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서 2018년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극장가에서는 '강철비', '신과 함께', '1987'이 빅3를 형성하며 흥행에서 순항하고 있었다. '코코'와 '메이즈 러너' 같은 할리우드 큰 영화와 이병헌이라는 스타의 이름값에 걸맞은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는 '그것만이 내 세상'이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올라있는 가운데, 지난주에 한국영화 '1급기밀'의 작지만 강렬한 한방이 눈에 띈다.남북 핵위기를 둘러싼 근미래 영화 '강철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의 초기작인 ‘아무도 모른다’(2004)가 칸영화제 경쟁작에 오르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그의 영화는 매년 부산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이후 한국에도 개봉하여 좋은 평가와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 따뜻한 가족영화를 만들던 고레에다 감독이 이번에는 과감하게 냉철한 스릴러에 도전했다.승리밖에 모르는 변호사가, 자신을 해고한 공장 사장을 살해하여 사형이 확실시되고
‘야간비행’(2011)으로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받고 부산 국제영화제, 미쟝센 단편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 받아 왔던 손태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대 풋풋한 젊은이들이 사회로 이제 막 나오면서 겪어야 하는 아픔과 두려움이 아기를 매개로 하여 드라마로 엮인다. 영화는 졸업, 입학, 취업, 결혼 등 갓 사회로 진입하는 세대인 ‘갓세대’가 사회 속에서 겪게 되는 힘겨움을 현실감 있게 그린다.군대 전역을 앞두고 세상 밖으로 나갈 일이 막막한 도일(이이경)은 하는 일도 없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
신이 창조한 세상, 남자로 육체화된 신을 숭배하는 인류 사이에서 여신은 어디에 있나? 느낌표가 붙은 ‘어머니’란 제목의 미국 영화 ‘마더!’의 의미가 자못 궁금하다. 이 작품은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로, 공개된 뒤 극찬과 비난, 두 극명한 반응을 일으킨 논쟁적 작품이다. 종교적 상징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우화적 경고를 하고 있다.영화는 서양의 문화를 전반적으로 지탱하는 그리스도교를 가져와서 서사화하였는데, 이야기와 캐릭터는 그리스도교의 많은 요소를 반성적으로 반영한다. 감독은 ‘블랙스완’(2010)과 ‘노아’(201
노인과 청년이 티격태격하다가 서로 돕고, 화합하고, 결국 목표를 이루는 이야기 구조를 갖춘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나 가족 드라마의 변형이다. 눈에 들어오는 대로 뭐든 민원을 넣는 민원왕 80대 옥분과 원리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는 30대 9급 공무원 민재의 인연은 이상하게 엮인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게 되고, 그리고 오해를 하고, 그러다 오해를 풀고, 서로 애틋하게 생각하며 돕다가, 또 갈등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하나의 목표 아래 합심하며 일을 풀고, 다시 두 사람의 일상으로 돌아가
지난달 개최된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화제를 모은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단 세 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로, 노르웨이 출신의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의 재주가 특별해 보인다. 게다가 세 주인공 중 하나는 시체 역할로 부검대 위에 누워 있기만 한다. 창백한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의 시체가 주는 감정은 이중적인데, 매혹적이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2), ‘베테랑’(2014) 등, 사회현실을 가져와서 장르적 통쾌함으로 버무린 액션영화로 성공한 류승완 감독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자 많이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풍자적으로 현실을 비꼬며, 투박하고 거친 육탄전 장면으로 영화 속에 발랄함과 호쾌함을 불어넣어 영화적 생기를 가꾸어 가는 개성을
경상북도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사드 배치 최적지로 성주가 결정된 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로 인한 아이들의 피해가 걱정되었던 여성들을 중심으로 저항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파란색 끈으로 나비 모양의 리본을 만들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바람을 일으켜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이 여성들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소록도’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작은 사슴 모양의 섬이라는 뜻의 예쁜 이름의 섬.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이 섬은 한센병 환자들의 주거지로 알려져 있다. 개신교 선교사들이 1910년 이 섬에 들어와 요양원을 세웠고, 조선총독부가 자혜병원을 연 이래로 전국의 모든 한센병 환자들이 이 섬으로 강제 격리 수용되었다. 완치가 가능하고 전염성이 낮은 질병임에
전쟁이 끝난 직후, 독일의 공격으로 잿더미가 된 1945년 폴란드를 배경으로, 수녀들과 그들을 돕는 프랑스 출신 여의사의 실화를 영화화한 프랑스 영화다. 감독은 '코코샤넬'(2009), '투 마더스'(2013) 등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안느 퐁텐이다. 영적이고 경건한 수녀들의 기도와 합창은 보는 이에게 평화로움을 주지만, 그건 그저 보이는 것일 뿐이다
'싱글라이더'는 지난해 '밀정'의 대성공 이후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의 명가인 워너브라더스사가 두 번째로 제작한 한국영화이며 이병헌이 주연하는 가족 멜로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눈길이 간다. 최근 이병헌이 등장하여 성공을 거둔 대부분의 영화들이 요즘 한국영화 주류 장르의 흐름을 보여 주는데, 그것은 미스터리 스릴러나 사극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가 선택
SF 영화는 우주여행, 외계인 침공, 미래 사회를 그리는 것 등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중 외계인 침공을 소재로 하는 SF는 195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제작되기 시작한 이래로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영화 속 외계인 침공은 현 사회의 인종차별주의를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1950년대는 전 세계가 자본주
우리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많은 과제들을 안고서 2017년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낡은 것과 결별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픔이 뒤따르지만, 새벽을 맞이하기까지 짙은 어둠을 경험해야 한다는 자연의 진리를 되새기며 이 고통의 시기를 견디고 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역사적으로 사회가 위기에 빠질 때 영화계는 흥했다. 유럽에서는 1차 대
영국 노인 다니엘은 손재주가 좋은 독거노인이다. 그는 인터넷을 못 해 실업급여 신청도 못 하는 딱한 처지지만 자존심이 강하다. 그래서 개똥을 치우지 않는 이웃을 참지 못하며, 또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가난해도 집안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 그의 자존심이며, 자신의 처지가 힘들어도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의 자존심이다. 평생
인구 33만 명의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 하면 얼음으로 뒤덮은 곳이라는 인상 외에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겐 낯선 나라다. 1년 내내 겨울이어서 황량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여느 북유럽 국가들처럼 복지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1인당 GDP가 5만 달러가 넘는 부유한 나라다. 인구가 적은 나라여서 그런지 1년에 고작 10편 정도의
1950년생, 38따라지 양미숙이 쏘~영(소영)이 되었다. 가정부, 공순이에서 기지촌 여성을 거쳐 지금은 탑골공원에서 영업(?)을 펼치는 ‘박카스 할머니’. 전쟁에서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넘어 신자유주의 시대인 지금까지 어떻게든 살아왔다. 그녀는 성 노동자다. 그녀가 하는 일은 공원에 서서 지나가는 잠재 고객에게 “나랑 연애할래요? 잘 해 드릴게.”
1000만 관객을 동원하여 올 여름 최고 흥행작이 된 '부산행'과 나란히 놓인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원래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한 감독으로, 리얼리즘 사회비판 애니메이션이라는 영역의 실험을 꾸준히 이어 오다가 '부산행'을 통해 실사 영화로 선회했고, 그의 어둡고 무지막지하고 날카로운 세계관은 좀비 장르를 만나 상업영화계에서 대폭발했다. 좀비 스릴러
'돼지의 왕'(2011)이라는 작품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이 처음 연출한 실사영화다. 애니메이션만 연출하던 감독이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실사영화를 찍는다고 하자 내심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물론 '사이비'(2013)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 세계는 훌륭하다. ‘돼지의 왕’의 중학교, ‘사이비’의 수몰 직전
단편영화계 최고의 영예인 끌레르몽페랑영화제 대상, 그리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실력을 입증한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를 많은 영화팬들이 고대하고 있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 상황이 전개되는 그녀의 영화적 개성은 장편 데뷔작에서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우리들’은 올해 최고의 데뷔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이미 이 영화는
'싱 스트리트'는 음악영화라는 자신만의 장르적 세계를 구축한 아일랜드 출신 존 카니 감독이 이전과는 다른 개성있는 음악 세계를 펼치는 영화다. 존 카니는 다큐멘터리처럼 누군가의 진실된 삶을 들여다 보는 듯한 영화로, 가난한 길거리 뮤지션들의 노래와 로맨스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원스'(2006),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 '마룬5'의 애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