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님. 이번에는 누굴 찍어야 합니까? 아무래도 천주교 신자가 낫겠지요?” 요즘 교우들한테서 심심찮게 받는 질문이다. 글쎄, 그러고 보니 저마다 대통령하겠다고 나선 여러 후보자들 중에 누가 천주교 신자인지 나도 모르고 있었구나. (이 글이 발표될 즈음에는 지금의 대선 후보자들 가운데 누가 남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을 뒤져서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43
-
그날, 그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꾹 참고 가만히 있으려니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이 글이 실릴 때쯤이면 시사성이 한참 떨어져 진부한 이야기가 될 게 뻔한 글을 쓴다. ‘평화신문’, ‘가톨릭신문’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주일 미사 후에 대부분의 교우들이 마당을 빠져나갔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42
-
점심을 먹고 산책길을 나서는 것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매일 반복되는 나의 일과다. 그 날도 성당을 나와 차들이 빽빽이 들어선 연립주택 골목을 지나던 참이었다. 초등학교 3~4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 셋이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들고 재잘거리며 저만치서 나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 앞까지 온 아이들은 나를 보더니 “안녕하세요?&r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41
-
1년에 서너 차례 모이는 친구들과 함께 대포를 마시다가 오랜만에 우리 피정 한번 하자고 바람을 잡았다. 그것 참 좋은 생각!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몸이 마음을 못 따르는 법, 강화도 예수성심전교수도회 피정의 집에 모인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8명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딱 좋았다. 나이는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 부부가 두 쌍에 나머지는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41
-
전에 살던 부천 상동 성당 근처에는 성주산과 소래산이 있어 좋았는데 이곳 고강동으로 이사 온 후로는 마땅한 운동거리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소홀히 하지 말라니 아쉬운 대로 걷기라도 하자고 나섰다. 동네 골목길부터 시작해서 차들이 쌩쌩 달리는 8차선 오정대로, 분명히 사람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만들었을 김포공항 담 옆의 2차선 도로, 논밭 사이의 농로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40
-
두 번의 병치레를 하는 동안 뜻하지 않게 많은 은인들이 생겼다는 글을 썼는데, 써놓고 보니 중요한 두 분을 빠뜨렸다. 한 분은 내게 신품성사를 주신 나길모 주교님이고 또 한 분은 현 교구장이신 최기산 주교님이다. 두 분은 나로 인해서 생긴 엄청난 금액의 병원비와 약값을 다 대주셨다. 그뿐 아니라 내가 일터를 떠나 휴양하는 동안의 생활비까지 배려해주셨다. 두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39
-
전 인천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최일 회장님이 암으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부평성모자애병원에 갔다. 팔십 평생에 처음 큰 병을 얻으셨다니 얼마나 건강하게 사셨던 분인가. 그분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신부님, 저는 요즘 새삼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에 참 많은 은혜를 입었다고요. 모든 것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남보다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35
-
1970년 초, 서울대신학교 철학과를 마친 우리 동기들이 논산훈련소 훈련병으로 박박 기고 있을 때 우리를 따뜻하게 보살펴주신 고마운 분이 육군 대위 이영수 신부님이었다. 그분의 후임으로 오셨던 이군형 신부님의 배려 또한 잊을 수 없다. 한 주간 내내 얻어터지고 깨지다가 주일에 임시 성당으로 쓰던 허름한 영내 극장엘 가면 왜 그리 주책없이 눈물은 쏟아지던지?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34
-
이왕이면 한국순교성인의 달이 지나기 전에 한번 더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운 좋게 1996년에 서울대신학교의 이기명 신부님이 쓴 자료집 을 발견했다. 가톨릭대학출판부 직원 유희숙 씨는 그 책을 찾는다는 내 전화를 받고 고맙게도 보관하던 3권 중 한권을 기꺼이 보내주었다. 30여년 전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32
-
어머니 아버지가 여섯 달 사이로 돌아가신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처음엔 너무 슬프고 허전해서 못 살 것 같더니 해가 거듭되면서 그럭저럭 감성이 무뎌진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눈물 콧물 범벅이던 조카 녀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이젠 제 아비 따라 성묘도 가려 하지 않는다. 세상은 애고 어른이고 다 그렇고 그렇게 사는 건가보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31
-
솔직히 말하는데 우리 신부나 수녀들의 휴가 소식을 교우들에게 알려서 은근히 봉투나 바라는 얍삽한 잔머리는 내게 없다. 그런데도 내게는 잠시나마 조금 섭섭한 구석이 있었음을 가벼운 마음으로 고백한다. 수녀님과 보좌 신부님의 휴가를 주보에 냈을 때는 교우 할아버지 한분이 슬그머니 내게 봉투를 쥐어주시며 두 분께 전해달라고 하시더니 정작 본당신부인 내가 휴가를
교회와 세상
호인수
2008.11.28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