개 나라에서 온 나라별 대표가 쌀, 물 등의 자연물이 장식된 제대 주위에 모여 시작 전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황경훈)

널리 알려진 아시아 신학자 펠릭스 웰프레드 신부는 ‘신자유주의 경제와 그리스도인의 참여’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통해 “주류 시장경제에서는 부의 축적과 상관없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과 집단이 경제에 공헌하고 있음을 간과하거나 제외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직업을 갖고 일하는 고용관계를 통해 경제에 공헌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기본적인 경제적 참여라고 강조했다.

전 FABC 신학사무국 사무총장인 웰프레드 신부는 “따라서 이익이나 부를 축적한다는 명분으로 사람들에게서 고용의 기회를 박탈하는 어떠한 정책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아시아에 보금자리를 틀고 살아가는 수많은 토착민의 전통적 삶의 방식을 빼앗고 있는 현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흔히 말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양식을 실천하는 것이라면서, 이와 관련해 토착민의 자연친화적이면서도 현대문명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를 배우라고 촉구했다.

이어 ‘토착민들의 삶에 임하시는 위대한 영들과 성령론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한 조조 펑 신부는, FABC는 이미 1979년에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 선교대회에서 여러 (종교문화적) 전통은 손상되고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기념되고 쇄신되며 성령의 생명으로 충만해지는 것임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태국 토착민과 이들의 종교, 특히 샤머니즘 전문가인 펑 신부는 토착민들이 섬기는 영들은 성경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 너희 하느님은 신들의 신(God of gods)이시고 주님들의 주님이시며”(신명 10,17), “하느님께서 신들의 모임(the Great Spirit in council with other spirits)에서 일어서시어 그 신들 가운데에서 심판하신다”(시편 82,1) 등을 예로 들었다.

▲ 치앙마이 고산지역에 살고 있는 카렌 부족이 나무, 물 등의 자연에 거하는 영에게 기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황경훈)

나아가 펑 신부는 영성이나 신학 전통보다도 현대과학과 우주론이 이 위대한 영에 대해 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며 아인슈타인의 성령론을 소개했다. 펑 신부는 아인슈타인이 이 영이 우주적 질서 안의 합리적(rational) 질서를 만들어 낸다고 보았다면서, 영은 자연의 법칙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며 자연의 작용에 있어 일치와 일관성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펑 신부는 아인슈타인이 영을 과학적 연구작업에 반드시 필요하며 모든 자연 현상에 존재하는 보편적 원리라고 보았으며, 모든 생명은 그 에너지와 혼을 이 위대한 영의 젖가슴에서 얻는다고 강조했다.

신학포럼이 열리기 전 참가자들은 8월 12~13일 치앙마이 북쪽에 사는 카렌족과 라후족 마을 세 곳에서 현장체험을 하고, 토착민들의 전통 전례에 참가했다. 청년아카데미와 신학포럼에서는 무제적인 개발 문제, 생태계 위기와 토착민 삶의 위기, 새천년개발목표의 내용과 한계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신학연구소 산하 아시아평화연대센터는 2005년부터 해마다 아시아 신학과 관련한 국제포럼을 열어왔으며, 2009년부터는 청년아카데미와 신학포럼을 연계한 평신도 청년 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을 열어왔다. 지난해 11월 수원에서 열린 청년아카데미와 신학포럼에는 광주대교구 부제 12명이 참가했으며, 이번 행사에는 광주대교구 부제 1명을 포함해 한국 참가자 6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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