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딱 5년 전입니다. 2013년 7월의 대한문 모습입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잇단 자결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하였고, 분노하게 하였습니다. 대한문 앞에 설치하려던 분향소는 경찰 병력 앞에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이 슬프고도 초라한 분향소에 누군가가 매일 빵을 두고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배고픈 것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사자들이 배고파 울면서 구천을 떠돌지 말라고 따뜻한 빵을 갖다 놓은 것입니다.쌍용자동차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습니다. 철탑에 올라 농성도 했고, 단식도 하고, 인도 원정
봄부터 거의 매일, 빵을 구웠다. 빵만큼 지루하지 않은 간식이 없을 뿐더러 날마다 밥을 주며 발효종(빵 씨앗 요정)을 키우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어 '이제 그만 뚝!' 하고 내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발효종을 넣어 빵을 반죽하고, 한두 시간 기다렸다가 모양을 빚고 그게 또 적당히 부풀어 오르길 기다려 빵을 굽는 나날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발효종에 밥을 주고(먹이기) 저어 주며(놀아 주기) 지속적 관계를 맺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음은 물론이다.그러던 어느 날 신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아빠를 반갑게 맞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건 아닌데 싶기도 하다.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저녁나절 내내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였다. 무겁게 장을 봐 와서 요리를 하고, 아이들 밥상을 차렸다. 자신의 저녁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아이들이 밥 먹는 것, 반찬 집어 먹는 것만 보았다. 그런데 제길. 아이들이 밥을 시원스레 먹질 않는다. 내 입에만 맛없는 게 아닌가 보다. “얘들아, 장난치지 말고 어서 먹어. 안 그럼 치워 버릴 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각박해져 가는데, 마침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봤다. 어떤 사람이 "원래 우리 동네에 이렇게 꽃이 많았나?"라며 꽃 사진을 올렸는데, 다른 사람이 "꽃이 많은 게 아니라 꽃이 많이 보이는 나이가 된 거다." 라고 답한 것이다. 왠지 내 이야기 같아서 뜨끔했다. 예전에는 엄마가 왜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꽃밭을 해 두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얼마 전에 동생이 보내 준 꽃 사진을 프로필로 해 둔 나를 발견했다. 나이 먹을수록 꽃이 좋아지는 것은 인생의 순리인가? 알 수 없다.그러나 꽃을 좋아한다고 꽃과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는 것은 아
매번 아시시에 발걸음이 멈추는 이유는 그곳에 프란치스코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어두움이 짙게 깔린 아시시의 골목길을 가로등 불이 환히 비추듯,오늘도 교회의 어두움을 비춰 줄 프란치스코의 꿈을 꿔 본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자전거가 생겼어.활짝 펼친 까치의 날개 무늬처럼하얀 내 자전거는 이름이 눈사람이야. 앞바퀴 뒷바퀴 동그라미 두 개를 달고내 눈사람은 나와 함께 잘도 달리지.동글동글 봄에는 꽃비를 맞고동글동글 가을에는 낙엽을 밟고빙글빙글 바람을 일으켜 가며빙글빙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햇살 아래서도 녹아 사라지지 않는눈사람 자전거는 눈사람이 내게 준 씨앗,눈사람 자전거는 눈사람이 내게 준 편지. 첫눈이 와 내 어깨에 닿을 때까지나는 눈사람과 함께 달린다. - 정유경, '눈사람과 함께 달린다' 전문("전봇대는 혼자다" 중) 자전거를
2014년 6월 11일 새벽. 끔찍했던 행정대집행이 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설 때 밀양 할매들은 박수를 치며 들떠 있었다. 문재인정부가 밀양의 아픔을 치유해 주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까지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공권력과 한전이 자행했던 폭력에 대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없었다. 765kV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마을을 갈라놓고, 사람들을 갈라놓은 것은 ‘돈’이었다. 한전은 ‘돈’으로 765kV 송전탑 건설 찬성 측과 반대편을 갈라놓았다. 이 불법적인 거래에 대해서도 진상규
“저에게는 올해로 서른이 되는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동생은 장애인 시설에 오랫동안 살아온 발달장애인입니다.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이고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돌봄의 부담은 개인과 가정에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가정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장애인을 ‘시설’로 보냅니다. ‘보호’라는 이유, 그리고 ‘다른 가족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사회와 격리해 버리는 것입니다.”서른 살 된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장혜영 감독은 유튜브 채널에 동생의 일상을 꾸준히 올리다가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2018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출구조사에서부터 대구 경북지역을 제외하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그야말로 파란 물결이 전국을 뒤덮었습니다.기초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개표 과정에서 기초의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출구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광역시장부터 개표를 시작함으로서 기초의원들의 당락 여부는 다음 날 새벽이 되어야 결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캠프에서는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당락이 결정되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기초의원
A씨는 50대 초반이며, 독립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17년 전에 정신과적 어려움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해 첫 입원을 하였지만 그 이후 한 번도 입원하지 않고 일상을 지내왔다. 그러던 중 작년 말 가족과 집주인에 의해 위기상황(집의 청결상태, 건강상태 등)이 포착되었다. 이들은 동주민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의 집을 방문하여 면담한 결과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결국 가족들은 사설 응급환자이송단에 의뢰하였고, A씨는 집에서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B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이 되었다.이는 최근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에
나는 농사일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적극 일에 뛰어들 형편이 아니다 보니, 알아서 잘하겠거니 신랑한테 믿고 맡기는 게 속이 편하다. 하지만 내가 굉장히 절박함을 가지고 달려드는 농작물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구마! 시골에 살면 고구마가 지겹고 시시하지 않냐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그렇지 않다. 내 경우엔 시골에 살면서 비로소 고구마의 참맛과 가치를 알게 되었다.왜냐, 고구마를 심고 싶어도 심지 못하던 시절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합천에 살 때는 멧돼지 때문에
- 육아일기 시즌 1을 마무리하며누구나 잘하는 게 하나는 있다고 하는 말을 위안처럼 여기고 살았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잘하십니까? 하는 질문에 답하고자 나름대로 애썼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때로는 웃으면서, ‘정말 하나도 없네!’라고 애써 명랑하게 답했는데, 그러고 나면 어느덧 슬퍼졌다. 겸손해서가 아니고 진심으로 잘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잘하는 게 있을까. 그런데 이번 생은 이미 너무 지나쳐 왔잖아.’ 하며 한탄하다가 ‘예전에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었더라? 왜 그걸 찾아내고 꽃피우지 못했을까?
새벽 6시 안개가 짙게 깔린 산길을 1시간 반가량 걸어 카르체리 에레모 성지에 도착했다.10년 만에 또 찾은 이곳 성지 입구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이 나를 반겼다.성인은 중세교회의 암흑 같은 현실에 가난을 통한 희망을 선사했다.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교회에도 성 프란치스코의 가난을 꿈꿔 본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
26개월이 된 다나. 이제 제법 말을 한다. 낱말 몇 개 조합하는 수준으로 하고 싶은 얘긴 거의 다 전달을 한다. 심지어 얼마 전부터는 말로 일기라도 쓰는 듯이 며칠 사이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 주고는 하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다나야 코, 콩, 아야, 아빠 후후후, 엄마아~ 애앵앵, 뽀빠 흥! 딱지, 다나야 코, 콩 없다, 엄마 야호!"이게 뭔 소리인가 하고 미간을 찌푸리는 분이 계실 것 같아서 그때 당시 상황을 최대한 상세하게 되살려 보겠다.그러니까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완두콩을 한 바구니 따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신지예 후보의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그에 대한 비방과 공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강남을 중심으로 신지예 후보의 선거벽보 훼손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정 후보의 선거 벽보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후보자의 선거벽보 훼손 이유가 단순히 신지예 후보의 표정이 시건방지고 오만하다는 것입니다.저는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정치 포스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후보들의 정치 포스터에서는 차별성
다음 날, 대회장으로 시간 맞춰 가느라 새벽부터 서둘렀다. 우리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이상 걸리는 곳이다. 남편이 가방에 물과 바나나, 과자류를 담는 사이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복싱 물품을 챙겼다. 때릴 때 내 주먹을 보호해 주는 손목 붕대 한 묶음, 이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마우스피스(착용 순간 입이 튀어나와 버려 한층 못생겨지는 마성의 장비), 암만 뛰어다녀도 발바닥이 안 아픈 복싱화(짧은 다리를 강조해 주는 디자인으로 신자마자 벗고 싶어지는 애증의 신발), 타이츠와 티셔츠, 그밖에 필요한 기타 등등까지 꼼꼼하게 챙
가진 자들이 말합니다. "가난은 나랏님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사람이 먼저'인 정부에서조차 가난은 심화되고 있습니다.야훼 하느님은 일관되게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는 부자들의 나라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나라라고.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교회에서 말하는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은 아편에 불과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