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시절,저녁을 먹고 어두워질 무렵이면동네에 하나 뿐인, TV가 있는 집으로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다가 밤늦게 돌아갔는데저녁마다 안방을 내주어야 했던 집주인은얼마나 지겨웠을까?자식들이 저녁마다 쪼르르 남의 집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기 싫다고결국 우리 집도 얼마 안 있어 TV를 들여놨는데그 문명의 이기에 중독이 되는
옛 성인들이 경고한 7가지 죄악에도 속하는 게으름은자체가 악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게으른 자의 영혼 또한 결코 편안하지 않다는데 일종의 징벌이기도 하지 않을까?왜 사람들은 게으름에 빠지는 것일까?넝쿨 장미가 한창인, 빛나는 이 계절에 만일 게으름에 빠졌다면 삶에 대한 일종의 직무유기는 아닐는지.게으름이란 행위의 유예, 행동의 굼뜸,이런 것이 연상되지
지난주에 친척의 결혼식에 다녀왔다.장식이 화려한 예식장 늘 그렇듯이 20여 분 만에 식이 끝나고예식장에 딸린 뷔페로 식사를 하러 갔다.마침 배도 고파 이것저것 접시에 가득 담아왔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다시 다른 음식을 가져왔지만 역시 마찬가지평소에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데 그날은 손도 대지 못 했다.모든 음식이 지나치게 달았고무엇으로 단 맛을 냈는지
나는 셋째 딸이다.옛날부터 ‘셋째 딸은 얼굴도 보지 않고 데려간다’는 말이 있다.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남아선호, 남존여비 사상은 동양권에서 두드러지는데지금도 인도, 중국 등의 나라에서는산전검사 후 여아 낙태, 출산 후 여아 살해 등이 있다고 한다.말만 들어도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남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여자들은 왜 그런 잔인한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밀양에 다녀왔어요.연일 밀양의 긴박한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희망버스가 시동을 걸고금요일 밤을 달려 전국에서 250여 명의 사람들이 밀양 땅에 모였어요.뜨거운 뙤약볕 아래 굴삭기에 쇠사슬로 몸을 엮은 할머니들이두려움도 없이 앉아있네요.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이 있다고 해요.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벌레가 몸을 갉아먹어도
엊그제 부처님 오신 날에근처에 있는 용주사에 다녀왔다.마침 저녁 예불을 시작했는지 독경 소리가 절 마당에 퍼진다.나도 모르게 모아지는 손.저녁이 되어도 떠나지 않는 많은 사람들합장을 하고 머리를 조아린다.무엇을 저리도 간절히 빌까?절 마당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등이 빽빽하다.하늘에 펼쳐진 꽃밭연등마다 등표가 달려있는데 자세히 보니한 가족의 태어난
언젠가 아이가 뭔가 부대끼는 것 같아걱정이 되어 내 딴엔 진지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니? 좀 힘들어 보이는구나. 내가 뭘 도와줄까?”“응? 난 괜찮아. 엄마만 잘하면 돼.”그 후로 다시는 그런 말을 안 한다. 윤병우화가. 전공은 국문학이지만 2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려 왔다. 4대강 답사를 시작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탈핵, 송전탑, 비정규직,
빨래를 널려고 하는데옷걸이 하나를 집으니 수십 개가 엉켜서 딸려 올라온다.지난번에 빨래를 걷고 나서 아무렇게나 던져두었기 때문이다.가지런히 정리해 둘 것어디 옷걸이 뿐이랴. 윤병우화가. 전공은 국문학이지만 2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려 왔다. 4대강 답사를 시작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탈핵, 송전탑, 비정규직, 정신대 할머니 등 사회적 이슈가 있는
우리집엔 책이 많다.그동안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그런데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누군가 어떤 책에 감명 받았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말이 없다.내가 책을 읽는 목적은 뭔가 궁금할 때다.현실에서 뭔가 불편하거나 의문이 생길 때 책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인생에서 어떤 위험부담도 지지 않고 실패하지 않는 길로 가고자 했지만책에서 내가 찾는 안전한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한동안 ‘행복 전도사’로 이름을 날린 분이 있다.조금 튀는 염색 머리에 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라 당부하던 분.방송에서만 뵙던 분이 우리 동네 시청 강당에서 강연을 하신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갔었다.역시나 내내 즐겁고 유쾌한 강연이었다.강연이 끝난 후, 집에 돌아가려 건널목 신호등에 서있었는데옆을 돌아보니 그분이 서 계신 것 아닌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거리 두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서로 가시에 찔리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오래 전 들은 이야기다.이른바 비극으로 끝난 평강 공주 이야기라고나 할까?지금은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화젯거리가 아니지만 예전에는 ‘사시’에 합격하면 현수막이 내걸리고 소를 잡아 동네잔치를 할 정도로많은 이들의 선망의
최근 외손주를 보았다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딸의 가족이 방문했다가 돌아가면 내내 손주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나?남의 얘기를 들을 때는 몰랐는데 당해 보니 그 심정이 절실히 느껴진다고 한다.누구나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고는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듯하다.그저 피상적으로 어림짐작이나 할 뿐.내가 고민의 당사자일 때는 답이 안 보여 헤매는데막상 남의
이라는 책은 한홍구 교수와 재일역사학자 서경식 씨, 다카하시 데쓰야라는 일본인이 함께 쓴 대담집이다.두 주 전 평화박물관에서 저자들의 대담이 열렸다.후쿠시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성찰하고 모색하는 자리였다한홍구 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힐링에 대하여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난 후에야 힐링을 말해야 한다
한 때 '집'만 그린 적이 있었다.고즈넉하면서도 낡고 허름한 집..집 한 채를 화면 가득 채워 그렸었다.집이 있는데도 집을 그리워했고 사는 게 사막을 걷는 것처럼 느껴졌었다.나는 나 자신으로부터의 이방인 같았고, 나로 돌아가기만을 꿈꿨다.1970년대 말, 언니 오빠가 자취하던 아현동 언덕배기 집갓 대학에 입학한 언니는 기타 학원에 다니며 기타를 배웠다.
지난 주 월요일(11일)에 삼척에 다녀왔어요.삼척에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생명평화미사’와 삼보일배 행진이 있었거든요.9시에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어요.1시에 삼척에 도착해 점심식사 후 시청광장으로 갔더니이미 많은 삼척시민이 모여 있었지요.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미사가 봉헌되었어요.그 거리에서, 마음은 절로 경건해졌어요.미
엊그제 토요일에 시청광장에 다녀왔어요.후쿠시마 2주년 추모행사가 있었거든요.비록 이웃나라 일이지만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을 기억해야 하니까요.우리는 핵발전을 당장 중단하라는 선언문을 낭독하고노래공연도 하고 피켓을 들고 시가행진도 했어요.그리고 제단에 꽃 한 송이 씩 바쳤지요느닷없이 닥쳐온 불행에 혼비백산하며 영문도 모르고 돌아갔을 넋들을 위해서요.아
엊그제 집안 일로 친척들을 만났다.그중에 서른을 코앞에 둔 아가씨도 있는데 단연 화제는 그 아가씨의 결혼얘기여러 사람을 만나보았지만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이 없단다.돈 있고 능력이 있으면 생각이 시대착오적이라거나 말이 통하고 성격이 맞으면 또 다른 조건이 걸린다고 한다.한마디로 입에 맞는 떡이 없다는 소리다.그런데 설사 입에 맞는 떡을 고른다고 한들 결혼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느닷없이 남편을 잃은 부인이 한탄하며 하는 말을 들었다.그렇게 갈 줄 알았으면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그냥 먹게 내버려 둘 것을 그럴 줄 알았다면 좋은 안주로 술상을 봐서 한 잔 따라주며 권해볼 것을...술 마시는 것이 보기 싫어 내내 말리고 타박하고 미워하며 싸웠던 것이 후회된다고...남편도 그렇게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던 나름의
엊그제 목요일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앞에서 있었던밀양할머니들 단식농성을 응원하는 문화제에 다녀왔다.요즘 농성촌에는 송전탑 문제하고 전혀 상관 없는 강정이나 용산, 쌍용차 등다른 지역에서 다른 이슈로 농성하는 사람들이 연대해 지원해준다.그것도 아주 뜨겁고 열렬하게힘없고 억울한 사람들끼리 그 아픔과 막막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미국의 어느 대학교
설날을 지냈다.설날이라 해도 그 흥청임이 예전보다 훨씬 덜하다.명절이면 서울역광장에서 밤을 새워 기다려 귀성열차표를 예매하고기를 쓰고 고향에 달려가던 시절, 맛난 음식과 일년에 두어 번 얻어입는 때때옷 괴춤에서 오래 걸려 꺼내주시던 어른들의 새뱃돈에 전 날 설레어 늦도록 잠을 설치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그때 명절은 길고도 곤고한 일상 끝에 얻는 피안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