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총 60회에 걸쳐 민중화가 홍성담 씨의 소설이 에 연재되었다. 홍성담 씨는 지난 2006년 5월 광주를 다룬 ‘십자가의 길 14처’를 그리기도 했던 작가로, 이번에는 모두 1300매에 달하는 소설을 썼다. 라는 제목의 소설은,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배신자의 오명을 뒤집어
먼저 살인 강도범 두 사람이 각자 십자가의 횡대를 메고 병사들의 뒤를 따라 대문을 나왔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이가 횡대를 어깨에 메고 병사들에 이끌려 나왔다. 머리 위에 왕가시나무 넝쿨을 감았다. 그이의 하얀 옷은 이미 핏빛으로 얼룩졌다. 가시에 찔린 이마에서 흘린 피가 코끝과 턱 아래로 떨어졌다. 관정 앞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무뢰배
수비대장이 관저 수비대 병사들 중에서 이십여 명의 용병들을 뽑아 대기 시켜놓고 기다렸다. 모두 투구를 벗고 왼쪽 팔의 파란 견장 띠를 벗으니 마치 대사제 가야파의 사병들처럼 보였다. 로마 군호가 새겨진 칼은 내려놓고 모두 쇠뭉치와 작은 칼로 무장했다. 내가 아직 시간이 이르다며 목이 마르니 술을 내오라고 했다. 수비대장이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은 술병
나는 밤에 그이가 머무르고 있는 마르타의 집으로 갔다. 그이가 마르타 자매들과 막달의 마리아 그리고 몇 명의 형제들과 막 저녁 식사를 끝내고 쉬고 있었다. 그이와 나는 따로 뒤뜰로 나왔다. 막달의 마리아도 그이의 뒤를 따라 나왔다. 상현달이 벌써 정중을 하고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작은 의자를 두 개 가져와서 그이가 앉고 두어 발짝 떨어져 내가 의자에
‘총대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은 대성공이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모든 일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었다. 그이도 우리 제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를 신뢰하고 그것에 맞추어 말을 하고 행동을 했다. 첫날 성전에 들려 성전마당의 장사꾼들의 상을 엎기 전에 그이는 우리들에게 귓속말로 잠깐 문제를 제기했다. ‘성전
56. 다음날, 나단을 페레아의 랍비 바리야에게 급히 보내 그의 모든 제자들을 예루살렘으로 동원해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그리고 야고보와 나타나엘은 예루살렘 인근의 양심적인 랍비들을 찾아 설득하여 이번 유월절행사가 작년과 같이 피바람으로 끝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읍소했다. 예리고 3차 회동에서 열을 올렸던 예루살렘의 젊은 랍비 베냐민
사실 그이는 두어 달 전부터 무엇인가 바쁘게 자신의 마음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가끔 혼잣말처럼 때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고 했다. 제자들을 두 명씩 짝을 지어 전도를 내 보내면서 아무래도 미덥지 않는지 열 번도 더 반복해서 우리들이 마을에 들어서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할 것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지난날 하로드 계곡에서 몇 조로 나뉘어 그곳 주
나는 수레를 끌고 거침없이 달렸다. 예루살렘을 한달음에 벗어나서 이미 새벽이 되기 전에 베다니의 외곽을 돌아 예리고로 향하는 샛길을 잡았다. 좁은 산길을 달리면서 외짝바퀴 수레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숲속 샛길에 드니 비로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수레의 양쪽 손잡이에 천을 묶어 목 뒤로 걸었던 까닭에 목덜미는 벌써 물집이 터져 쓰라렸다. 나는 달리
밤공기가 싸늘했다. 저 상현달이 무덤정원의 서쪽 언덕으로 들어가려면 아직도 두어 뼘이 더 남았다. 그이와 함께 했던 지난 몇 년이 오늘 하루 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두어 발짝 뒤로 걸어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갈겼다. 오줌이 뚝 멈추면서 몸이 후드득 떨렸다. 다시 건초위에 쭈그리고 앉아 신발 끈을 조여 맸다. 저 달이 떨어지면 금
가버나움에 마련한 집은 사실상 거의 비어있다시피 했다. 그이와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밖으로 돌았다. 가장 먼저 그이는 하틴의 뿔이라고 부르는 카르네산 좁은 계곡에 유폐시켜 놓은 문둥병 환자들을 찾았다. 일반 사람들도 그 계곡 앞은 무서워서 발걸음을 하지 못했고 계곡에 움막을 짓고 숨어사는 환자들도 사람들이 무서워 계곡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유다는 달리듯이 걸었다. 그의 급한 마음 때문에 갈릴리해 까지 가는 내내 예수의 발걸음보다 항상 열 걸음쯤 앞서서 걸었다. 유다가 그이에게 무엇인가를 물을 때는 꼭 열 걸음을 기다려야 했다.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예수는 가을 푸른 하늘처럼 활짝 웃기만 했다.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유다
유다는 움막 뒤쪽 숲 그늘에 앉아서 그이를 기다렸다. 그이를 두어 달 만에 만나는 것일까. 가슴이 뛰었다. 해가 서쪽 산마루에 들려면 아직도 반나절은 더 기다려야 했다. 그이는 어디를 갔을까. 움막에 보따리가 있는 것으로 봐서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이를 기다리며 앉아있던 유다는 결심했다는 듯이 일어나 숲에서 나무를 베어왔다. 그이
어둠이 내렸다. 새들도 모두 숲속에 깃들었는지 가을 풀벌레 소리와 요르단 강이 굽이치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자연의 소리는 금방 자연으로 돌아가 그 품에 안겨 잠들어버렸다. 모든 소리가 깊은 잠에 들었다. 자신의 숨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없는 세상은 죽음일까. 집을 나선 이후로 그이는 많은 죽음을 보았다. 죽음 이후엔 맨
그이는 아침 햇살을 온몸에 가득 안고 길릴리 호숫가의 해안 길을 따라 걸었다. 이토록 발걸음이 가벼운 것에 그이 자신도 깜짝 놀랐다. 머릿속엔 그녀와 함께 보낸 지난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다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뛰었다. 마음은 지난밤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지워버리려고 애를 썼으나 몸은 자꾸만 그녀의 도톰한 입술과 하
작은 등잔 불빛이 방을 조가비 속처럼 아늑하게 만들었다. 등잔 받침대에 조각된 부엉이의 큰 눈이 반짝거렸다. 저 미네르바 부엉이가 밤하늘을 날며 사람들이 밤새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한 마디도 남김없이 지혜의 여신 아데나에게 고해바친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엿들으러 미네르바
동쪽 하늘이 열리자마자 그는 갈릴리해를 내려다보면서 길을 내려왔다. 밤새 불던 거센 바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멀리 갈릴리의 수도 티베리아의 하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헤로데 안티파스가 로마황제 티베리우스의 이름을 붙여 건설한 도시였다. 헤로데 대제가 자신의 세 아들에게 유대 땅을 삼등분하여 나누어주었지만 로마는 헤로데 안티파스만을 인정했다. 권력은
그이는 이즈르엘 큰 계곡으로 내려와 고향 나자렛으로 향하는 길을 잡았다. 어둠 속에서 달빛에 어렴풋이 형체를 드러낸 울창한 나무들과 여기저기 삐쭉삐쭉 솟은 갈대 잎들도 어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걸어도 아침녘엔 나자렛 집에 도착할 것이다. 나자렛을 감싸고 있는 나젤산 밑에 도착하니 날이 밝기 시작했다. 금방 사위가 훤해지자
유월절을 앞두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모든 길은 순례자들로 가득 찼다. 유대 땅을 정처없이 떠도는 유민들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혹시라도 먹을 것이 생기나 싶어서 예루살렘으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낯익은 사람끼리 만나면 새로운 소식이 교환되고 그것이 다시 낯선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소문이 만들어졌다. 날로 민심은 들끓었다. 광야에서 외치는 사람
겨울가뭄이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겨울비가 내려야 할 시기인데도 오히려 뜨거운 햇빛이 땅을 달구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선지자 요한이 예언했던 야훼의 분노, 불의 심판이 내리는 징조라고 말했다. 모든 들판이 가뭄에 시달려 흙먼지만 풀풀 날렸다. 겨울비 한 방울 없이 봄을 맞은 들판은 마치 큰 불길이 휩쓸어버린 것처럼 황량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난
헤로데의 비서가 사반에게 급히 궁에 들어오라는 전갈을 전했다. 사반이 군복을 차려입고 현관을 나서자 하인들이 양 손목에 가죽 손토시를 둘러 묶어주었다. 사반은 어깨에 힘을 주어 양 손목의 가죽 손토시 끼리 몇 번 부딪쳐 소리를 냈다. 이것은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는 신호였다. 요한이 죽고 나서 광야 이곳저곳에서 외쳐대는 잔소리꾼들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