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의 참담한 결과… 대구 · 경북 시민 ‘인식의 전환’으로 이어질까?

▲ 강정고령보. 강가는 거품이 부글거리고 악취가 진동했지만 동행한 대구 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은 “오늘은 상태가 아주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문양효숙 기자

대구의 수온주가 37도를 넘긴 날이었다. 김천 구미역에서 만난 박병규 신부(대교대교구 선남본당 주임)와 함께 강정고령보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경. 차에서 내리자마자 오랫동안 방치한 어항에서나 맡을 수 있을 법한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강은, 예상대로 초록빛이었다. 녹조 때문이다.

동행한 대구 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생태분과)은 “낙동강 전체에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고 말한다.

“녹조는 보통 둑으로 막혀 있는 하류에서 발생해서 심해지면 중류로 올라옵니다. 하지만 올해 녹조는 그런 게 없어요. 낙동강이 8개의 보로 전부 막히면서 강 전체 구간의 조건이 똑같아졌기 때문이죠. 오늘은 그나마 상태가 아주 좋은 편이고, 다른 날에는 진득한 조류 덩이가 강물 표면을 완전히 뒤덮습니다.”

녹조는 화학비료나 오수 등의 유입으로 부영양화(富營養化)된 호수나 하천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창궐하면서 발생한다. 강이 흐르는 상태라면 부영양화 물질은 씻겨 내려가기도 하고, 모래톱이나 수생식물이 살아있다면 자정 역할도 해 준다.

그러나 물이 고여 있어서 자정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수온이 높아지면 녹조는 가속화된다. 녹조가 발생하면 수중 산소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수중 생물이 폐사할 위험이 높아질 뿐 아니라, 원인물질은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을 포함한다. 정수근 국장은 이번 낙동강 녹조의 원인물질이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이며, 이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라고 설명한다.

▲ 대구 정평위 <함께꿈> 편집위원들이 낙동강 지천인 백천에서 정수근 국장에게 녹조 현상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250만 대구 시민의 식수원이 녹조로 뒤덮여”
“수질 개선한다더니 정수처리에만 수십억”

이날 현장에는 정수근 국장뿐만 아니라 대구 정평위 소식지 <함께꿈> 편집위원 3명이 동행했다. 8월 말 발행하는 10호 특집에 4대강 사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다루기 위해서다. 편집위원인 박병규 신부는 “녹조는 낙동강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250만 대구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강이 대구 시민들의 식수원이에요. 하지만 신자들에게 ‘녹조가 매우 심각하고, 이런 문제는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말하면 ‘신부님, 그 좋은 걸 왜 뭐라 뭐라 합니까’라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이 말도 안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으리으리한 조형물이 생기고 흙먼지 날리던 곳에 시멘트가 발라지니, 막연히 ‘우리 동네가 발전했구나’라고 생각하지요. 하물며 녹조를 좋은 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내용의 심각성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지요. 4대강 사업의 본질을 다시 조명하고 끊임없이 알릴 필요가 있습어요. 물이 이런 상태고, 그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이죠.”

녹조가 창궐하는 강정고령보 바로 옆에 죽곡 취수장이, 1.5㎞ 앞에 매곡 취수장이 있다. 죽곡 취수장은 공업용수로 쓰이지만 매곡 취수장은 식수로 쓰인다. 정수근 국장은 “수질관리당국은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잡을 수 있으니 안전하다고 말한다”며 “변기를 깨끗하게 소독해서 물을 담아준다고 마실 수 있겠는가” 물었다. 이어 “정수처리를 위한 예산만 수십억이다. 수질 개선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했으면서, 오히려 수질이 악화되고 비용이 드니 대체 왜 이 사업을 했는가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강정고령보와 멀지 않은 곳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으로 향했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선원리를 감싸고 흐르는 백천은 강정고령보 근처보다 훨씬 상태가 심각했다. 물의 양은 많아졌지만 움직임이 거의 없어 오히려 역류하는 듯 움직였고, 강가 쪽으로는 초록색 거품들이 부글거렸다. 박병규 신부는 “녹조가 지천에서도 발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보트 한 척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물 위를 오고갔다. 작은 지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트였다. 정수근 국장은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고용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강물 표면을 움직이게 만들어 녹조가 뭉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본류인 강정고령보에도 수문은 모두 열려 있었다. 자전거 도로 아래쪽에서는 물을 뿜어내고 강 한쪽에서는 작은 크기의 스크루가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강 전체에 퍼진 녹조를 생각하면 장치는 역부족이었다.

정 국장은 “표면에 드러난 녹조가 이 정도이고 물속은 완전히 궤멸 상태”라고 설명했다.

“바닥에 부유물 덩어리가 찐득하게 겹쳐져 뻘처럼 변했어요. 생물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도랑일 때엔 재첩도 살았던 곳인데.”

▲ 같은 장소에서 지난 7월 중순에 촬영된 죽곡취수장 앞의 녹조 (사진 제공 / 정수근)

녹조 문제에 관심 없는 주민 많아… “물이 많아져 낚시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백천의 이런 상태와 녹조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 했다. 곳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를 잡던 동네 주민 중 한 명이 동행한 편집위원에게 말을 건넨다.

“여기 물 색깔이 왜 이런 거예요?”
“녹조예요. 물이 고여 있어서 썩는 거예요.”
“왜 생기는 건데요?”
“낙동강에 보를 만들어 놓으니 물이 흐르지 못해서요. 고기는 좀 잡히나요?”
“예전보다 물이 많아지니까 좀 잡히네요.”
“잡아서 드시기도 하세요?”
“그럼요.”
“물이 썩었는데 왜 드세요? 건강에 안 좋아요.”
“아이고~ 물고기는 다 살아있어요. 퍼득퍼득 싱싱해요.”

4대강 공사 후 백천의 수위가 높아지자, 전보다 좋아졌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정수근 국장은 “수질과 상관없이 물이 많아져서 좋아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예전엔 발목까지 오는 도랑이었는데 지금은 강 수준이죠. 그런데 사실 예전에도 물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모래 아래로 물이 흐르는 건데 사람들은 표면에 있는 물만 물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게다가 그때는 깨끗한 물이었어요.”

4대강 사업은 녹조뿐 아니라 역행침식, 측방침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낙동강 본류의 과도한 준설 작업으로 빠져나간 모래를 메우기 위해 지천에 있는 모래가 본류로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모래층 위에 세운 다리들이 무너졌다. 달성보 밑의 5번 국도변은 침식이 도로변까지 들어와 지반 보강 공사 중이다. 구미대교 인근 낙동강가 언덕에 있는 동락서원도 아래쪽이 모두 침식돼 급물이 치면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올해 초 동락서원 제방을 지지해 놓은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렸으며, 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로 그물망을 쳐 놓은 상태다. 낙동강변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도 안전하지 않았다. 측방침식이 계속돼 지반이 약해지면서 작년 가을부터 올해 초에 걸쳐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 역행침식으로 현풍천 바로 아래서 낙동강과 만나는 차천 둔치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사진 제공 / 정수근)

20년 참외농사 지으며 단 한 번도 없었던 홍수,
4대강 사업 끝난 작년 여름에 겪어

백천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선남본당 사목회 총무 이재관 씨는 “낙동강에서 30년 참외농사를 지었는데 저런 녹조는 평생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씨는 자신의 농지는 그나마 지대가 높아서 영향이 덜하지만 강가 낮은 지대에서 참외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비가 올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전한다. 2011년 강정고령보 성주 참외농가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참외 하우스 500여 동이 완파되었고 피해액은 30억 원에 달했다. 20년간 단 한 번의 홍수 피해도 없던 지역이었다.

“예전엔 도랑에서 자연히 물이 흘러 배수가 잘 됐어요. 소나기가 와도 30분 지나면 빠른 속도로 물이 내려갔지요. 그런데 보를 설치한 다음에는 개울이 강이 될 정도로 수위가 올라와 있는데도 물은 흐르지 않으니 비가 오면 배수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홍수 위험이 더 커졌어요.”

이 씨는 “평생 물에 잠긴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홍수 예방하려고 보를 지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한탄했다. 그는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공사는 처음”이라고도 말했다.

“공사에 관한 민원을 넣으면 곧바로 해결해줬어요. 처음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엄청난 물량공세에 조용해졌지요. 어떻게든 추진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농지 리모델링 과정에서 보상을 받았으니 맘에 들지 않아도 뭐라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요. 안타깝습니다.”

정수근 국장은 “수질 악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보 자체도 설계상의 문제가 많아 주저앉을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신중하게 시차를 두고 보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6개의 보를 허무는 데 드는 비용은 2천억 원이거든요. 그런데 4대강 유지관리비가 정부 추산으로 1년에 2천억이죠. 하천학회에서는 두 배가 넘는 5천억으로 봅니다. 전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죠. 허무는 편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더 나아요.”

▲ 박병규 신부(오른쪽)와 정수근 국장이 지천의 침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부실 투성이 4대강 사업 완공,
대구 · 경북 시민 ‘인식의 전환’ 불러올까

정수근 국장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유일한 긍정적 성과는 ‘대구 · 경북 지역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라고 말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정부나 여당이 하는 사업에 대해 ‘알아서 잘하겠지’ 혹은 ‘반대하면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하죠.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워낙 말도 안 되는 사업인지라 ‘아, 정부가 하는 사업 중에 이런 엉터리 사업도 있구나, 마냥 찬성만 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인식이 생기고 있어요.”

박병규 신부는 4대강 사업이 궁극적으로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환경파괴나 개발지상주의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22조나 쏟아 부은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게 가능했다는 사실이에요. ‘나에게 피해가 없으면 괜찮다’는 인식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어요.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면 괜찮고,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면 가치가 바뀝니다. 전형적인 자본주의의 노예가 아닐까요? 이런 인식을 계속 갖고 있다면 4대강 사업보다 황당한 일도 또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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