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여의사- 닐숨 박춘식통곡의 벽을 만진다는 설렘을 가방에 눌러 넣는데 - 이스라엘에 가지 말라고 - 연일 부글부글 설사가 몸을 꼬아 댄다 - 시골 병원의 여자 의사가 오장육부를 잠재워 - 잔잔한 갈릴래아 호수 걷는다 - 수시로 배를 만지며 그 여의사에게 - 무슨 선물을 드려야 하나 궁리 - 이스라엘 제품인 손바닥만 한 작고 예쁜 노트를 다소곳이 드
6월 18일 주일- 닐숨 박춘식맑은 눈으로 하늘을 힘껏 당겨 먹어라귀를 열어 바람을, 코를 올려 향기를 마셔라살갗으로 소나무 바위 들꽃 바다를 삼켜라몸의 입으로마음과 영의 입으로 나를 가뜩 채워라어찌 하느님께서 날벼락처럼먼지 같은 사람에게먹거리로 먹먹 다가오시는가2017년 6월 18일 주일 아침에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6월 19일 월요
우상 기도가 있다면- 닐숨 박춘식손을 비비며 연거푸 올리는저의 간절한 금붙이 기도,이것이 곧바로하느님의 뜻이 되게 하소서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6월 12일 월요일)시를 읽고 시를 생각하고 시를 지으면서,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일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어느 때는 이러한 내용들을 간추려 책을 펴낼까 하다가, 어느 날은 간단하게 적어 두었던
우아 하느님- 닐숨 박춘식아 - 하느님, 아침 햇살처럼 비추어주시고어 - 하느님, 어물거리는 저희를 다그쳐주소서오 - 하느님, 오늘 겸손과 기도로 저희를 이끄시면서우 - 하느님, 우리나라를 우렁차게 축복하소서으 - 하느님, 으스름 저녁을 평화로이 감싸주시며이 - 하느님, 이제껏 쌓아온 믿음을 더욱 키워주소서우아우아 하느님, 와인 높이 영광 찬미 올립니다
타우 십자가(Tau Cross)*- 닐숨 박춘식하늘 어머니께서타우 십자가를 들고한반도의 오월을 득득 긁어신다굵은 땀으로 호미질하신다오월의 새들이 짝지어 노래하지만오월의 나들이가 즐겁지만오월의 꽃다발이 분주하지만마음 밭에는 거짓과 아픔이 가득하다오월이, 여름 가을로 이어지는 동안타우 십자가는하늘 어머니 손에서 파아란 깃발로고운 빛을 발산하리라 닐숨 박
난생처음- 닐숨 박춘식사사오입 개헌을 하였던 1954년 그때고등학생으로, 대통령을 정치까를 국회의원을칙칙한 악구(惡狗)로 보았다 그 후매번 투표용지의 이름 칸칸마다도장으로 빈대를 짓이겨 뻘겋게 깔아뭉갰다난생처음, 2017년 5월 4일마지막이다 하고 눌러 찍었는데, 광화문이 열린다- 골방에서 아픈 기도를 얼마나 쌓고 쌓았으면- 하 많은 촛불이 얼마나 하늘을
잠언시 4- 닐숨 박춘식국어사전에‘무신론자’라는 단어가 보이지만속내까지 무신론자는 이 땅에 없다저 땅에도 없다, 그들은자기 수첩 밖으로 신(神)을 내친 다음나의 말씀은 곧 신(神)의 말씀이니라나는 무엇이든 내 욕심대로 하리라하며, 만능을 퍽퍽 씹으면서 무신론을 말한다엉뚱하게도비스무리하게도교회 안에 무신론자들이 더러 보인다가끔 한 다발로니나노 감돌아 흐를 때
오월 첫날- 닐숨 박춘식이천 년 전이미사람을 위하여 빵이 되겠다는 아들을잡티 하나 안 보이는 빵으로 곱게 닦고문지르며 또 닦으시는 나자렛 어머니오늘도하늘 높은 집을 마다하며흙바닥에 주저앉아서때 묻은 마음들을 마냥 치대시는그 어머니에게 큰절 엎디어 올린다오월 첫날, 허물 많은 허물들이오월 첫 새벽에잡티 가득한 죄인들이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목탁 치는 엠마오- 닐숨 박춘식향적 스님* 자랑을 하였더니그림 공부하는 이들이, 당장 가자 해인사로 가자하여 가야산을 오르는데아침안개가 우리 먼저 계곡에 앉아산수화를 그리고 있었다그러니까 사십 년 전에 군복을 입고진승(眞僧)으로 불이사(不二寺)를 품었던 그가 지금가야산의 우뚝 솟은 거송(巨松)이 되어한 글자 새길 때마다 세 번씩 절했다는팔만대장경을 껴안고
부활 부활은- 닐숨 박춘식부활은 해방과 생명의 축제이다아니다, 새롭게 -부활은 믿음의 북소리, 승리의 나팔이다아니다, 조금 다르게 -부활은 끝없는 비상(飛上)이다아니다, 조금 더 가까이 -부활은 영원불변의 광채이다아니다, 보드랍게 -부활 부활은이른 새벽의 별을 가슴에 품는반짝 뜨는 반짝 눈동자이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4월 17일 월요일
개선문이 안 보인다- 닐숨 박춘식아무도 탄 적이 없는 나귀 한 마리가하늘을 모시고 다윗 도성으로 입성한다구원이신 메시아의 행차에함성은 예루살렘을 뒤흔들고열광하는 겉옷들의 양탄자 위로종려나무 가지가 춤을 춘다그런데 마태오도 루카도 쓰지 않았다찬연한 개선문을마르코도 요한도 말하지 않았다복음사가들이 기록하지 못한개선문은승리의 영원한 깃발은 지금어디서 휘날리고 있
안과 밖- 닐숨 박춘식? 밖과 안은 왜 맞볼 수 없습니까- 다행히도 유리병은 서로 봅니다? 천주교회도 안팎이 있는지요- 딱하게도 담벼락이 높습니다? 그러면 교회 안에는 누가 있는데요- 글쎄, 글쎄요? 하느님에게도 안팎이 있습니까- 응당 없습니다? 왜 없나요! 사랑이 넘치면 경계가 사라집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4월 3일 월요일)‘박’씨
잠언시 17- 닐숨 박춘식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가이승을 떠나는 그 날그때 가서야 가까스로하느님의 손을 번쩍 잡으려고매일같이 기도하는 것일까요이 순간 여기서 맨날하느님의 체온을 나누기 위해이 세상 너머로 함께 걸어가기 위해하느님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기도를 부지런히 반복하는 것입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3월 27일 월요일) 사제들이나 수도
키를 낮추는 사순시기- 닐숨 박춘식일순에키를 높이며 세상을 배우고 익힌다면이순에삶의 길을 스스로 찾아 깨닫는다삼순에보이지 않는 신비를 만져보다가사순에키를 낮추며하늘과 땅을 잇는 십자가를 부둥켜안는다사순시기는 일 년 내내사순시기는 한평생 내내하느님에게 다가가는 길이라면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3월 20일 월요일)전에는 사순시기 때 성당의 큰
재 창조를 말한다- 닐숨 박춘식나라의 곳간을 즐기는 회충들이돈줄 잡으려고 꼬리끼리 물고 뜯는다- 창조주께서 보시니 좋지 않았다독존(獨存) 또 독존(獨尊), 청개구리, 창조출렁 가슴과 엉덩이, 새마을, 황금수저, 특권의식- 창조주께서 보시니 좋지 않았다바다를 꺽꺽 삼키는 아이들 옆에서백금다리미로 주름살을 펴는 가시나들우남의 4인조 3인조로 70년 이어온 투표
백 년 후 그다음- 닐숨 박춘식천 년을 곧추 세운 수직의 성직자들이루터의 고함소리에 잠시 멈칫하더니프랑스와 스페인의 반성직자주의 칼을 받고도 아직오만의 끄나풀을 느긋이 붙잡고 있다백 년 후, 그 후에는 평신도들이자연스레 탈성직자주의를 만나리라는 예감,진솔한 신자들이 장르별로 모여 하느님을 모시는데미사를 위한 사제는 필요에 따라 잠깐 초청될 뿐교시적 강론을
마흔 낮과 마흔 밤- 닐숨 박춘식마흔 낮밤, 바람은 북에서 어느 산으로 뛰어가는가마흔 낮밤, 강물은 남에서 어느 골로 흘러가는가마흔 낮밤, 새들은 서에서 어느 길로 날아가는가마흔 낮밤, 사람은 동에서 어느 마을로 걸어가는가걷다가 넘어지고달리다가 부서지고 그러면서하느님의 어린양을 만난다그리고 십자가로 우뚝 선다, 우리 모두새하얀 부활을 꿈꾸며 핏빛으로 선다
노안의 비밀- 닐숨 박춘식예고도 없이 잡티처럼 나타난노안(老眼)이하느님의 서찰을 가지고 왔다노안은 영안(靈眼)의 열쇠라는 통지서성호를 긋고 찬찬히 펴 보았다- 오늘부터 안 보이는 것을 꿰뚫어 보면서- 자주 하늘 미소를 지어라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2월 20일 월요일)늘 보이는 것에만 매달려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황금을 섬기는 사람
이 시대의 기도는- 닐숨 박춘식온갖 흉물들의 나발에 짓눌려 쓰러진군생(群生)들이 하늘에게 합장한다열 개 발가락을 곧추세워손가락 마디마디로 바쳐야 하는이 시대의 기도는하느님의 아픈 눈물을눈으로 입으로 볼살로 가슴으로고이 닦아드려야 하는 통곡의 벽이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2월 13일 월요일) 요즈음 매일 우울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어느 령시인의 생각- 닐숨 박춘식스콜라철학 대가의 단언! 전능하신 하느님도 모순을 범할 수는 없다- 모순을 만들 수도 있고, 모순을 좋게 이용하십니다교리신학 박사의 확언! 전선하신 하느님은 죄와 동석할 수 없다- 죄를 손으로 만져야만 죄를 씻어주실 수 있습니다두 학자가 령시인(靈詩人)을 주교에게 끌고 가서즉각 파문을 요청하자, 변론 끝에마지막으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