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입장은 확연히 나누어집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있는 위험한 핵발전소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으니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대신에 현실적 보상을 요구합니다.소수의 사람들은 위험한 핵발전소 곁에서는 살 수 없으니 집단 이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 물질 때문에 자자손손 몹쓸 병으로 고통받느니 차라리 30킬로미터 밖으로 이주를 시켜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에서는 다수의 사람들 편에 서 있습니다. 집단 이주의 법적 기준도 명료하지 않기
얼마 전에 어떤 면접 자리에 갈 일이 있었다. 참고로 내 키는 176센티미터이고,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키가 몇이에요?"다. 그래서 키에 대해 알려 주는 일도, 내 키를 듣고 놀라는 감탄사를 듣는 일에도 익숙하다. 나를 처음 본 면접관께서 딱딱한 분위기를 풀 생각이었는지 키를 물으셨다."키가 몇이에요?""176입니다."다음에 보통 나오는 말은 "생각보다 크시네요."라거나 "뭘 먹고 그렇게 컸어요?"이기 마련이고, 아마 바람직한 것은 처음부터 키처럼 외모와 관련된 사항을 묻지 않는 것이리라. 어쨌든 이 대화
'첫사랑'은 제목처럼 작고, 얇고, 예쁜 그림책이다. 슬로베니아 작가가 글과 그림을 그렸고 ‘움직씨’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며 번역, 출간했다.그림책의 주인공은 여섯 살 남자아이다. 엄마와 시골 할머니 댁을 떠나 도시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게 된 아이는 시골을 그리워하고 친구를 사귀지도 못한다. 그러다 드레이크라는 남자아이와 단짝이 된다. 감기에 걸린 주인공이 일주일 만에 등원하고, 반가운 드레이크가 주인공에게 뽀뽀하자 선생님은 “그 애는 여자아이가 아니”라며 나무라고, 계속 둘을 떼어 놓는다. 주
부엌데기 밥상통신 연재를 마치며해마다 칠팔월을 손님맞이철로 명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올여름은 유난히 많은 손님을 치렀다. 대안학교 선생님들이 교사 연수차 오기도 하고, 시댁 식구들, 친정 식구들, 오랜 인연을 이어 온 친구, 심지어 우연히 알게 된 버스 기사 아저씨(와 그 친구들)까지... 한 팀 치르고 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팀이 왔다. 일주일가량 오래 머물다 가기도 하고 하루 잠깐 있다 가기도 하고, 몇 달 전부터 약속하고 오기도 하고 느닷없이 오기도 하고....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해 온 사람들을 맞고 떠나보내고
노모는 늘 무화과나무를 심고 싶어 하셨습니다. 성서에 무화과나무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삼랑진에 있을 때, 몇 그루 무화과나무를 심었지만,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었지요.안해의 공부방에 제주도에서 분양받은 무화과나무를 심었습니다. 걱정했던 겨울은 잘 이겨냈지만, 두 해가 지나도록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꽃밭에 그늘만 드리운 무화과나무는 아무 쓸모가 없는 미운 오리새끼 같았습니다.그러나 올해는 제법 큼직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하나를 따다가 먹었습니다.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요. 너무 잘 익은 열매는 개미와 새들의 몫이었습니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중 일부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가치는 중요한 삶의 목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2년 넘게 남자친구랑 사귀었는데, 처음 사귈 때 부모님한테 얘기했더니 “우리 인연을 끊자, 너 계속 연애를 하려면.” (상대방이 비장애인인데도) 그 이유가 “너는 직업재활기관에서 10만 원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지 않냐. 그 10만 원
강렬한 태양이 온 대지를 달궈 너 나 할 것 없이 한동안 열병에 시달렸다.신선한 날씨가 너무도 그리워지는 말복에 상상력을 뛰어넘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그 더위 속에 들판의 곡식은 조용히 익어 가고 있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지난 3월 아빠를 잃었다. 피붙이의 첫 죽음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애도해야 한다”는 명제에 내내 시달렸다. 그동안 숱한 죽음과 상실의 현장을 보면서, 애도라는 말을 많이도 썼지만, 정작 나의 일이 되었을 때, 나에게 애도를 위한 시간과 공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물리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아빠에 대한 기억이 문득문득 소환될 때마다 나는 서둘러 다시 묻어버렸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 뒤늦은 후회, 안타까움 등이 뒤엉킨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또한 두렵기도 했다. 아빠를 제대로 보내
폭염이 계속됩니다. 폭염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문제입니다. 지금 이베리아 반도는 섭씨 45도가 넘는 일상입니다. 홍수든 폭염이든 지진이든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가난한 약자들입니다.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임산부와 장애인들의 몫입니다. 반려동물들과 반려식물들의 몫입니다. 계속되는 폭염에 정부는 전기료 인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 처방은 아닐 것입니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이 에너지를 너무 소비하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뜨거운 지구의 불행은
더워도 너무 덥다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이 여름의 일상을 꾸려 가고 있다. 아침 여섯 시쯤 일어나 선선한 시간에 바지런하게 움직여 애들 아침 먹이고 개밥 주고 아침 운동, 그 다음엔 점심 준비를 하고, 빨래, 청소 같은 일들도 한다. 그러다가 오전 11시쯤 점심을 먹고 치우는데 그때부터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는 시간이다. 애들이 땀을 줄줄 흘리고 있으면 얼른 샤워 한번 하고 오라고 한 뒤에 더운 나라 사람들이 그러하듯 긴 낮잠을 잔다. (너무 더워서 잠이 오냐고? 다행히 안방 바닥이 흙바닥이라 매우 차갑고 시원해서 낮잠 자리로는 그만이
프란치스코 성인의 성지들은 외딴곳에 있다.수많은 군중을 피해 기도하러 한적한 곳을 찾았던 예수.그분을 닮고자 노력했던 프란치스코 성인도 깊은 산으로 올라갔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더 스퀘어’라는 형광색 선으로 바깥과 구분되는 사각형 공간 안에 들어서면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고 정해진다. 이 공간은 신뢰와 배려의 공간이라고 설정되어 있다. ‘더 스퀘어’는 스웨덴의 반달로룸 디자인 미술관 광장에 실제로 설치된 조형물로, 이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루벤 외스틀룬드는 이를 영화로도 만들었다. 그게 바로 영화 ‘더 스퀘어’이고, 이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칸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스웨덴 영화라고 하니, 어째 좀 지루하고 우울하고 그런 영화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 면도 분명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면 그냥 풀리지 않은 채로 두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아무리 발버둥 치며 답을 구하려 해 봤자 똑같은 벽에 부딪힐 게 뻔하니까. 그런데 그렇게 벽에 머리를 꽝꽝 찧다가 내가 왜 그랬나조차 잊어버릴 즈음 어떤 사람이 나타난다. 물론 그 사람은 내 고민을 모르고, 자신조차 어떤 고민으로 머리를 벽에 계속 찧고 있는 지경인데, 그가 하는 말을 입 벌리고 듣다 어느 순간 어, 하고 내 앞의 어떤 벽이 스르륵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가 내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 준 것인데, 그것은 꼭 문제를 푸는
저녁때가 되어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와 함께 거기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리 잡고 먹고 있을 때에 말씀하셨습니다.“진실히 여러분에게 이르거니와, 여러분 중의 한 사람, 바로 나와 함께 먹고 있는 사람이 나를 넘겨 줄 것입니다.”(마르 14,17-18)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
2018년 봄은 겨우내 얼었던 산천이 녹아내리며, 그 물들이 모여서 바다를 향하듯 우당탕탕…. 막히고 왜곡된 역사의 흐름에 저항하고 그 흐름을 제 길로 돌리려는 힘들이 요란스럽게 부딪히기 시작한 시점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수업에서 스무 살의 청년들이 "복음의 기쁨", "찬미받으소서", "하느님과 인간"을 만나면서 자신과 공동체를 성찰하는 모습을 나누려고 한다. 문제를 만들고 답을 찾는 그들의 노력에 공감하는 것은 함께 지평을 공유하기 위한 작업이 될 것이다. 또한 세상의
미래의 주인공과 함께하는 지구촌 환경 여행2135년에 소행성 베뉴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예전에는 혜성이나 행성이 지구를 들이받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그것은 정말 기우다. 최근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지구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도사려 있다. 2100년 지구 멸망설 시나리오에 낙심했던 영화감독이자 작가, 국제환경보호단체 콜리브리의 공동 창립자인 시릴 디옹과 프랑스의 배우이자 영화감독,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멜라니 로랑은 영화 제작 후원금을 모으고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
성장소설, 성장서사라는 용어가 있듯 10대의 성장담은 오랫동안 문학과 영화에서 종종 만나왔던 이야기다. 이야기의 최종 목적지는 늘 ‘성장’이라는 낯익은 장소인데도 성장담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성장 과정에 있는 젊은이에게도, 그 과정을 지나온 나이든 이들에게도 각각 다른 빛깔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신체 나이나 인격 성숙의 정도에 상관없이 누구나 성장 과정 중에 있기 때문 아닐까. 늘 모자라고, 부딪히고, 무너지고, 죄와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짐하면서.... 매일의 일
연일 '이건 아니다' 생각이 들 만큼 뜨거운 날씨 속에서 문득 몇 년 전 방문했던 캐나다 몬트리올을 떠올렸다. 다녀온 뒤 여름마다 한국과 달리 습하지 않은 그곳의 여름 날씨를 그리워하고 있는데 이런 건조한 여름이라면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곳의 여름을 그리워했던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것은 내가 무엇을 입고 돌아다니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도시의 분위기였다. 몬트리올을 다녀오고 내 SNS에 이렇게 적었던 기억이 있다. '헐벗고 다녀도 아무도 등짝 때리지 않아서 좋았다.'무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