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봄에 일어난 그 사건은 그 시대를 겪었던 이들에게 또렷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일명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던 유서대필 사건 말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승리 이후, 같은 해 연말 대선 패배로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맛보았던 민주화운동 세력은 1990년대를 맞으면서 더욱 움츠러들고 말았다.동구권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냉전은 서서히 끝나 갔다. 민주화세력의 거센 도전으로 점차 입지를 잃어 가고 있던 보수정권이 3당 야합을 통해 민자당이라는 거대 여당을 만들자 민주화 인사들은 일대 충격에 휩싸였다. 그 여세를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제련소를 다녀왔습니다. 부전역에서 석포역까지는 약 6시간이 걸렸습니다.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영동선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영남 지방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빠질 수가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가을 풍경 안에는 슬픈 낙동강이 함께했습니다.영풍제련소의 역사는 연화광업소로부터 시작합니다. 1930년대 일제가 연화광업소에서 소규모의 아연을 채굴하였습니다. 일제가 패망하고 철수한 뒤 1961년에 영풍광업주식회사가 인수하면서부터 대규모 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영풍광업주식회사는 주로 원석을 수출하였으나, 석포에 영풍제련소
‘그래픽노블'(graphicnovel)은 ‘그림'(graphic)과 ‘소설'(novel)의 합성어로, 만화처럼 이미지와 글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야기 구조가 일반 만화보다는 소설처럼 복잡한 장르를 말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엑스맨’, ‘아이언맨’ 시리즈 등 마블 코믹스사의 그래픽노블이 대표적이다. 영미권에서 가장 활발히 창작되며 아직 국내에서는 창작보다는 번역작을 더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밀리언셀러인 "Why"나 "마법천자문" 등 어린이 학습만화를 ‘에듀테인먼트'(ed
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안동댐을 다녀왔습니다.먼저 안동댐의 크기에 놀랐습니다. 그 다음으로 안동댐 때문에 조성된 인공호수인 안동호의 풍광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가장 놀라웠던 것은 풍광에 가려진 안동댐 전 구간에서 나타나는 녹조였습니다. 특히 도산서원이 있는 안동댐 상류 지역의 상황은 참혹했습니다. 마치 유화 물감을 풀어 놓은 듯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참담한 녹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산서원의 단풍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이태규 대표는 필자를 붙잡고 “1300만 국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 상류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독극물과 중금
국내 핵발전소의 격납 건물에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영광 한빛 핵발전소 4호기뿐만 아니라 2호기에서도 숱한 공극을 발견했다고 합니다.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더 충격적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한국전력컨소시엄이 짓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핵발전소 1호기에서부터 4호기에 이르기까지 핵반응로(원자로) 격납건물 벽 안쪽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발견되어 보수공사가 진행 중임을 밝힌 것입니다. 핵반응로 격납건물은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추워져서 불 때는 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밤에도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잔다. 오늘 아침엔 글쎄 집 안에서도 입김이 나오지 뭔가. 모기에 시달리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서 날이 추워지기만을 바랐는데 막상 덜컥 추워지니 짧은 가을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도 아침이면 춥다며 얼마나 호들갑을 떠는지.... 내가 아직도 옷 정리를 못한 터라 서랍엔 긴팔 옷보다 반팔 옷이 많아서 아침마다 아이들이 불만을 터뜨리고는 한다."엄마, 옷 정리한다고 하고 아직도 안 했지? 긴바지가 얇은 거밖에 없잖아.""맞아, 나도 너무
가을이 깊어 가는 시간,주방 창문을 통해 마주하는 가을 풍경은 매번 다르다.바람에 흔들리는 황금물결이 노을과 함께 어둠에 묻힌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아동학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주어서 세상이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고자 하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애쓴다. 진지한 시선으로 법안 마련으로까지 이끈 '도가니'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했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대중적 각성을 꾀한 '아저씨'처럼, 세상에는 방치되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고 어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영화는 목소리를 낸다.엄마로부터 버림받고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어 홀로 치열하고도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백상아(한지민)는 쌀쌀
2016년 완공된 영주댐의 목적은 수질개선이었다.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영주댐을 건설하는 데 1조 1000억 원이 투입됐다.낙동강의 수질개선을 위한 영주댐이 완공된 뒤, 영주댐은 ‘녹조 배양소’가 되었다. 영주댐은 이미 완공 첫해인 2016년에 이어 2017년 여름까지 심한 녹조가 발생했다. 결국 시험담수도 포기하고 영주댐의 수문을 열었지만, 수질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영주댐의 건설로 ‘운포구곡’이라 불렀던 사행하천의 전형적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던 내성천의 비경은 완전히 사라지고 황폐화되었다. 금강마을과 같이 100
2018년 여름의 위대한 더위가 사그라질 무렵 시작된 9월은 복음을 따라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순교자 성월로 지켜졌다. 특히 9월 20일은 1984년 성인품에 오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대축일이었다. 평신도들에 의해 시작된 조선 천주교회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이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성장하였다. 역사의 흐름 안에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성지들이 조성되었고, 서울에는 절두산 순교성지, 새남터 순교성지에 이어, 서소문 형장에 조성된 서소문 순교성지가 국제 순례지로 승인
해마다 추석이 되면 고향 땅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70년, 작은 전기 공장 하나를 짓는다고 고향에서 쫓겨났던 사람들입니다. 마을 아이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고향 땅을 두고 온 사람들입니다.코흘리개 철부지 어린아이가 백발이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실 때, 눈물을 흘리며 “고리에 가고 싶다”라는 말씀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동무들과 뛰어놀던 고리의 황금빛 백사장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소금강을 방불케 하던 아름다운 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바닷가에 울창했던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은 여전히 변함없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 일과에서 나들이를 빼놓을 수가 없다. 간혹 집 안팎의 일감이 넘쳐나 나들이를 포기할라치면 아이들 사이 관계가 삐그덕거리거나 내 몸이 삐그덕거리거나 둘 중 하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다랑이 다나 낮잠 자고 일어나서 곧장 나들이 갈 채비를 한다. 봄에는 봄나물, 여름에는 나무 열매나 다슬기 하는 식으로 계절에 따라 나들이 주제가 달라지고는 하는데 요즘 같은 계절에는? 당연히 도토리와 밤이 주제가 된다."얘들아, 도토리 주우러 나들이 갈까?""엄마, 도롱구테로 가자. 내가 아까 자전
시골 본당에서는 사계절의 모습이 다양하고 풍성하다.성당 마당에 핀 꽃들은 따사로운 가을빛을 받아 화사함을 마음껏 펼쳐 놓는다.빛과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산책하고 싶어진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의 초반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2008)를 상기시킨다. 준페이라는 청년은 10년 전 여름, 물에 빠진 소년 요시오를 구하고 자신은 목숨을 잃고 만다. 가족들은 1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준페이의 기일에 모여 그를 기린다. 이 자리에는 요시오 역시 줄곧 초청된다. 10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요시오는 그만 참석해도 되지 않느냐는 준페이 동생의 질문에 어머니는 대답한다. “증오할 상대가 없는 만큼 괴로움은 더한 거야. 그러니 그 아이한테 1년에 한 번쯤 고통을
호젓하게 깊어 가는 밤인데, 집 뒤편 산 쪽 창문 밖으로 수상한 소리가 들린다. 투둑, 파사사. 툭, 투루루. 경사진 산길에 무엇이 떨어져 구르는 소리. 불규칙하게 계속되는 소리. 아, 밤이 떨어지는구나. 밤아, 안녕? 안녕! 그리고.... 잘 가. 나는 밤을 만나는 동시에 밤과 이별을 한다. 왜냐면 나는 그 밤을 찾아 두꺼운 장화를 신고 집게를 들고 굳이 풀숲을 헤치지 않을 작정이므로. 밤을 영영 잃어버리고 말 것이므로. 우리 집 뒷동산 밤은 그래서 뭇 밤들과 다른 삶을 산다. 끓는 물에 폭 삶겨 사람 뱃속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대밭을 걸으며자연의 살을 만져 보고자연의 숨을 느껴 보고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비우고 낮아지고 작아지길 기도합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
KTX 승무원들의 눈물겨운 복직 투쟁이 끝나고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생각에 웃을 수 없었다는 KTX 김승하 지부장은 대한문 분향소로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김승하 지부장은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의 손을 꼭 잡고 “그동안 우리는 쌍용자동차 동지들을 생각하면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복직의 기쁨을 누리고 표현하며 웃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10년의 싸움, 10년의 눈물이었습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