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슬이에게‘교과서는 왜 반말로 쓰여 있을까?’ 슬아, 혹시 이런 생각 안 해봤니? ‘아니, 뭘 가르치려면 공손해야 하는 거 아냐? 왜 반말을 하고 있지?’생각해 보면, 교과서에서 꼬박꼬박 존댓말로 서술하는 것이 번잡스럽기도 하고 간결한 문장이 더욱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 그렇겠거니, 여기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오
슬아, 혹시 친구들과 다퉈본 적 있니? 심하게 싸워 본 적은?오빠는 주먹다짐을 종종 하기도 했었는데. 지나고 나니 후회가 많이 되더라.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했던 점이 부끄럽고. 그래서 감정적으로 아무리 격해져도 절대 주먹을 쓰지 말고, 욕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살게 되었어.슬아,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받지? 국사나 세계사 말이야.역사 공부를 하다
슬아, ‘용산참사’ 이야기를 알고 있니? 2009년 초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이야. 혹시 알고 있니? 지난 2010년 11월 11일, 용산참사 사건과 관련된 철거민 9명의 유죄 및 실형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어. 혹시 이것도 아니? 대법원에서 그 판결이 있기 일주일 전, 고등법원에서 용산참사 지역의 재개발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사
슬아, 요즘 청소년들은 어디서 일을 하고 돈을 버니? 주요 업종 세 곳을 꼽으라면 식당, 편의점, PC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곳들은 전문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들 보다는 단순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야간에도 여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면서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지.그런데 PC방 아르바이트비는 한 시
슬아, 지금까지 많은 헌법적 권리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잖아. 이것들을 모두 종합하면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슬이 너는, 인간답게 살고 있니?혹시 질문이 우습니? 하지만 정말 진지하게 하는 질문이야. 너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이면 “인간다운 생활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느 정도의 경제력과 어느 정도의 문화생활, 어느 정도의
슬아, 혹시 주위에 자살을 했거나,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가 있니? 혹시 너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니? 아니면, 저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 봤니?오빠는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 한국 사회에서 나이 30세가 될 때까지 ‘자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될까?얼마 전, 2009년
슬아, 이번 편지에서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해. 양심의 자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종교의 자유, 평등권 등 여러 가지 헌법상 기본권을 짓밟을 때, 많은 어른들이 내세우는 바로 그것 말이야.오빠가 10년 전에 경험했던 얘기를 하나 해줄게. 실화란다. 오빠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1년의 일이었어. 오빠와 다른 학교에
슬아, 이번 편지에서는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와 관련되는, ‘사랑할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해. ‘사랑할 자유’라니, 조금 우습지 않니? 사실, 그런 용어는 없단다. 오빠가 만들어낸 말이야. 하지만 생각해 보자. 슬이 넌 ‘사랑할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니?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권리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이나 인격권에 의해서 보장되
슬아, 이번 편지에서는 지난 편지에서 이야기한 양심의 자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 양심적 병역 거부의 경우에도, 많은 경우에는종교인'들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단다.혹시 이라고 들어 봤니?한 개신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강의석 군이 학교 내에서 행해진‘채플 수업’에 반대하고
슬아, 혹시 학교를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니?공부는 엄청 시키고, 정작 쉬는 시간에 할 만한 것은 없고,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는 거의 완전히 박탈되어 있고. 혹시 너와 너의 친구들, 많은 청소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양심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상황인 것은 아닐까?오빠는 고등학교 3학년 때, 1년 내내 학교에서 탈출하고 싶었
슬아, 너희 학교에도 ‘방송부’와 ‘교지 편집부’가 있지? 혹시 학내 언론이라고 불릴 만한 동아리도 있니?거의 모든 중 · 고등학교에는 방송부와 교지 편집부가 있어. 하지만 청소년들이 학교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신문과 방송을 제작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 같아. 익산의 청소년들이 힘을 모아서 발행하는 라는 신문처럼, 청소년 스스로 힘을 모아
슬아, 교육 문제나 수업료 ‧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서, 개인의 영역을 넘어선 각종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지적했을 때 상대방이 힘으로 억누르려고 한다면, 약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여서 항의하는 것, 말고는? 테러?바로 모여서 항의할 수 있는 권리, 그것이 바로 ‘집회의 자유’의 권리야. 혹시 2008년, 전국적으로 벌
슬아, 혹시 너는 법조인이 되고 싶니?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싶어서?슬아, 학교에서 ‘삼권분립’에 대해서, 입법부 · 행정부 · 사법부에 대해서 배웠지? 우리나라는 그 중에도 사법부의 지위가 굉장히 높은 편이야. 예컨대 선진국이라는 일본과 미국, 서유럽의 나라들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처럼 법원과 검찰의 지위가 막강한 경우는 별로 없어. 사실 이건 어느 정
슬아, 너는 ‘수업료’ 얼마 내고 학교 다니니? 생각해 본 적도 없지?그런데 요즘에는 수업료를 꽤 많이 받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지 않니? ‘자율형 사립고’라는 둥 말이야. 하지만 그 정도 금액도 대학 등록금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그만큼 대학 등록금 부담이 엄청나다는 이야기야.죽어라고 공부해서 대학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이
슬아, 요즘에 학교 갔다 학원 갔다 집에 오면 놀 시간이 별로 없지? 너 뿐만이 아니라, 요즘 중 · 고등학생들 중 절반 넘게 그렇게 생활하지 않아?그런데 슬아, 혹시 그런 생각 안 해 봤니? 학교에서 뭔가 너무 많은 걸 비효율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생각 말이야.객관적인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교과서가 주입하는 지식 자체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고도 할 수
슬아,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들어볼게.‘남자만 의무적으로 군대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초등학교 때부터 남녀 간 논쟁이 되는 주제잖아. 실제로 2006년에 한 아저씨가 남성만의 병역의무 부과를 규정한 구 병역법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단다.헌법재판소는 뭐라고 했을까? 헌법재판소는 기각, 각하 결정(헌법재판소 2010.11.25. 2006헌
슬아, 혹시 너희 학교에도 ‘우등생’들에 대한 특별한 혜택이 있니? 뭐, 이런 것 말이야. 공부 잘 하는 애들만 따로 모아서 좋은 데서 자율학습을 하게 해 준다거나, 그 교실만 좋은 에어컨을 달아 준다거나, 아니면 걔네들만 따로 나들이를 시켜주거나.실제로 그런 것이 문제된 적이 있었단다. 어떤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높은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좋은 환경에서 자
슬이에게슬아, 오빠야.어느덧 네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구나. 오빠가 태어난 것이 1984년이었고, 네가 태어난 것이 1997년이었으니까, 오빠가 지금 네 나이 때에는 네가 세 살이었단다. 그래서 네가 그때의 내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때로 참 신기해. 오빠는 그때의 기억들이 어제 일처럼 뚜렷하거든.너는 잘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너는 우리 가족의 큰 기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