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주변에는 부산 국제시장 언저리를 맴돌면서 생계를 꾸려가던 이웃들이 참 많았다. 그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야 했던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한 탓일까? ‘고통’에 대한 물음이 일생의 화두(話頭)처럼 나를 따라 다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란 생각도 들었다.
연말과 연초 두 번에 걸쳐 오체투지를 했다. 1차 오체투지 행진은 기륭전자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섰다. 50일간의 공장점거 농성, 구속, 세 번의 고공농성, 94일에 이르는 집단무기한 단식, 국회 원내대표실 점거, 삭발, 3보 1배 등 ‘죽는 것만 빼놓고’ 다 해보았다는 10여년에 걸친 정규직화 투쟁의 끝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측은 공장부지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창조되었다. 행복한 사람은 누구나 ‘나는 이 땅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의로운 사람, 성인, 거룩한 순교자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다. 우리 눈에는 고통스럽게 생애를 마감했던 사람들인데, 교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행복한 사람’(beatus, 福者)이라고 부른다.사람들은
복 복 복짜로 시작되는 말은... 복음 복어 복구 복창 복조리, 복지리.복 복 복짜로 끝나는 말은.... 행복 전복 중복 말복 여자복, 남자복.어릴 때부터 익숙한 멜로디에 가사를 끼워 맞춰 흥얼대 봅니다. 복으로 시작되고 마치는 말은 이 밖에도 더 많은데, 우리 각자가 처한 환경이나 생각이 서로 다른 만큼 ‘복’이란 말에서 오는 의미들도 다채로울 것입니다.
5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분명 나는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세요”라는 덕담을 꽤 많이 건네었고 받아왔다. 그런데 막상 복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은 거절 없이 받아놓고, 날이 지날수록 내 안에서 ‘복? 복이 뭐지? 내가 복에 대해 뭘 쓸 수 있을까?’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웬만해선 며칠 글감을 들고 고민하면 얼추 틀이 잡히는데, 이번에는
“요즘 성당에서 안 보이네요?” 본당 구역장이 어떻게 알았는지 묻는다. “예, 일이 좀 있어서요.” “어쩜! 고백성사 보셔야겠네요!”주일미사에 못 간지가 석 달째다. 엄밀히 따지면 못 간 것이 아니라 안 간 것이다.석달전, 오랫만에 현정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졌어요...”명랑하고 애교덩어리 녀석인데 반은 떨고 반은 울음이다.현정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에서, “신앙은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이며, “하느님께서 참으로 우리를 사랑하시고, 살아계시며, 신비로운 방식으로 개입하실 수 있는 분이시고,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시며, 당신 권능과 무한한 창조력으로 악에서 선을 이끌어내시는 분이심을 믿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이어 하느님 나라는 이미 이 세상에 현존하고 곳곳에서 여러 가
한국 사회에서 핵발전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6.4 지방선거에서도 탈핵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핵발전에 대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입장은 무엇일까?“핵과 관련하여 성찰할 대목은 특히 생명권과 환경권이다. 핵기술(핵무기와 핵발전)은 생명권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우리의 생명권을 보호하려고 핵무기를 갖는다는 핵억제 논리는
이번에 지역별로 반핵을 지지하거나 탈핵 정책 협약에 서명한 후보들은 각 지역 도지사, 시장 수준에서 15명이다. 대부분 현재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거나 영향권에 있는 경상남도, 경상북도, 울산, 부산, 대구, 경주를 비롯해 신규 핵발전소 예정지인 강원도, 삼척시 도지사와 시장 후보들로 구체적인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노후 원전 폐기, 신규 핵발
오는 6월 4일, 앞으로 4년 동안 지방자치단체를 책임질 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이슈 중 하나는 ‘탈핵’이다. 현재 핵발전소가 운영되거나 건설 예정지로 결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른바 ‘탈핵 후보’를 내거나 탈핵을 위한 정책을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현재 한국의 핵발전소는 전남 영광 6기
여옥(그레센시아) 씨는 평화운동단체인 ‘전쟁 없는 세상’의 상근활동가다. 2012년 3월 5일, 여옥 씨와 평화운동활동가들은 제주도 강정마을로 달려갔다. 이틀 뒤인 7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를 폭파시킨다 했기 때문이다.그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소송, 시민 캠페인, 국제연대 호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주민과
지난 3월 29일 오후, 주말을 맞아 한적해진 을지로 빌딩 숲 사이에서 호프집 한 곳이 들썩였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데도 입구엔 자리를 잡지 못해 서성이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런데 여느 맛집 앞에 늘어선 사람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손님이 알아서 테이블을 펴 자리를 마련하고, 주문이 늦어도 불편한 기색이 없다. 구석에 마련된 간이 주방에선 서울에서 보기 힘
2007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제주 해군기지 반대활동으로 연행된 사람들은 649명, 이 가운데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은 589명이며, 구속자 수는 38명, 현재 기소 건수는 200여 건이다. 이 가운데 확정되거나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서 벌금형으로 부과된 벌금은, 약식명령으로 부과된 벌금을 제외하고도 총 2억 6천여만 원에 달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존재를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당연한 답이겠지만, 직접 느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 마치 사랑을 경험해봐야 이것이 사랑인지, 그저 설렘에 그칠지 알게 되는 것처럼.성령의 존재도 그렇다. 교리서에 쓰인 설명을 읽고 또 읽어보지만, 성령의 현존을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 ‘성령’이라는 단어가
우메다 료스케 씨는 35년 전 일본 시마네 핵발전소와 츠루가 핵발전소에서 1년간 일을 한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코피가 자주 나고 울렁거림과 현기증이 계속돼 수년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나가사키 대학 병원에서 전신검사를 하고 나서야 원인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체내에서 코발트와 망간, 세슘 등이 검출되면서 방사능 피폭 의
일반병원사목.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이 아닌 일반 종합병원에서 환자들과 병원 내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목 활동이다.신자들을 위한 기도, 성사적 도움뿐만 아니라, 비신자나 다른 종교를 가진 환자들이 요청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와 위로를 주는 ‘영적 주치의’가 바로 일반병원 원목사제다. 병원사목은 심신이 병든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경험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반드시 겪게 되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나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아픈 것은 싫으니까, 생활이 불편해지고, 병원에 다니려면 돈도 많이 들고, 더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될 거고, 내 가족들도 힘들어 질 테니까, 사형선고처
간간히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정적을 깨는 유일한 소음일 정도로 적막한 일산 백병원 7층 신경외과 병동. 복도 끝 6인실에 입원 중인 김진수(가명, 루카) 씨는 2주일째 계속 누워만 있었다. 마비된 하반신에 욕창이 생겼기 때문이다. 진수 씨는 작년 11월 추락사고로 척추 신경이 심하게 손상됐다. 욕창이 나을 때까지는 재활치료도 어렵다 했다.그런 진수 씨를 찾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엔 사라진 풍경이지만, 과거에는 광부들이 갱도에서 작업할 때면 꼭 카나리아 새를 데리고 들어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유달리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가 갑자기 거친 날갯짓을 하고 불안하게 지저귀는 이상 행동을 보이면 광부들은 그걸 신호로 삼아 즉시 밖으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핵발전소 필요 없다! 시모노세키 모임’의 대표를 맡
지난 여름, 날마다 전력 사용량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정부를 비롯한 온 국민이 블랙아웃의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동안 줄기차게 방송에서 흘러나오던 공익광고 하나가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당신은 달리는 발전소, 전등불을 끄는 당신은 끄는 발전소, 에너지를 절약하는 당신은 대한민국 발전소입니다.” 전기가 부족하니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