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나의 마음을 닦듯나의 일터를 닦습니다.나의 노동은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나의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
나는 오늘 옆집 아저씨의 긴급 호출로 모심기에 합류했다.장모님 따라 모처럼 우리 집에 온 처남도 함께 모판을 날랐다사위와 아들이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신 어머니도 논에 오셨다.어머니는 모심기에 굼떠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일을 했던 그 옛날을 회상하셨다.의도치 않은 우리 가족의 출현으로 모심기는 잔치가 되었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루피노이름 없는 들풀들을 사랑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늘을 쳐다봅니다.
세상을 뒤흔들었던 사나이“지위의 선택에 즈음하여 우리가 주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인류의 행복과 우리 자신의 완성이다.... 인간의 본성이란 그가 자신과 동시대 사람들의 완성을 위해, 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일할 때만이 자신의 완성을 달성할 수 있게 되어 있다.”여기서 ‘지위’는 각자 원하는 ‘직업’을 뜻하는데, 17세의 소년은 '직업 선택을 앞둔 한 젊은이의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피력했다. 이 소년은 훗날 그 자신이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대사상가가 된다.1818년 5월 5일에 마르크스가 태어
피눈물이 쌓이고 쌓여서그리움이 되었습니다.배고픔이 쌓이고 쌓여서분노가 되었습니다.강제로 끌려온 질곡의 세월이아직도 버림받고 있는 하늘과 땅이지만,역사는 슬픈 노동자들의 원한을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
인도영화 하면 인형 같은 미녀와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짝을 이루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흔히 떠오른다. 일명 ‘볼리우드’ 혹은 ‘마살라 영화’로 지칭되는 인도영화는 화려한 의상과 하이톤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떼를 지어 군무를 추는 장면이 연상된다. ‘마살라’라는 향신료가 이것저것 다 넣어서 만들 듯, 볼리우드 영화는 할리우드 뮤지컬에 인도 전통의 신화와 전설, 그리고 현대 서구 미디어의 관행이 뒤섞여 만들어진,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만 때론 새롭게도 느껴지는 영화다. 1년에 1000편 정도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인도에서 대부분의
처음으로 나만의 방을 가졌던 날을 기억한다. 아마도 초여름이었는데, 학원에서 돌아와 보니 새 책상과 새 침대가 놓인 나만의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까지는 항상 할머니나 언니와 같이 방을 썼는데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 문 앞에 서서 방을 바라봤던 순간은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완벽한 장면이다.방이 생기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단,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에 아무도 없다. 고로 자다가 팔다리를 마음껏 뻗쳐도 상관없다. 새벽까지 불을 켜고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들어도 뭐라고
친정 엄마는 손이 아주 크다. 뭐든 만들면 넉넉해서 이 집 저 집 퍼 주고 이 사람 저 사람 불러다 먹인다. 그런데 나는 엄마를 안 닮았다. 내 딴에는 넉넉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해 놓고 보면 양이 얼마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반찬을 만들면 한 끼니 분량으로 똑 떨어지는 때가 대부분이다. 그때그때 만들어 싹싹 해치우니 개밥거리조차 잘 나오지 않는 형편인 것이다. 음식을 남기면 남긴 거 죽어서 다 먹어야 한다는데 남기는 게 없으니 죽고 난 뒤에까지 해야 하는 숙제는 없구나 싶어 홀가분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늘 안타까움이 있다. 나란
복싱장에 다녀온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선언하듯 말했다.“나 이번에 복싱대회 나가려고!”“하하하. ”웃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기뻤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복싱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어. 그런데 관장님이 다가오더니 ‘이번 대회는 나가셔야죠?’ 그러는 거야. 저번에도 그랬고 저저번에도 그랬잖아. 내가 좀 소질이 있나 봐.” 남편은 웃다가 흠칫했다.“진짜.... 나가게?”“응. 왜....? 맞으면 아플까 봐?”남편은 내 말이 그 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아프긴 하겠지만.... 에헤헤. 뭐 얼마나 맞겠어.... 그래도 아마추어 복싱
남과 북이 만납니다.남과 북은 핵무기 시험 발사 등으로 고조되었던 전쟁 위기 속에서 평화를 모색합니다. 이 모색에는 북한과 미국의 평화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가 담보될 수 없다는 슬픈 현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남과 북은 다시 만납니다. 이 만남은 정권을 넘어 끝없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만남을 위해 민들레 홀씨가 되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영원한 평화를 심는 씨앗이 되어야 합니다. 그 씨앗들을 전달하는 바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바람을 품는 어머니이신 땅이 되어야 합니다.우리는 평화의 농부인 것입니다.
최근에 개봉한 ‘곤지암’이라는 영화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다. 이런 영화가 현재에도 상영되는 이유는 아마도 여전히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셸 푸코는 저서 "광기의 역사"에서 18세기 후반 광인들을 수용시설로 격리시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용을 통해 배제시키려고 했던 것이 환상적 양상을 띠고 다시 대중에게 돌아왔다고 언급한다. 21세기 현재 한국에서 ‘곤지암’은 18세기 정신병원 ‘비세트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의 이미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정신장애인
어릴 적,누구나 아빠의 목말을 타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모든 사물이 크고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아빠의 목말 아래의 세상은 달라 보였지요.아빠는 저의 영웅이지만,세상은 이미 두려움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어제 시장에서 아빠가 아닌 엄마의 어깨 위에 있는한 아이를 보았습니다.세상을 다 가진듯한 아이의 위풍당당한 모습에서어릴 적 아빠의 목말을 탔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수학여행을 떠나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며이 세상 모든 아이들과그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들을 생각하는 하루였습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
해마다 이 무렵이면 농촌은 분주하다.밭작물, 논농사를 위해 겨우내 굳어진 허리를 굽혀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다.내 입에 들어오는 밥 한 그릇에는 수많은 생명체의 노고가 깃들어 있다.땅이,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인간이 상부상조하지 않으면 밥 한 그릇의 수확도 불가능하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다시 봄이 왔습니다.개나리가 지고 유채꽃이 노랗게 물들고 있습니다.이 아름다운 부활의 봄날에 하느님의 자비와 함께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
묵은 것보다 새것이 땡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직도 남아 있는 묵나물(고구마 줄기 말린 거)이 있는데 꽁꽁 숨겨져 있으면 안 먹고 지나갈까 봐서 일부러 눈에 잘 띄는 부엌 칠판 앞에 떡 하니 걸어 두었다. 어서 먹어 치워야지 하고 말이다. 헌데 반찬거리가 없으면 새로 나는 나물을 찾아 들로 산으로 쏘다닐망정 묵나물은 외면하게 된다. 마을 할머니들이 첫째 둘째는 본 척 만 척이고 셋째 다나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이치인 걸까? 아, 이제 막 돋아나는 것들의 싱싱함이여, 풋풋한 향기여!김치도 그렇다. 묵은지가 동이 날 때가
당시를 온전히 떠올릴 수는 없지만, 그래서 너무 개탄스럽지만, 그때 내가 떨고 있었던 건 기억난다. 나는 겉옷을 벗는 것도 잊은 채 아무도 없는 집 안의 싸늘한 공기 속을 이리저리 서성였었다. 소파에 앉았다가도 튀어오르길 반복했고, 프흡! 으흣, 흐어엇! 입에서 바람을 뱉는 것처럼 웃었다. 살다 보면 이처럼 우습지 않은데 웃을 때가 있다. 울음이 웃음이 되어 나오거나 화가 나는데도 웃는 때가 있었다. 웃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날도 나는 잘 익은 밤송이가 툭 하고 벌어지듯 공기를 툭, 투둑, 토해 내며 웃음을 뱉어 냈었다. 슬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