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후 바람이 지나가고 나니 나무에서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바람에 밀린 감나무는 녹색의 여름 의상을 벗고 벌거숭이가 되자 뙤약볕 아래서 아름아름 맺은 열매들을 오롯이 드러냈다. 나무에 매달린 채 익어야 홍시의 참맛을 온전히 느낄 테지만 그것을 기다리다가는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서 잔뜩 흙이 묻는지라 일찌감치 가을걷이를 했다.큘로 아저씨는 양파를 담았
최근 들어 자전거 타기 열풍이 연령대, 성별 구분 없이 불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약수동 시장에서 쌀가게를 하셨던 아버지가 쌀 배달하던 그 추억의 자전거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아버지를 졸라 자전거 뒷자리에 올라타고 아버지의 허리를 꼭 잡고 등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을 만끽하며 시장 한 바퀴를 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까사미아가 위치한 인천 십정동
까사미아가 아이들에게 두루 알려지게 된 입소문의 일등공신인 현.큘로 아저씨의 조카 손주인 현은 개그 기질을 타고났습니다. 학교 선생님에게 혼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면쩍어 계속 까불다가 더 혼나곤 합니다. 중2인 현은 어디가나 인기 짱입니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즐겨 부르고 운동 신경도 많이 발달된 데다가 오버 액션을 즐겨 해서 남자 친구들뿐 아니라 여자
2010년 6월 5일, 까사미아를 열었을 때 참으로 설렜습니다.까사미아가 올해 6월 5일이면 벌써 세 살배기가 됩니다.세월 참 빨리 지나갔지요?까사미아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은 기적의 순간이요, 만남의 시간이요, 행복의 세월입니다. 매일 매일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인연의 역사를 이뤄가고 있습니다.‘큘로, 큘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저희
아이들이 까사미아에서 서로 주먹을 날리는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의견 차이가 발생하고 힘겨루기가 암암리에 진행되어 긴장관계가 조성되곤 하지요. 어카(어린이카페 준말)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갈등상황이 연출됩니다. 어른들이 익숙한 일상의 공간은 물론 낯설게 여겨지는 공공 공간에서 시시때때로 연출하는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를 하면서 신기한 것 중에 하나가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이 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간에, 몇 명이 올 지는 예상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봄바람을 탈지, 겨울바람을 탈지는 아이들만 알기 때문이죠.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 우리는 드라큘라 부부입니다. 드라큘라는, 조카 손주 현이 초딩 저학년 때에 할머니뻘인 아줌마가 함께 놀
까사미아의 최고 학년은 중학교 2학년입니다. 어린이카페인 까사미아에 중딩들이 오는 연유는 단골로 드나든 초딩6이 이제는 중딩2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간혹 까사미아를 방문하는 성인들은 중학생도 놀러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가 봅니다. ‘공부는 언제하고 이곳에 놀러오다니’ 하는 표정입니다. 까사미아를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초기에 떼로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는 참으로 신기한 먹거리가 많았습니다. 엄마가 주는 용돈을 다 그곳에서 써버리곤 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은 많은데 손에 든 동전은 턱없이 모자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가끔 엄마 몰래 지갑에서 동전을 훔쳐서 불량식품을 신나게 사먹고는 시치미 뚝 떼곤 했습니다. 그 시절 아무리 부모님이 불량식품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소귀에 경
요즘 들어 까사미아의 단골로 등록한 나와 니의 자매.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침 일찌감치 까사미아에 출근 도장을 찍습니다. 아직 열 시간이 아니니 나중에 오라고 해도 갈 곳이 없다며 막무가내로 문을 열어달라고 합니다. 들어오는 순간 아침 안 먹었다고 스파게티 달라고 성화가 대단합니다.놀이방에 있는 칠판은 두 자매의 놀이동산입니다. 두 자매는 서로 뒤질세라 의자에
가끔 큘로 아저씨에게 전화하는 아이가 바로 ‘미’입니다. 까사미아 문이 열려있는지를 알고자하는 전화입니다. 하루는 아저씨가 미에게 먼저 문자를 날렸습니다. “미야, 바나나 먹으러 와라.” 그러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저씨, 까사미아 문 열었어요?” “그럼.”잠시 후 미는 빙수 컵을 손에 들고 까사미아에 나타났습니다. “동생 니는 잘 있냐?” 하고
4살인 은이는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초등2인 언니 영과 주말이면 까사미아에 놀러옵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까사미아에서 놀다가 문을 닫을 시간에 갑니다.언니 영은 큘로 아저씨를 할아버지라 부릅니다. 까사미아에 오는 순간 큘로 아저씨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한 순간이라도 아저씨가 시야에 사라지면 어찌할 바를 몰라 여기저
인류가 언제부터 앉아서 오줌과 똥을 눴는지 큘라 아줌마는 잘 모릅니다. 더군다나 언제부터 여성은 앉아서, 남성은 서서 오줌을 싸기 시작했는지 더더욱 알지 못합니다. 공중화장실에서 가장 민망한 상황은 남자들이 오줌 누는 변기가 외부로 개방되어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볼 일을 보는 남자들의 뒤 혹은 옆모습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남녀의 차별(?)이 극명하
아이들은 까사미아에 친구끼리, 형제, 자매끼리, 때론 혼자서 놀러옵니다. 자매형제끼리 놀러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중년기를 이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재미있게 보내고 있는 큘라 아줌마는 어린 시절이 자주 생각납니다. 큘라 아줌마는 다섯 중에 막내입니다. 어릴 때 제일 무서운 사람은 엄마, 아빠가 아니라 둘째 오빠였습니다. 오빠의 별명이 ‘호랑이’였다면 얼마나
초딩3인 ‘하’는 명랑한 왈패입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는지 하가 말문을 여면 까사미아 천정이 들썩거립니다. 까사미아에 놀러 와서 또래들과 즐겨하는 놀이가 바로 퀴즈 내기입니다. 이틀 연속으로 큘라 아줌마에게 퀴즈를 내며 아줌마 놀려주는 재미가 쏠쏠한 지 친구들과 키득키득 웃느라고 배꼽을 잡습니다. 아줌마가 수수께끼 내는 책, 『머리
3월부터 놀토가 없어지고 매주 토요일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자, 평일에는 놀러오는 숫자가 줄어들고 대신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이들로 까사미아가 더욱더 활기 발랄합니다. 겨울에는 신나게 늦잠을 자던 웅녀과 큘라 아줌마가, 쌩쌩한 삶의 열기로 꽃소식을 머금은 봄이 오자 늦잠을 한 순간에 확~ 날려버렸습니다. 간혹 큘라 아줌마는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이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다시 태어났음을 축하하고 싶습니다. 까사미아 아이들과 늘 관심과 배려를 아끼시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평화와 축복이 충만하시길 빕니다. ‘여러분, 우리 함께 부활해요!’ 큘라 아줌마는 사순시기를 참으로 여러 해에 걸쳐 빡세게 체험했습니다. 올 겨울에 웅녀의 후손 아니랄까봐 그 누구 부럽지
유, 수, 주, 향과 오늘은 ‘사운드 오브 뮤직’ 반을 열었습니다. 며칠 전 “그라찌에~ 그라찌에~ 그라찌에~!”라며 한 음씩 올리는 놀이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전으로 “어린이카페~ 어린이카페~!”를 외치다가 괴성이 나기도 했습니다. 내친김에 아줌마가 원더 걸스의 화음이 맞춰 지휘봉을 휘둘렀습니다.수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오중창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웃음 반, 노래 반이 짬뽕되어서 ‘꽥꽥’ 오리 소리만 났지만 첫 출발치고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5분 동안 ‘사운드 오드 뮤직’을 흉내 내는 발랄한 아이들을 보면서 큘라 아줌마는 배꼽잡고 웃느라고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봄이 대지에 첫발을 내리자, 겨우내 추위를 피해 집안으로 들어놓은 꽃나무를 하나 둘씩 마당으로 내놓았습니다. 쥐 죽은 듯이 겨울잠에 취해있던 그래서 마치 죽은 것처럼 보였던 여리고 가냘픈 한 생명체가 봄에게 인사를 하려고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 화사한 봄날, 까사미아에 놀러와 재미있게 노는 초딩3인 진, 채, 연 그리고 빈.스파게티를 함께 먹으며 각자의 남친, 여친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습니다.
초딩에서 중딩으로 올라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이 바로 옷과 머리 모양입니다. 자유복에서 교복으로, 나름 길게 휘 날리던 머리카락이 몇 센티로 정렬하게 되는 한 마디로 서로를 구별하기 힘든 무개성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죠. 3월을 맞이하여 석과 혁이 초딩6에서 중딩1이 되었습니다. 중딩에 되고 처음으로 까사미아에 놀러온 날, 큘라 아줌마는 두 녀석
라디오 여성시대가 한반도 방방곡곡을 달려가듯, 때마침 까사미아에도 여성시대가 열려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공부방 책상 위에 있는 스탠드 등이 싸이키 조명으로 둔갑하자 아이들의 여성시대를 알리는 깜찍한 퍼포먼스가 펼쳐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