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복음 해설- 닐숨 박춘식 요한복음서 제14장 6절“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그리하여 매일나는 걷고 걸어 사람들을 만나며나는 구원의 진리를 쉽게 풀어 말한다나는 영원한 삶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그러니까 너도이웃에게 걸어가 두 팔로 도우며항상 마음 안에는 진리를 품어야 한다또 너의 영혼을 하느님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 나는 너처럼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내려왔으니너는 이제, 하늘 자녀가 되어너는 이제, 새로운 혼과 마음과 몸으로아버지 품으로 올라가야 한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1월 20일 월요일)백
낙엽 전시회- 닐숨 박춘식 구르몽은 소리로 낙엽을 느끼지만늦가을저는 여러 색깔 이파리를 만져봅니다 짙푸른 하늘먼 산 능선의 편안함땅을 수놓은 이파리들의 색색 누드 페인팅이 아무리 아름다워도이파리의 가을 전시회만큼 될까요하느님, 틀린 말 아니지요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감나무가 잎을 다 내려놓고 홍시 두 개를 거머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누드가 되었지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거나 아니면 젖꼭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사람은 누드 페인팅을 할 때 옷을 다 벗고 여러 가지 물감
저의 사망 소식을 들으시면- 닐숨 박춘식 마지막 목욕 후 연기로 오르기 전에죄 많은 그를 용서하소서, 하느님.이 기도를 꼭 세 번 바쳐 주시기를 죽어 사라지는 것처럼 여기지 말고지구 자궁을 벗어나니 참 좋구나, 하며목을 길게 펴는 백로처럼 우아하게나르고 있다고 생각하시기를 지구의 새들은 바람으로 날지만이곳 영들은 하느님 빛살을 타고 다니는데설명이 힘드니까, 눈감고 상상해 보시기를 천사가 저를 안내하려고 옵니다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는 애절한 두려움,이승에서 범한 그의 모든 죄를 용서하소서또 세 번 기도 올려 주시기를한껏 세운 발꿈치로
위령성월 음악회- 닐숨 박춘식 미루나무는 이른 봄부터 줄곧하느님께 매달려 끙끙 애원합니다새처럼 노래 부르게 해 달라고, 뜨거운 여름 어느 날하느님께서 미루나무를 피아노로 연주합니다이파리 건반을 신나게 두드립니다미루나무는 춤을 추고 새들은 놀라 떨어집니다 늦가을, 건반이 내려앉아 시무룩해지자하느님께서 솔바람으로 활대를 만드시어미루나무 첼로를 껴안고 연주합니다묵직한 음향이 하늘나라에 울려 퍼지니까연옥에 있는 혼들이 몰려와 눈물로 감상합니다때마침 이승의 기도가 북받쳐 올라와 합창하자위령성월의 음악회는 하늘과 땅을 흔듭니다 닐숨
어느 수녀의 가을 기도- 닐숨 박춘식 지난 가을에 말씀하셨지요교만에게는 여름 겨울뿐이라고.그래서 가을을 만나려고 봄부터 저는겸손과 어울려 소곤거렸습니다 상큼한 가을의 하느님 씨앗을 힘껏 안고 있는 강아지풀도코스모스 줄기도어떤 바람이든 허리 굽혀 절을 하는데목덜미 세우지 말라고 몇 차례 일깨워 주셨지요나는 교만과 악의 길을, 사악한 입을 미워한다.(잠언 8:13) 라고 이번 가을은 가벼운 입을 다물고하늘을 심호흡하면서 색색 낙엽으로묵상 방석을 만들어 드리려고 합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가
하늘의 점묘(點描) 전시장- 닐숨 박춘식 천사가 오더니 하늘나라로 인도합니다하늘 공원의 점묘 작품 전시장에서신비스러운 그림들을 감상합니다온몸 벌겋게 달구는 감동적인 그림을아주 가까이서 눈여겨 살펴봅니다점 점 점 그리고 구슬 점 점 점예쁜 점을 십만 개 또 백만 개 붙인 작품입니다천사의 설명에 기절하여 쭈욱미끄러지면서 번뜻 눈을 떴습니다천사 말씀이 또록또록 침대맡에서 들립니다 묵주기도 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넘기는구슬 구슬이 곧바로 하늘로 올라와점 점 점으로 빛나는 그림이 되고 있어요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10월
어느 사제의 강론- 닐숨 박춘식 묵주알이 한 단에 왜 열 개인지일곱 개이면 좋을 텐데온종일 생각했습니다 열 손가락으로 먹이를 찾고 집을 짓고열 손가락으로 사랑을 베풀고열 손가락으로 하느님 손을 꼬옥 잡으라고어제 열무김치를 먹다가 알았습니다그러니까 또 장단을 맞추느라고묵주기도성월이 10월이지요 강론 마치자 열 손가락이 손뼉을 치며성모님께 열렬한 찬미를 드립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10월 9일 월요일) 기도 바치는 습관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묵주기도가 조금 싱겁고 지루합니다. 그리고 분심이나 잡념과 잘 어울리는
베로니카 성녀- 닐숨 박춘식 새붉은 십자가 길의 산증인메시아 영상을 전해준 예술가구원의 성혈로 만든 최초의성스러운 판화 작가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9월 25일 월요일) 구세주 예수님의 십자가길 현장에 계셨던 분들을 ‘최초의 순교 체험자들’이라고 말하여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십자가 길 현장에서 울었던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루카 복음서 23장 27-31절의 기록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 놀라운 분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베로니카 성녀이십니다. 이분에 대한 기록은 없다고
절두산은 기도 중이다- 닐숨 박춘식 - 엄마 엄마응, 겁나면 예수 마리아 불러- 엄마랑 있으면 겁 안 나그래 이제 곧 하늘나라로 갈 거야- 예수님 만나러성모님도 만나고 천사들도 만나 꼭 껴안은 모녀에게 칼날이 번쩍하자절벽으로 떨어지는 외마디 기도‘예수 마리아’는 불꽃으로 변한다바로 그 순간아이 어깨에 흰 날개가 팔락거리면서엄마의 큰 날개를 잡고 하늘로 날아오른다강물이 피를 껴안고 예수 마리아 부르며물결 따라 새들은 하늘을 노래한다피 내음으로 묵상하는 절두산은지금도 묵묵 기도 중이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9월 1
신나무골에서- 닐숨 박춘식별을 한참 바라보는 밤에는순교자들의 기도 소리가 들린다신나무골에서별빛 따라 산 넘고 개울 건너고또 산을 오르며더 높은 산 한티로 이어지는 기도 소리- 성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네게 하례하나이다묵주 알을 매만지며 별 길을 걷는단테의 신곡을 들은 바 없는 순교자들은지옥과 연옥을 거쳐예수님이 계시는 천국으로 걸어간다별이 가득한 한티에서별들의 하늘 어머니 품으로 간다순교자들 기도 소리는 지금도신나무골에서 한티로 가는길섶 나무 사이로 아른아른 들린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9월 11일 월요
어느 천주학쟁이- 닐숨 박춘식포도대장이, 천주학쟁이들 다 처리했는지 묻자- 마지막 놈 지금 막 끝냈습니다애썼다 하며 돌아서는데- 마지막은 참 대단한 놈이었습니다형장을 확인하던 포도대장은 입을 딱 벌린다- 천주님, 천주님, 하며 고함 지르고 발버둥 치면서흥건한 피로 십자(十)를 그렸다는 말을 듣는다번쩍 하늘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인 포도대장은두려운 얼굴로
가을 하늘같이- 닐숨 박춘식가시는 곳마다 빛으로 계시니까계시는 곳마다 들숨 날숨으로 보이니까하느님에게는 옷이 없다, 그런데옷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흰 두루마기를 입고 오신다옷자락에 이름을 적어 출석을 고한다가을 하늘같이하느님을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드물게 만나는 그 사람 모습에서부드러운 바람을 느낀다가끔은 빛줄기를 본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
2017년의 일본인들에게- 닐숨 박춘식여러분의 할아버지가조선 땅을 총칼로 무작정 찌르며반항하는 사람은 바로 죽였다고 하는데? 손자로서, 지금 생각하니 자랑스러운가요여러분의 할아버지가조선의 곡식 쇠붙이 피복 숟가락까지깡그리 강탈하여 전쟁하였는데? 손자로서, 지금 생각하니 자랑스러운가요여러분의 할아버지가조선의 어린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전쟁터 위안부로 밤낮
령시인이 만든 전설- 닐숨 박춘식요한의 정성으로 - 매일 묵묵 기도로 사시는 어머니 - 성모 마리아님 - 저녁 침상에서는 꼭 아들의 가시관을 껴안고 주무신다 - 아들의 머리를 찔렀던 가시가 - 이제 어머니 가슴을 누르고 있다 - 어린 아들을 키우시던 그때 모습으로 - 가시관을 매만지시며 - 시편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신다 - 갈수록 가시관은 어머니 가슴을 찌르
이 순간의 하느님- 닐숨 박춘식어제 저는 하느님과 목욕을 했습니다그런데 오늘도 금세 바짝 오셔서그림을 함께 그린 다음 수박을 먹었습니다시원하다 커어 하시며 쩝쩝 드셨습니다내일도 오시겠냐고 여쭈어 보니하느님 얼굴에 환한 빛이 가득합니다침대에서 일기를 적었습니다‘저의 하느님 = 지금 이 순간의 하느님’일기 밑에 하느님께서 사인을 하셨습니다‘바로지금바로여기’
엇길로 걸어가는 가톨릭- 닐숨 박춘식예수님은 문도 벽도 없는 교회를 세웠는데천 년 넘도록 주교들은 높은 담을 붉게 색칠한다예수님은 흙냄새 가득한 성당을 원하시는데사제들은 과시와 화려함을 벽지로 장식한다예수님은 가난과 순종을 보여 주시는데수도자들은 보따리부터 후닥닥 챙긴다봇짐 옷가지 지팡이를 내던지신 예수님은양 떼에게 달려오는 모래바람을 막는다언덕을 걷다가
하늘빛 추억- 닐숨 박춘식한창 신명 나게 강의하는데 - 몇몇 학생이 수군거린다 - 뚝 멈추고 창 너머 하늘을 바라본다 - 쉿 - 조용 - 교수님이 야단치시려나 - 하고 긴장하는 그 순간 - 칠판에 ‘하늘’을 크게 적는다 - 하늘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을 말해 보세요 - 희망 멀다 그리움 잠자리 고향 구름 비행기 하느님 엄마 기다림 눈물 할머니 기도 등등등
산티아고 순례길- 닐숨 박춘식많은 허물을 두 발로 치대는 길무언 무심(無心)으로 걷는 길아픔 속에 평화를 만나는 길야곱의 하늘 사다리가 보이는 길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7월 17일 월요일)공상을 잘하는 저는 엉뚱한 생각을 가끔 합니다. 돈이 엄청 많으면 통일 이후 북쪽에 한 곳, 남쪽에 한 곳, 세계적 순례길을 만드는 것을 구상했습니다
우야꼬 물씨하까- 닐숨 박춘식~ 꾸벅꾸벅, 대통령이 와 저러노-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거야~ 아이다, 하느님이 시킨 기다- 하느님이 머 저런 걸 다 시키노~ 신부 주교들이 본받으라고- 니 그카다가 성사 막힌데이~ 우야꼬, 물씨하까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7월 10일 월요일) 성당에 다니는 할머니들을 늙고 바보로 보면 큰일납니다. 그분들이
이제 벗었구나- 닐숨 박춘식‘죽었다’는 단어를 멀리 던지자몸집에서 스르르 빠져나오는 영혼.날아오르는 죽음에게‘벗었다’ 말하며 두 손 모으자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7월 3일 월요일)'죽었다’라고 말하면 ‘어둑한 저승’ ‘황천길’ ‘땅속 무덤’ ‘오랜 이별’ ‘명부’ ‘슬픔’ ‘무거운 마음’ 등을 생각합니다. 사실은 몸통을 벗는 일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