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평화책마을 두번째 프로젝트... 책 10만권 모으기 진행중

‘해군기지 반대’가 선명하게 박힌 노란색 깃발이 집집마다 펄럭이는 제주 강정마을. 공사장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사거리, 평화센터 건너편에는 아담한 흰색 건물이 있다. 지난 4월 6일 문을 연 평화책방이다.

평화책방은 ‘강정 평화책마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성과물이다. 평화책마을 프로젝트는 강정마을 전체를 하나의 큰 도서관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강정문제에 관심을 가진 작가들이 ‘문화와 예술로 폭력과 전쟁에 맞서자’는 데에 뜻을 모았고, 이후 주민들이 동참했다.

▲ 평화책방 메니저 김세리 씨 ⓒ문양효숙 기자

이 프로젝트의 시작인 평화책방은 작가들이 넉넉지 않은 주머니를 열어 마련한 공간이다. 5000여 권에 달하는 책도 작가들과 전국의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보내왔다. 이름은 책방이지만 책을 보며 커피와 차를 마시는 곳이니 정확하게는 북카페다. 이곳에서는 공예, 일러스트 강좌와 책방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문을 연지 4개월, 책방의 매니저 김세리 씨는 무엇보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을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강정에서 산지 2년 5개월째인데,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할 때 아이들을 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들 대부분이 해군기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상처가 깊어서인지 아이들이 해군기지 문제에 노출되기를 바라지 않으시거든요.”

다행히 아이들은 해군기지에 대한 부모의 찬반과 상관없이 친구들끼리 잘 어울려 논다고 했다. 그러나 7년이나 마을을 전쟁터로 만든 문제가 무엇인지 모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강정초등학교 애들 99%가 반대해요’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도 그걸 것이 구럼비 바위는 보말잡고 성게잡고 수영하는 자기들 놀이터였는데 그게 없어졌잖아요. 그러니까 해군 나빠. 왜 우리 놀이터를 빼앗는 거야 하는 거죠.”

▲ 강정마을 평화책방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문양효숙 기자

▲ 평화책방. 작가들과 시민들이 보내 온 5,000여 권의 책으로 가득하다.ⓒ문양효숙 기자

▲ 마을 아이들을 위한 맡겨두는 차 ⓒ문양효숙 기자

아이들은 오며가며 책방에 들러 놀았다. 책방에 왔다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본 동네 삼촌(지킴이들은 동네 분들을 삼촌이라고 부른다)들이 후원금을 줬다. 그렇게 모인 7만 원으로 ‘강정아이들을 위한 맡겨두는 차’를 시작했다. 여기에 지킴이들이 돌담 쌓는 아르바이트를 해 받은 아르바이트비를 쪼개고 방문객들은 자신의 차 값에 얹어 보탰다. 아이들은 평화책방에서 누군가가 맡겨놓은 와플을, 맛있는 제주뎅유자차와 코코아를 마신다.

세리 씨는 간혹 주민들의 편치 않은 시선도 느낀다.

“지킴이들이 있으니 저녁엔 가지 말라고 하는 부모님들도 계시고, 프로그램 홍보를 하러 다닐때 경계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그러나 세리 씨는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책방이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강정 마을에서 ‘누구나’라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강정마을에 들어오는 순간 해군기지 찬성이냐 반대냐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요. 만날 수 없는 경계가 만들어지고 상처는 점점 덧나죠. 반대투쟁을 말하지 않아도 평화책방은 이미 그런 공기로 가득 찬 공간이니, 해군기지 이야기를 하지 않음으로 반대투쟁에 뜨거운 온도를 지닌 사람도, 미지근한 온도를 가진 사람도 모두 올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만나면 소통이 되고 그러면 무언가 치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강정마을 평화책방 ⓒ문양효숙 기자

*평화책방에 이어, 강정평화책마을 프로젝트는 현재 ‘십만대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6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100일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십만 권의 책을 기증받아 10월 17일 배 한 척에 모두 실어 강정마을로 향한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구성된 ‘100일 선봉대’의 김형석 단장은 “각계각층의 후원을 받아 책을 실은 컨테이너가 마을 빈 공간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책을 운반하는 당일에는 자원봉사자 500여 명이 컨테이너에 그림을 그리고 책을 운반하는 일에 동참한다.

▲문의/다음까페 ‘강정책마을십만대권프로젝트’

    http://cafe.daum.net/100000book

    http://www.gangjungp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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