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의 향기 - 11] 삼무곡자연예술학교

강원도 삼척 응봉산 골짜기에 있는 삼무곡자연예술학교엔 세 가지가 없다. 판단이 없고, 소유가 없고, 결정적으로 계획이 없다. 주일학교 캠프에도 주제와 장소, 예산이 포함된 기획안이 먼저고, 30분짜리 소극장 공연에도 분 간격으로 체크된 큐시트가 모든 행사 관계자의 손에 들려있으며, 하다못해 40분짜리 유치원 수업에도 ‘수업계획안’이 필요한 세상에서, '계획 없이'라니. 계획없이 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또 아이들은 대체 어떤 교육을 받을까.

▲ 강원도 삼척에 있는 삼무곡 예술학교의 사계.(사진제공/ 삼무곡자연예술학교)

열흘 만에 만들어진 삼무곡자연예술학교, "사건은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통로예요"

삼무곡자연예술학교의 교장 김종률 목사는 삼무곡이 ‘열흘만에 만들어진 학교’라고 설명한다.

2008년 4월, 한 대안학교 교사였던 김 목사는 교육방법의 차이로 학교를 그만뒀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안에는 늘 ‘그분’의 뜻이 있다고 믿었던 그는 이 사건으로 그분이 하시려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누군가 던져놓듯 삼무곡자연예술학교의 밑그림이 김 목사 앞에 펼쳐진 건 그분의 뜻을 물은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장편소설과 시집을 내고 청소년 목회에 열정을 쏟았던 김 목사는 예술을 좋아한 덕분에 주변에 친한 예술가가 많았다. 하느님께서 준비해주신 사람들이라 여겼다. '굴렁쇠 아이들'의 작곡가 백창우 씨를 비롯해 강원국악관현악단 지휘자 노부영 선생, 테너 임정현, 피아니스트 임미정 선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가들이 흔쾌히 김 목사의 뜻에 동의했다. 열흘 만에 홈페이지를 열고 학생모집을 시작했다. 삼무곡자연예술학교는 2008년 9월 1일 개교했다.

김 목사는 “사건은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는, 하느님이 일하시는 통로”라고 말한다.

“사건이 벌어지면 그것이 무엇을 불러내는지 여쭙고 주시는 답을 듣는 게 제일 중요해요. 학교의 주된 배움의 내용도 그것이구요. 일상의 경험이 하느님이 내게 말하는 메시지의 통로지요. 사건이 벌어지면 그걸 통해 새로운 세계로 옮겨갈 수 있어요. 생각하고 치밀하게 계획해서 진행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네가 무엇을 하든 괜찮다"  무한한 자유 속에서 진짜 자유인이 되는 길을 배우는 아이들

계획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될까. 김 목사는 “커리큘럼은 아이들 마다 다르고 학기 마다 바뀐다”고 말했다. 다만 삼무곡에도 다섯 단계의 큰 흐름이 있다. 1단계는 ‘내 맘대로 살기’다. 일단 삼무곡에 입학하면 학생들은 뭐든 마음대로 한다. 매일 잠을 자도,밤에 식당을 다 털어 먹어도 괜찮다. 사고를 쳐도 학교가 모두 책임지는 기간이다.

“부모님이 하루에 한 시간 컴퓨터 게임을 허용한 아이가 있고 열 시간 허용한 아이가 있다고 해봐요. 두 아이가 다르게 생각할 것 같지만 둘 다 ‘나는 마음껏 컴퓨터를 해본 적이 없어’라고 고백해요. 제한적 자유는 똑같은 결핍을 만들어요. 이 결핍이 청소년 아이들에게 많은 불만과 분노를 야기하죠.”

학생 입장에선 더할 나위없이 행복할 것만 같은 이 시간은 기본적으로 세 달이지만 더 요청하면 여섯 달도 가능하다. 김 목사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이들은 거짓말처럼 그 결핍에서 놓여난다”고 말했다. ‘지랄총량’을 채운 까닭이다. 아이들은 슬금슬금 나와 “저도 뭐 좀 시켜주세요”라고 한다. 모든 자유가 보장되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불만이 사라진다.

“자유는 늘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을 감수해야 하잖아요. 불안하시지는 않으세요? 이 녀석들이 무슨 사고를 치려나 하고”
“그렇죠. 하지만 세상 전체가 그분의 놀이판인데 도망 가봐야 어딜 가겠어요. 흔히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면 교육에서 이탈하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공간이 옮겨진다고 배움이 멈춘 게 아니죠. 어디에 있든 배움의 여정에 있는 사람으로 존중해요.”

이때를 보내고 나면 ‘기꺼이 하기’ 단계로 넘어간다. 넘어간다는 사인은 “명상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내면의 소리를 어떻게 듣는 거예요?”라는 아이들의 물음과 요청이다. 삼무곡자연예술학교에서는 요청이 있기 전에는 절대 돕지 않지만, 요청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기꺼이’가 자유인이 되는 길이란 걸 깨달아가요. 성서에 ‘누구든지 억지로 오리를 가자고 하면 기꺼이 십리를 가줘라.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을 줘라’ 하는 말씀의 참뜻이라고나 할까요. 겉옷 달라고 해서 겉옷만 주면 달라고 하니 할 수 없이 준 거 잖아요? 그래서 자괴감과 박탈감을 경험하죠. 하지만 나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서 속옷까지 기꺼이 내놓으면 자유인이 되는 거죠.”

▲ 삼무곡자연예술학교 교장 김종률 목사 ⓒ문양효숙 기자

다양한 방법으로 명상을 연습하고 스승님을 모시는 아이들, "참 스승은 내 안에 있다"

2단계에서 아이들은 명상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하루 종일 못을 밖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돌을 깨서 돌조각을 하는 아이도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아이는 ‘아무것도 안하고 식물인간 되기’를 한다. 매일 저녁 8시, 학교의 모든 학생과 교사가 모여 하루의 깨달음을 나누는 저녁명상 시간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소중하다. 아이와 교사들이 걷는 모든 길들이 이 시간에 확인된다.

3단계는 ‘스승 모시기’다. 최종적 스승은 ‘자기 안의 참 나’지만, 그를 위한 연습으로 드러나 있는 스승을 모신다. 눈에 보이는 이를 스승으로 삼아 묻고 따르며 결국 자기 안에 있는 참 스승을 어떻게 모시는지 배운다. 이 과정에서, 자기를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한다.

아이들은 성장의 단계와 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공통 커리큘럼이 없다. 삼무곡 25명의 학생은 다 자기만의 커리큘럼을 따라 학교생활을 한다.

“한 명 한 명 신경 써서 지켜보려면 교사가 상당히 많아야겠네요?”
“삼척 삼무곡 교사는 저까지 4명이예요.”
“아이를 자세히 살피려면 4명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으세요?”
“교사가 4명이 있지만 사실 선생은 한명이죠. 삼무곡에는 학생 밖에 없어요. 교사는 자기도 학생이 되어서 똑같은 배움의 여정을 걷죠. 그러니까 가르치려 애쓰거나 꼭 해야만 하는 업무 같은 게 없죠. 하물며 저희는 기숙학교인데 당직교사도 없어요. 서울 삼무곡에 일이 있을 때 교사들이 전부 와서 아이들끼리만 있을 때도 많죠.”
“걱정 안되세요?”
“전혀요.”

학생들이 스승님에게 묻고 답을 듣는 데에 익숙해지면 그것을 몸으로 익히는 연습에 들어간다. 알아도 몸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들음을 따라 걸음을 옮길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가 ‘성인식’이다.

졸업식인 '존재의 선언식'을 앞두고 떠나는 '대책없는 여행'

‘성인식’은 ‘존재의 선언식’이라고도 부른다. 굳이 표현하자면 ‘졸업식’같은 개념이다. 존재의 선언식을 앞둔 학생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의 모든 기억을 훑으며 자신의 상처를 하나하나 다 끄집어낸다. 김 목사는 “상처는 자신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말했다.

“한 집에 아이가 세 명 있다고 해 봐요. 엄마가 야단쳤을 때 세 명이 다 상처를 받는 게 아니거든요. 어떤 놈은 상처를 받고 어떤 놈은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받은 녀석은 그게 세상에서 풀어야할 숙제인거예요.”

그 때부터 학생은 독방을 쓴다. 모든 일과에서 열외가 된다. 대신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내가 만난 스승님 이야기, 내가 안고 있던 상처가 무엇인지 등을 포함해 6개의 숙제에 자기의 답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마지막 단계다. 숙제를 마치면,  졸업을 앞 둔 학생은 텐트를 지고 홀로 산에 들어간다. 짧게는 3일, 길게는 20일까지 기한은 따로 없다. 자기 안에서 ‘하산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내려온다.

마지막으로 ‘존재의 선언식’을 앞둔 학생은 ‘대책 없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경비도, 목적지도 없이 떠나는 이 여행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다른 이에게 아무것도 요청하지 않는 것'이다. 밥을 달라거나, 잠자리를 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 “오직 자기 안의 스승님께만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하나는 모든 이의 요청을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알고 어느 것도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절대 신뢰과정이다.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세상에 자신을 내어 놓는 경험이다.

▲ 지난 6월 삼무곡자연예술학교의 졸업식인 '존재의 선언식' (사진제공/삼무곡자연예술학교)

지난 6월, 존재의 선언식을 한 곽정현 씨는 2박 3일간 동해안을 여행했다. 그는 이 시간이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을 더해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한 확신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두렵기도 했고요. 그런데 걸으면서 점점 확신으로 옮겨갔어요. 내 안에 계신 그 분께 요청했더니 뭐든지 저절로 된다는 걸, 일을 저질러 놓으면 수습하는 건 그 분이니 마음껏 해도 된다는 걸 몸으로 경험했어요. ‘아, 뭘해도 죽지는 않겠구나’ 하고요.”

처음 여행을 시작하는 날, 밥을 한 끼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걷고 있던 정현 씨에게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태워주겠다’고 했다. 요청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누군가가 무언가를 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니, 냉큼 차를 얻어 탔다. 대화를 나누며 “이런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처음 본 그는 흔쾌히 “내가 밥을 사줄게”하고 밥을 사줬다. ‘학교에 들어가야 겠다’ 생각한 마지막 날에는 잘 곳이 없어 처마에 앉아 비를 보고 있는데 술에 잔뜩 취한 이가 ‘왜 집에 안 들어가냐’며 집에 데리고 가 재워주기도 했다. 어찌 보면 험한 세상에서 위험천만해 보이기도 하는 이런 여행에서, 그는 “무슨 대책을 세우고 살지 않아도 괜찮다. 세상은 나를 돕는 천사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삶이 건강하면 저절로 나오는 게 예술이다

김 목사는 “밥을 맛있게 먹으면 건강한 똥을 싸는 것처럼 삶이 건강하면 저절로 되는 게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예술학교지만 예중·예고 같은 전형적인 예술교육을 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죠. 삼무곡 커리큘럼의 중심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기로 사는 법’이예요.”

그는 ‘나로 사는 삶’은 모든 게 예술이며, 그 삶이 표현되는 방법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하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몸의 언어가 익숙하면 연극, 선율이 익숙하면 음악, 언어가 익숙하면 글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관은 간혹 예술 교육 전문가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작곡을 하던 학부모가 삼무곡에 다니는 딸이 작곡을 하는 것을 보고 전문적인 교육을 더 시키고자 했다. 김 목사는 학부형과 한창 실랑이를 했다.“레슨을 시키고 학교 교육 틀 안에 넣으면 아이의 예술적 생명력은 끝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어느 선생한테 배우면 그 선생을 배우지만 그를 뛰어넘기란 불가능하다”며 “아이들이 전문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예술이라는 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 혹은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충분히 습득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요?”

“그건 어린아이가 완벽한 언어를 구사해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과 똑같아요. 어린아이는 몇 단어 표현 못 하는데도 충분히 엄마 아빠랑 소통하잖아요. C,F,G 코드 세 개만 갖고도 얼마든지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만들 수 있거든요.”

간혹 홀로 텐트를 가지고 산으로 들어갔던 아이들은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음악을 좋아하던 아이가 곡을 받아 나오기도 하고, 첼로를 연주하는 한 아이는 산 속에서 길을 잃어 밤새 헤매다 나오면서 첼로 곡을 받아 나오기도 했다. 김 목사는 “고요해지고 나면 창조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 작년 11월에 대학로에 문을연 '소나무길 삼무곡 까페' 바리스타 염승민 씨 ⓒ문양효숙 기자

대학로에 문을 연 '소나무길 삼무곡 까페', "이 공간엔 정해진 값이 없어요"

삼무곡은 작년 11월, 서울 대학로에 까페를 열었다. 원래 연극전용 극장의 관객 대기실로 쓰이던 작은 홀이었던 이곳은 지인의 도움으로 삼무곡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됐다. 이곳에서는 커피교실, 기타교실, 글쓰기 강좌 등이 열리고 주말에는 삼무곡 청소년들이 공연을 한다. 매주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극장에서 삼무곡 선생님들이 공연을 한다. 일명 ‘괜찮은 콘서트’다. 지난 3월부터 이현주 목사, 피아니스트 임미정 선생, 가수 홍순관 씨가 공연을 했고 하반기에도 성악가 임정현 씨, 플루티스트 용서해 씨, 굴렁쇠 아이들의 백창우 씨 등이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까페의 바리스타 염승민 씨는 최근 커피에 정해져 있던 가격을 모두 없앴다. “망해도 괜찮다”는 김종률 목사의 호언장담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이곳에서 “나는 그저 사랑의 기운이 지나가는 통로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제가 커피를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커피를 만드는 기계였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내가 이 공간을 만들어 가는  큰 흐름에 동참하는 한 조각이구나. 사랑의 한 통로구나. 나는 그저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여기서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소나무길 삼무곡 까페에서 삼무곡자연예술학교 청소년들이 토요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무곡자연예술학교)

다양한 길을 걷는 11명의 졸업생, "불완전하다고 이 순간이 완벽하지 않은 건 아녜요"

지금까지 삼무곡은 1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군대에 가기도 하고 작가로, 싱어송라이터로, 또 다른 학생으로 다양한 길을 걷고 있다.

상담가가 되고 싶다는 정현 씨는 존재의 선언식에서 “네가 가는 곳이 삼무곡이니 마음껏 뜻을 펼쳐도 좋다”는 스승님의 말씀이 가슴에 남는다면서 앞으로의 삶이 “설레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무곡에 있으면서 단지 그 곳의 시너지 때문에 그렇게 존재할 수 있었던 건지, 아니면 내 안에 무엇인가가 차곡차곡 쌓였던 것인지 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 두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불안전하다고 지금 이순간이 완벽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난 6월, 정현 씨와 함께 존재의 선언식을 한 최윤혁 씨는 삼무곡에서 받은 가장 큰 가르침이 뭐냐는 질문에 “지난 봄의 산행이 떠오른다”고 답한다.

“일 년에 두 번 산행을 가거든요. 지리산에 갔는데 길이 너무 예쁜 거예요. ‘아, 이 길 참 예쁘다’하면서 좀 더 곱씹어 보니  길이란 게 딱 여기부터 저기까지라고 할 수 없더라구요. 다 이어져 있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길이 저기 길과 같은 길이고. 우리는 목적지가 없구나, 길 위에 있는 게 삶이구나 깨달았어요.”

삼무곡 졸업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기억’났다. 인간이 원래 영적인 존재라는 것이. 세상이 하느님이 벌여놓은 놀이판이며 무엇을 한다 해도 다 그 분의 넓은 품 안이라는 것이. 어쩌다, 어느 순간에 이렇게 새까맣게 잊었는지 모르지만 분명 그랬다. 김종률 목사는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르는 걸 가르쳐서 알게 하는 게 아니라 본래 알고 있던 걸, 잠시 까먹었으니 그걸 기억나게 하는 거죠. 삶의 모든 경험은 그걸 기억나게 하는 과정이고. 그러니 굳이 말한다면 삼무곡의 교육은 ‘내버려두는 교육’이라고 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삼무곡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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