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마태 17,22-27

제자들이 갈릴래아에 모여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사흗날에 되살아날 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몹시 슬퍼하였다.

그들이 카파르나움으로 갔을 때, 성전 세를 거두는 이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 “여러분의 스승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베드로가 “내십니다.” 하고는 집에 들어갔더니 예수님께서 먼저, “시몬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서 관세나 세금을 거두느냐? 자기 자녀들에게서냐, 아니면 남들에게서냐?” 하고 물으셨다. 베드로가 “남들에게서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그렇다면 자녀들은 면제받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마태 17,22-27)


그리스도인의 세상 사는 법

예수님께서 당신 수난에 대해 두 번째 예고를 하십니다. 그리고 성전 세에 대한 입장을 밝히십니다. 수난에 대한 예고와 성전 세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연이어 나오는 것은 우연한 것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의 두 가지 측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이 두 가지는 서로 상반되는 것 같습니다. 수난과 십자가 죽음은 세상을 거스르는 것이고, 성전 세를 내는 것은 세상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한편으로는 세상을 거슬러 십자가를 지고 죽음으로써만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 사람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성전 세를 내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지만 이 말씀은 우리 편의대로 살면서도 그 모든 것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편리한 이중 잣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이라면 분명히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십자가를 지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거리라도 되듯이 특별한 사람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는 가르침일 것입니다.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시는 예수님께서는 성전 세를 내실 이유가 없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바로 하느님께서 계시는 새 성전이요 유일하고 완전한 성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성전 세를 기꺼이 바치십니다. 십자가를 받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성전 세를 내지 않으면 잡혀갈까봐 두려워 성전 세를 내셨을 리가 없습니다. 성전 세를 내지 않는다고 세상 사람들이 욕하는 것이 무서워 성전 세를 내셨을 리가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처지가 되시고자 성전 세를 내신 것입니다. 당신을 특별한 분으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고자 성전 세를 기꺼이 내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보다 더 특별한 사람은 없을 터이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당신의 길, 세상을 거스르는 십자가의 길을 가시고자 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역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특별한 지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부르심으로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분명 잘난 사람들입니다. 맘껏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니 가져야 합니다.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지위가 교만이나 우월감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이 자연스러운 우리의 삶이 되어야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자신을 선전하는 홍보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십자가는 자신을 들어 높이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하기 위한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한 사람으로 남아 있음으로써 세상 사람들의 추함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세상사람 사이에 들어가 이 모두를 거룩하게 변화시켜야 할 사명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하나 되어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사명인 십자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삶을 살아갈 때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하느님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상지종 신부 (베르나르도)
의정부교구 성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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