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어느 날입니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 오후 네 시 쯤 국수집을 찾아오셨습니다. 식사하러 오신 분은 아닌 것 같아서 차를 한 잔 드렸습니다. 말씀도 잘 하지 못합니다. 더듬더듬 겨우 말씀하시는데 귀기우려 듣지 않으면 알아듣기가 어려웠습니다. 나이는 쉰하나라고 합니다. 파킨슨씨병에 걸려 말도 잘 할 수 없고 행동하는 것도 힘들다고 합니다. 딸 둘과 살고 있
비가 올 것 같습니다. 꽃섬고개에 바람이 세게 붑니다. 꽃잎이 비처럼 떨어집니다. 한 동안 국수집에 오지 않던 부부가 있었습니다. 간혹 길에서 보면 깔끔한 모습이었습니다. 참 잘 사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국수집에 식사하러 옵니다. 포장마차를 했었는데 술을 좋아해서 그만 망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종환 씨네 집세 내야하는 날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처음 오시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오십니다. 방송을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입니다. 참 맛있게 드십니다. 요즘은 손님들이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브로콜리를 데쳐서 내어놓으면 아주 잘 드십니다. 처음 브로콜리를 내었을 때는 손님들께 사정을 해야 한두 조각 드셔보는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돼지 불고기도 맛있게
아픈 사람들부산 사건을 뉴스를 통해 듣습니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고 생명을 빼앗은 혐의로 체포된 그는 사람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하느님의 소중한 작품인 인간이 이처럼 망가지고 부셔질 수 있는지 가슴이 아픕니다. 전에 청송 2교도소 독방에서 징역을 사는 형제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습니다. “수감되기 전에 청주 신라 카바레라는 곳에 얼마
민들레의 집 식구들은 겨우 방 한 칸에 세 들어 삽니다. 누구는 밥도 그냥 준다면 나중에 옷도 그냥 사주고 집도 그냥 사줘야 되느냐? 라고 합니다. 몸 누일 곳조차 없는 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들에겐 방 한 칸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방을 한 칸씩 전부 마련해 드릴 수는 없지만 찾아오시는 배고픈 분들께 맛있고 영양 풍부
이처럼 좋은 쌀로 아이들에게 밥을 해 먹인다면 하느님께 자기 삶의 주도권을 맡겨드리면 덤으로 자유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열게 된 것이 바로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오학년인 예쁜 금지는 슈렉 영화가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본 적도 없습니다. 레고라는 장난감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꿈이라면 입이 터질 만큼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고 잠
"주님, 주님께서 언제 굶주리고 목마르셨으며, 언제 나그네 되시고 헐벗으셨으며, 또 언제 병드시고 감옥에 갇히셨기에 저희가 모른 체하고 돌보아드리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면 임금은 ‘똑똑히 들어라. 여기 있는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하고 말할 것이다&
지적 장애인 성호 씨와 집 나온 지 일주일 된 아이성호 씨는 지적발달장애가 있습니다. 지적발달장애 3급입니다. 나이는 마흔 셋입니다. 키는 180센티미터입니다. 몸무게는 93킬로그램이나 됩니다. 허리둘레가 38인치입니다. 학교는 이방자 여사께서 세우신 명휘학교를 다녔다고 합니다. 부친이 살아 계실 때는 부친의 보살핌으로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부친이 돌아가시
십여 년 전입니다. 한여름이었습니다. 광호(가명)씨를 금호동 평화의 집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의정부교도소를 출소했는데 갈 곳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콩국수를 대접했습니다. 몇 달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떠났습니다. 인천에서 출소한 형제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 때 광호씨가 말 못하는 상아 엄마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여인숙에서 지내다가 방세를 내지 못
어젯밤에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은 올 겨울 들어서 제일 추운 날이라고 합니다. 화도고개에는 찬바람이 쌩쌩 붑니다. 밤새 지하도에서 밤을 새운 우리 손님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걱정이 됩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하니 골롬바 자매님이 손님들께 대접할 국을 가져다 놓고 가셨다고 합니다. 골롬바자매님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십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쉬고 토요일부터
늦잠을 자다가 놀라서 일어났습니다. 어제는 꽤나 국수집 일이 힘들었나봅니다. 부리나케 국수집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오늘만 열심히 하면 내일과 모레는 밀린 일도 할 수 있고 쉴 수도 있습니다. 국수집 설거지를 도와주던 주헌 씨가 또 술을 드셨습니다. 지난 20일에 기초생활수급비로 통장에 돈이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술도 끊고 돈도 저축해야겠다고
민들레의 집 식구인 도춘씨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습니다. 이번 달 20일부터 도춘씨 통장에 돈이 입금됩니다. 의료급여도 1종이 되어서 이제는 마음 놓고 아파도 걱정이 없습니다.도춘씨는 십여 년 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부인과 헤어지고 난 후에 충청도에서 인천으로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막노동을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죽어라고 일을 해도 살림살이가 나아
오늘은 손님이 많이 오는 날입니다. 예쁜 자매님이 자원봉사를 오시는 날입니다. 손님들께 달걀 프라이도 대접했습니다. ‘손님, 달걀 프라이 몇 개 해 드릴까요?’ 열이면 열 손님이 겨우 ‘한 개요.’라고 대답합니다. ‘한 개는 안 해 드립니다. 몇 개 해 드릴까요?’ 그제야 ‘두 개요
시간이 안 가도 좋다, 내 자신이 변화될 수만 있다면 이곳은 금요일 밤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추워졌습니다. 방식구들이 새벽에 일어나서 담요 꺼내서 덥고 잤습니다. 저는 일어나기 싫어서 그냥 떨면서 잤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에 축일이라고 양말 하나 선물 받았습니다. 바로 신었습니다. 지금껏 제가 입을 것만 있으면 남은 물건은 없는 사
항상 네 사람이 함께 다닙니다. 하루에 두 번은 함께 식사하러 옵니다. 술을 마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교양도 있어 보입니다. 참 점잖습니다. 그 중 한 분이 식사를 마친 다음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가슴을 칩니다. 내가 노숙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합니다. 노숙자를 보면 게을러서 저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게으른 사람에게 밥을 주면 더 게
추석 명절이 다가옵니다. 손님들이 추석에는 문을 여는지 물어봅니다. 추석 전날인 10월 2일은 금요일이지만 문을 열고, 추석 당일에는 열지 못하고, 추석 다음날인 10월 4일에는 문을 여니까 굶지 말고 꼭 오셔서 식사하시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우리 손님들은 명절이 제일 서글프다고 합니다. 밥을 먹을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예 굶는 사람도 많습니다. 명절 다
전화가 왔습니다. 어느 경찰서의 형사라고 합니다.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식사하러 오는 곳인지 물어봅니다. 배고픈 노숙인들이 식사하러 오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몇 시에 무료급식을 배식하는지 물어봅니다. 민들레국수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손님들이 자유롭게 오셔서 드시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해를 못합니다. 몇 시에
민들레국수집은 매년 한 번 여름휴가가 있습니다. 국수집을 닷새 동안 문을 닫습니다. 그러나 쉬는 날인 목요일과 금요일을 앞뒤로 합치면 구일간의 긴 여름휴가입니다. 베로니카가 운영하는 지하상가의 여름휴가 일정에 맞춰서 민들레국수집의 여름휴가를 가집니다. 한여름에 베로니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제일 썰렁한 곳으로 피서를 갑니다. 감옥입니다. 감옥에 갇혀있는 베로
주일입니다. 광주 무등산 자락에서 푹 쉬는 날입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무등산의 품에 안겨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담양 소쇄원으로 갔습니다. 소쇄원은 1400여 평의 아담한 정원입니다. 공간의 풍요로움에 행복해집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꿈을 꿉니다. 민들레 식구들과 함께 어울려 소쇄원 같은 자연과 멋지게 어우러진 좋은 공간에서 지내면 참 좋겠습니다. 약초
참으로 무덥습니다. 이토록 무더운 날 민들레국수집에 식사하러 오시는 손님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합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흐릅니다. 노숙하기에는 참으로 괴로운 계절입니다. 낮에는 무덥고 밤에는 모기 때문에 잠자는 것을 포기해야합니다. 땀에 옷이 젖어도 갈아입을 옷조차 없습니다. 그저 수건으로 땀을 훔쳐내고 땀에 젖은 옷을 물기를 털고 다시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