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극장가에는 블록버스터의 향연을 보여 주는 그래프가 절정을 지나 아래를 향하며 슬슬 가을을 준비한다. 들뜬 한여름의 열기가 꺾이며 새로운 계절이 자리를 대신할 즈음에 우리는 스펙터클과 폭발력 있는 재미로 무장한 큰 영화들 사이에서 작은 영화, 일상을 담은 소박한 영화에 서서히 시선이 가기 시작한다. 한국영화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단비처럼 잔잔하게
몇 주 전, 한 방송을 통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4039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고등학생이 소개된 적이 있다. 그는 많은 방청객 앞에서 양로원 목욕 봉사, 독거노인과 장애인 방문 봉사, 쓰레기 분리수거 등 어린 나이에 하기 쉽지 않은 일들을 해 온 자신의 경험을 차분히 설명했는데, 편안함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보이는 그 고등학생의 얼굴이 나에겐 퍽이나 인상적
지난 주 극장가에는 역사와 위인에 대해 진중히 숙고케 하는 바람이 거셌다. ‘명량’이 한국영화 신기록을 계속 갱신 중이다. 개봉일 최다 관객, 평일 최다 관객, 1일 최다 관객, 개봉 첫 주말 최다 관객 등. 그동안 ‘설국열차’나 ‘트랜스포머’가 지키고 있던 자리가 깨지는 걸 보니 과연 이순신 장군은 백전백승 명장이다.2014년 여름 극장가는 한국형 블록버
여름이다. 블록버스터의 계절이다. 블록버스터, 한국식으로 대작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큰 영화라는 뜻이다. 큰 예산을 들여, 큰 볼거리를 제공하며, 많은 관객이 보기를 바라면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큰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 영화의 스펙트럼을 길게 나열해 놓으면, 큰 영화의 반대편에 작은 영화란 것도 있다. 작은 영화는 가난하게
1994년 9월 지존파 연쇄살인사건,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건,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는 1994년 지존파 사건으로부터 시작하여, 그해에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그리고 20년 후 당시 사건에 개입했던 이들의 증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서태지가 등장해 가요시
최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중에는 슈퍼 히어로와 슈퍼 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들이 많다. 이런 영화들의 가장 중요한 재미 요소는 상상한 것을 거의 모두 현실처럼 눈앞에 펼쳐내는 기술력으로 만든 스펙터클한 볼거리이다.현재 극장에서 개봉 중인 가 바로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400만
홀로 쓸쓸히 죽어 갈까봐 두렵다. 잊힐까봐 두렵다. 현대인들 중 많은 이들이 이런 두려움을 안고 산다. 경쟁으로 내몰린 현실에서 아등바등 살아도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인생. 뉴스 면에서 어느 동네의 어느 노인이 독거사했지만 몇 달째 방치되었노라는 소식을 듣는다 치면, 모르는 남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미래 역시 몹시도 불안하다.이 불안을 달래기 위해 먼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직업은 편지쓰기다. 고객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는 아내와 헤어졌다. 헤어진 지 오래지만, 그는 이혼서류에 서명하는 것을 미루어오고 있다. 그는 외로웠다. 고독하게 지내던 그는 한 여인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유쾌하고 재밌고 그를 특별
지난 2월,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순위는 세계 57위다. 노무현 정부 때 31위로 아시아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 순위가 점차 내려가, 현재 한국은 2011년에 ‘언론자유국’을 상실한 뒤, 지금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이 되었다. 우리가 처한 수많은 모순들이 있지만, 언론 문제에 대해서 쌓인 감정은 최근 폭발적으로 터져
지난해 아일랜드에서는 총리가 나서서 ‘나라의 수치’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사과했던 일이 있었다. 그 사과는 ‘막달레나 세탁소의 여성들’을 향한 것이었다. ‘막달레나 세탁소(Magdalene Laundry)’ 혹은 ‘막달레나 보호소’는 매춘부나 결혼 전에 아이를 임신한 젊은 여성들이 공동체 생활을 했던 곳으로, 아일랜드와 북미 지역에서 18세기부터 1990년대
사순 시기, 극장가에서는 그리스도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줄줄이 개봉되어 커다란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옹고집과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문제적 인간으로 노아를 그린 논쟁적인 할리우드 대작 , 그리고 나 처럼 정통 종교영화를 표방한 이 개봉했다. 19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장호 감독의 선교영화 도 곧 개봉한
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전신을 방진복으로 감싼 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기계를 돌렸다. 독한 화학약품에 노출되어야 했고, 악취와 분진 가루 속에서 숨 쉬어야 했으며, 40분이라는 짧은 점심시간 동안 김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그들은 백혈병을 얻었고, 뇌종양으로 눈물을 흘리지도 걷지도 못하게 되
그는 에이즈에 걸렸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30일. 죽음을 코앞에 두고 제일 처음 나온 반응은 현실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다른 혈액과 섞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무능한 의사의 오진일 것이다. 그는 텍사스 출신의 마초 카우보이다.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에이즈로 사망한 최초의 유명인 록 허드슨에 대해 마구 비아냥거린다. 인종차별주의자에 남성우월론자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영화감독 김태윤은 와 에서 보도된 반도체 공장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 사건을 접하고, 사건의 주인공들을 만나 발로 뛰며 조사한 것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했다.속초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상구(박철민)의 딸 윤미(박희정)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반도체 회사에 취직한다. 부푼
이라는 처절하게 사실주의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칸느국제영화제에 초청받고 세계 36개국에서 상영됨으로써 일약 한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떠오른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 드디어 선을 보인다.데뷔작이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며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한 얼굴을 끔찍할 만치 정확하게 직시했다면, 이번에는 종교 문제를 가지고 같은 주제
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의 장애인, 노숙자로 구성된 거리 음악가 ‘스태프 벤다 빌릴리’가 역경을 뚫고 세계적인 밴드로 성공하는 과정을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이다. 이런 영화는 과거에도 많았는데라고 기시감을 느끼실 분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단언컨대 에는 관객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끔 하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그렇다. 이
“무신론이나 동성애와 싸울 시간에 세계의 빈곤과 싸우라”던 우리 교황님.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듭되는 열린 태도가 불러일으키는 충격은 크다. 보수주의의 아이콘 ‘바티칸’ 발 전복의 메시지를 들으며,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가톨릭교회도 변화함으로써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한 종교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라며 지지를 표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그의 행보에
때는 자유의 시대인 1960년대를 막 관통한 1971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어느 호숫가 앞 고즈넉한 저택으로 페론 가족은 이사를 온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부부와 다섯 딸들은 화목하고 사랑스럽다.그러나 이 집은 으슬으슬 춥고, 썩는 냄새가 나고, 이상한 소리가 난다. 한밤중에 누군가가 자고 있는 소녀의 다리를 잡아당기고, 문 뒤에 선 누군가는 잠이
탱고는 부두 사창가에서 파트너를 기다리던 남성들이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합을 이뤄 추던 춤이었다고 한다. 유래를 알고 나니 왜 이 춤이 희비극이 교차된 감성을 그토록 강렬하게 전달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격정적 음악과 파격의 에너지가 어우러진 탱고는 영화의 사랑 역시 듬뿍 받아서 (1972), (1992)처럼, 탱고 영
오해하지 말자. 이 영화는 액션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재난영화도 아니다. , 이런 걸 원한다면 는 스케일 면에서 시시해 보인다.그러나 근육맨들의 몸 자랑 액션블록버스터나 현실감각 없어 보이는 재난영화가 영 취미에 맞지 않다면, 이 영화의 처음 전개 10분 만에 눈이 번쩍 뜨이고 심장이 쫄깃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