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차 시국미사가 촛불평화미사로..다음주엔 여성전례를

천주교 시국미사가 '촛불평화미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12월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에는 약 70여명의 수도자 평신도들이 참여했다.  '촛불평화미사'를 주관하는 '천주교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시국미사라는 형식을 버리는 대신 그 정신을 온전히 담는 정기적인 미사를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국회의는 "촛불평화미사를 통해 정부탄압을 받는 모든 촛불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고, 교회쇄신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오체투지와 같은 내면수행 자리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촛불평화미사를 집전한 정만영(꼴베-예수회)신부는 미사강론에서 “당신이 찬양받으실 분의 아들 메시아요?(마르코: 14:61)”라고 성경구절 인용하며 대림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설명했다.

정신부는 "바뀌지 않는 불의한 사회구조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을 때 신앙인들 모두 예수님께 '당신이 오시기로 한 메시아 입니까?'라고 질문할수 있다"고 설명한 뒤 "자기 내부의 어두움을 바라보지 못하고 외부로만 투사하고 있지 않은 지 대림절 동안 묵상하며, 내안에 계신 하느님을 찾는 시기로 보내자"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후에는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된 '김동애(소화데레사-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 위원장)'씨의 강의가 이어졌다.

▲ 기득권세력은 돈만 벌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쟁하는 사람은 모진사람일수밖에 없다. 혼자 힘들고 어려우니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 김동해
김동애씨는 "전국대학을 살펴보면 전임교수 6만명에 비정규교수가 13만명으로 실제 대학교육은 비정규직 강사가 더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년 강의료 수입은 500-1000만원에 4대보험, 근로계약, 연구실, 연구비도 없어, 99년이후 6명의 대학강사가 자살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동애씨는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 법률 때문에 대학 비정규 강사들이 고통당하고 있다. 관련법 개정은 번번히 대학들의 로비에 의해 이루어지지 못했다. 현재 국회앞에서 460여일째 천막농성중"이라며 자신의 싸움을 "하느님께서 주신 십자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2월13일에 프란치스코회관 4층에서 봉헌될 촛불평화미사는 "여성전례"로 진행된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미사를 마치고 비정규노동자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 우체국까지 거리행진을 하고 일정을 마쳤다.

 

천주교시국회의에서 드리는 글

 촛불 정국과 관련하여 가톨릭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은 지난 6월 8일 처음으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한 이래 지난 11월 29일(토)까지 모두 23차례의 “촛불 바람에 응답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해 왔습니다. 그동안 시국미사는 촛불을 든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공간이자 개별 혹은 공동의 실천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 왔습니다.

시국미사가 이어진 지난 6개월을 돌아봅니다.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의 열기는 점점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오기는커녕 항의하는 촛불들을 무력으로 끄는 일에만 관심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정부는 촛불을 끈 성과를 발판삼아 공기업 민영화 정책, 의료 민영화 정책, 입시 전쟁을 당연시하는 교육 정책 등을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촛불 바람에 응답하는 시국미사”를 “촛불평화미사”로 고쳐 부르며 계속 이어가려 합니다. 우리가 응답하려 했던 거리의 촛불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지만 촛불이 원하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촛불이 남긴 정신은 이미 쇠고기 문제를 넘어 국가권력의 정의롭지 못한 정책 전반을 바꾸는 일로 옮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국미사를 준비해온 우리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은 “시국미사”라는 형식을 버리는 대신 그 정신을 온전히 담는 정기적인 미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촛불평화미사”는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반(反)평화를 고발하는 광장이 될 것입니다.
이 광장에서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촛불은 첫째,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밝히는 촛불입니다. 공안탄압을 방불케 하는 정부의 탄압에 외롭게 맞서고 있는 모든 촛불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한편,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은 같은 촛불을 들어도 소외될 만큼 우리 사회에서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였습니다.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 맨 먼저 피해를 입게 될 이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촛불평화미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들을 발견하고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고자 합니다.

둘째는 우리 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밝히는 촛불입니다. 최근 강남성모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서 발견되듯이 우리 교회 안에도 소외된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그대로 두고 세상을 향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위선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촛불평화미사”를 통해 교회를 쇄신하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셋째는 우리 자신을 밝히는 촛불입니다. 오체투지가 보여준 것처럼 “참된 변화와 희망의 바람은 우리 자신에게서 불어옵니다. 우리 현실을 짓누르고 힘들게 하는 것들은 우리 자신의 태만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왜곡된 형상들입니다. 우리 스스로 내면과 생활을 바꿔갈 때만이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맛볼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경, 감사와 돌봄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서로에게 빛이 되고 거친 바람 막는 병풍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수행입니다.”(문규현 신부, “오체투지(五體投地) 순례의 길을 떠나며”) 우리는 “촛불평화미사”를 이어가면서 우리 자신을 밝히는 촛불을 들고자 합니다.

천주교시국회의(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분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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