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예수살이공동체가 창립 26주년 감사미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이날 한국순교복자수도회 본원에서 열린 미사에 예수살이공동체 구성원 100명가량이 참석했다. 미사 말미에 입장문을 낭독한 공동체 대표 김승한 신부(의정부교구)는 1998년 창립 이래 사회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이번 반대 입장 표명은 최근 공동체가 역사 순례로 진행하고 있는 연례행사, 특히 지난해 6월 제주 4.3 순례, 9월 공동체 이름으로 4.3 희생자 추모
(사)우리신학연구소(이하 우신연)가 27일 정기 총회를 열어 2024년 사업 계획을 결정하고, 새 소장에 박문수 박사를 선출했다.연구와 출판 분야로 나눠 활동하고 있는 우신연은 주요 사업으로 지난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련 연구, 한국가톨릭청년운동사 연구, 번역 사업, 매월 주제별 줌(ZOOM) 세미나와 강연, 강좌를 진행해 왔다. 출판사업으로는 계간지 과 본당(성당) 신자 교육 자료집 ‘물동이’를 발간했고, 서울대교구 이기우 신부 사회교리 강의록, 게재글을 엮은 'AI시대 종교와 과학이 만나다'를 발간
나는 그의 영화에서 사회적 ‘구원’을 본다엥겔스는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라는 책을 통해 자본주의 원조국인 영국에서 노동자 계급이 처한 비참한 삶을 고발했다. 켄 로치의 여러 영화를 보노라면 이 책의 영화적 버전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그의 영화에서는 신자유주의 대처리즘의 잔혹한 흔적이 드러난다. 칠레 영화 '공작'(파블로 라라인, 2023)에서 대처가 흡혈귀로 묘사되었듯이, 대처를 향한 조롱과 비판은 온당하다. 최근 영국인의 삶이 말이 아니게 형편없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제국, ‘요람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에 따라 전공의 사직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교회의가 '생명 존엄' 중시를 가장 중심에 두고, 돌파구를 찾을 것을 정부와 의료계에 촉구했다.윤석열 정부는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 OECD국가 평균 의사 수(1000명 당 3.7) 대비 한국 2.6명 등을 근거로 지방의대 중심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지난 20일부터 주요 수련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과 병원 이탈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3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
천주교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2월 22일 정기 총회를 열고 2024년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인권위는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내 인권소위원회로 시작해 1994년 총회를 통해 천주교인권위원회로 독자 활동을 열어 갔다. 교회 안에 있지만 교회 안팎의 인권침해사건과 사안에 대한 조사, 대책 활동, 연대 활동을 해 왔다.인권위는 올해 월요법률상담 활동 강화, 공익소송 확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회 활동, 한반도 평화행동, 국제인권네트워크를 통한 대한민국 여성차별철폐 본심의, 고문방지협약 심의 등 공동 대응, 인권
그리스도교 역사는 번역과 편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 처음에 계셨던 말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이셨던 그 말씀은(요한 1,1) 육화라는 인간적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리스도교의 시발이었던 말씀의 육화 이래 그분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대한 이야기는 목격 증인인 사도들과 제자들을 통해 구전으로 전승되어 오다가 복음서로 번역되고 편집되었다.이후 교부들이 그리스도교의 삶과 사상을 이끌었다. 교부들은 히브리 성서의 고대 그리스어 번역본인 칠십인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바탕으로 하느님 말씀을 이해
인간 실존의 문제를 일관된 작업 주제로 진행해 온 오원배(吳元培, 1953-) 작가가 인천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인천아트플랫폼, 2023.10.7.-2024.3.3.)개항지로서의 인천은 작업의 모티브이자 부조리한 인간 실존 문제를 드러내는 자양분이 되는 장소이기에 전시된 아카이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풍경은 바로 청관(淸館, China Town)이다. 이곳 일대는 1884년 청국이 일본을 견제하며 체결한 통상조약(인천구화상지계장정, 仁川口華商地界章程)과 관련된 곳으로 청나라의 관청이 있던 동네다. 이후 청관은 19
평화 방정식? 글을 쓰고 나서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끙끙대고 있을 때 갑자기 떠 오른 단어다. 평화는 사회과학 특히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의 대표적 가치이자 개념이다. 방정식은 수학의 대표적인 개념으로 수많은 ‘수포자’를 만든 제1원인이었다. '평화 방정식'은 어울리지 않은 두 이질적인 개념의 물리적 또는 화학적 결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방정식은 언뜻 다양하고 개별적이고 제각기 달라 보이는 현상들에 보편적이고 통일된 법칙이 성립함을 식으로 보여 준다는 특징이 있다. 즉 복잡한 사회 현상을 보편적인 수학적 규칙으로 설명하는
아직도 해마다 정초가 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일 년 운세를 보는 경우가 있다. 오래된 풍습이다. 운세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무당이나 역술인을 찾아가 점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점을 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예지 능력을 믿는다기보다는 긍정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AI시대에 비이성적 주장이나, 비과학적 상황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특히 미래 예측은 슈퍼 컴퓨터도 맞추기 힘든 고난도 작업이라서 몇 가지 가능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 환경단체 총회가 이어졌다. 가톨릭기후행동,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종교환경회의는 총회를 통해 가속화 되는 생태계 파괴 정책과 기후위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모색하고 2024년 활동 계획을 결정했다.먼저 종교환경회의가 15일 23회 총회를 열어 2024년 사업 계획 결의과 함께 올해 실무 대표 단체로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로 양기석 신부를 선출했다.종교환경회의는 천주교창조보전연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한울연대 등 5대 종단 환경단체의 연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린 2024년 ‘세계해방신학포럼’(WFTL)에 참석한 신학자들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대량학살과 신식민주의에 희생되고 있는 토착 원주민들과의 연대를 밝혔다.세계 5개 대륙에서 온 참가자 40여 명은 2월 19일에 낸 성명서에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식민 통치하고 또 현재 가자 지구 및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계획적 대량학살(genocide)”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유대 신학을 비롯해 서구 신학 가운데 이러한 “학살을 정당화해 온 시온주의(Zionis
환호도 비관도 하지 말아야 한다!2023년 4월 챗지피티4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이 기술이 보여 준 효능과 기술 공개와 동시에 나타난 문제점을 개발자들이 몇 달 만에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 주어 큰 화제가 되었다. 최소 10년 이후에나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던 기술이 빨리 나타난 점, 문제점을 보완하는 속도도 몇 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불과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아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그러자 언론과 얼리 어댑터들은 이 신기술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빠르게 바꿔 놓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언론이 떠든 정도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8)가 열렸다. 파리협약 이후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앞에서 이제는 화석연료 퇴출을 분명히 하고 기후위기 당사자국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발표한 데 이어, COP28에서 연설하기로 하셨다. 이에 맞춰 '찬미받으소서 운동'은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주제로 한 웨
최근 보건의료 화두는 단연 의대정원확대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2월초 2000명이라는 큰 수의 의대정원확대를 발표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나오자마자 우리 사회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 여부를 걱정했다. 정책의 정합성이나 이를 성공시킬 방안보다 의사집단의 저항이 초미의 관심이 된 이유는 2020년 적은 수의 의대 증원에도 진료거부가 있었기 때문이다.지난 2020년 의사들의 저항으로 증원 자체가 철회되는 과정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우선 환자들을 돌보고 살펴야 하는 의사들이 자신의 밥그릇 때문에 다른 수단도 아니
민족주의가 수난을 겪고 있다. 탈(脫)민족론이 남북에서 공히 기승을 부리며 민족주의가 시대에 뒤진 낡은 퇴물로 취급되고 있다.남북에서의 탈민족론북한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작년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두 국가론’을 주창했다.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기 때문에, “흡수통일 ·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헌법 조문에 대한민국을 불변의
1904년 1월 12일. 유목민족인 헤레로족은 독일의 남서아프리카 식민지였던 오늘날의 나미비아에서 독일 식민통치권력에 맞서 봉기했다. 진압을 위해 베를린의 독일 정부는 로타어 폰 트로타의 지휘를 받는 1만5000명 군대를 파견했다. 헤레로 전사들은 물이 거의 없는 오마헤케 사막으로 도주했고, 트로타는 이 지역 전체를 봉쇄한 뒤 그나마 몇 군데 식수원이 있는 곳으로 피신한 사람들을 쫓아내버렸다. 이렇게 해서 물을 구하지 못한 수천 헤레로가 가족과 가축들과 함께 탈수로 죽어갔다. 트로타는 ‘헤레로 몰살령’을 내렸다. “헤레로들은 더 이
한국인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첫 축복이 이뤄졌다.지난 1월 20일 가톨릭 신자 성소수자와 이들과 연대하는 단체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가 마련한 신년 미사에서 이승복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가 미사 끝난 직후, 두 여성 커플을 축복했다.첫 축복을 받은 이들은 크리스(크리스티나, 가톨릭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와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공동대표) 씨와 배우자 아리 씨(아리아드네), 유연 씨(크리스티나)와 윤해 씨다.크리스 씨와 아리 씨는 한국 국적으로 2013년 캐나다에서 동성혼을 했고, 유연 씨와 윤해 씨는 2018
요즘 이상 기온이 아닌 곳이 별로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늘 단단한, 그래서 모든 것을 지탱해 줄 것 같은 대지는, 너무 그렇게 근거 없이 믿지 말라고 경고를 하는 듯했고, 가로수가 뽑혀, 주차해 좋은 자동차 위로 무너져 내린 집도 있었다. 우리 동네는 다행히 전기가 나가지 않았지만, 여러 동네에서 며칠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춥게 지내기도 했다. 비가 계속 내리기 시작할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가뭄으로 바짝 마른 나무들이 좀 해갈을 한 표정일까 살펴보러 나가는 일이었다. 그동안 나무
아프리카 대륙에 첫발을 내디뎠던 날을 잊지 못한다. 나는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2018년 8월 26일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공동체가 있는 프로테리아(Proteria)로 가는 차에서 본 선홍빛 노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남아프리카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다 짐바브웨로 향했다. 비공식 사목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에 있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을 만났고 아프리카와도 만나게 되었다. 나의 두 번째 아프리카 방문은 코로나가 세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할 무렵인 2020년 2월 말에서 3월 초에 이뤄
올해 3월부터 학교폭력(이하 ‘학폭’)은 교사가 아닌 ‘학폭 전담 조사관’이 조사한다. 지난해 10월 대통령과 교사들의 간담회에서 “학폭 업무를 왜 교사가 하느냐, 교사 업무에서 빼 달라”는 교사들의 요청에 따른 후속 정책이다. 교육부는 학폭전담조사관으로 전직 경찰과 퇴직 교사 등 2700명을 선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대부분 교원 단체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학폭 업무 핑퐁의 역사'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은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