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은 벼 심기가 한창이다.우리가 사는 본죽리에는 다리 하나 사이로 두 마을이 있다.한쪽은 햇볕이 적게 들어 ‘응달 마을’로, 맞은편은 햇볕이 잘 들어 ‘양달 마을’이라 불린다.건너편 양달 마을에 사는 박 아저씨의 논이 바로 우리집 앞에 있다.박 씨는 두 아들과 사위를 대동하고 한 해 벼농사를 짓는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
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폴폴폴 봄바람 냄새가 나서나는 갈았지, 조그만 땅을."내가 좋아하는 책 "그림책의 힘"에 소개된 "쑥쑥쑥"이란 책의 한 구절이다. (아쉽게도 "쑥쑥쑥"은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되지는 않았다. 책에 소개된 몇 구절과 삽화 한 장면으로 느낌과 분위기를 짐작해 볼 뿐이다.) 이 구절을 만난 게 벌써 10년도 전인 것 같은데, 이 한 구절을 만났을 때의 가슴 벅참은 여전하다. 뭐랄까, 꿈틀거리는 경작 본능을 자극한다고 할까? 몸속 깊이 새겨져 있어 몸과 마음이 절로 기억하고 있는 어떤 움직임을 톡 건드려 주는 느낌이다. 내
1980년 5월,전두환이 광주에 와서 사살 명령을 하고 떠났습니다.그가 떠난 이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계엄군들의 총은 불춤을 추었습니다.5월, 그날이 다시 오면광주에서 쓰러져 간 수많은 이들을 기억합니다.무엇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산화하신 민주 시민들의 넋들을 기억합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
미군이 한국에서 세균무기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충격적 소식이 알려진 것은 2015년부터입니다. 오산 미공군 기지를 통해 10여 차례나 살아 있는 탄저균을 반입한 사실이 미국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것입니다. 미군은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실수였다”라고 변명하였습니다.오산 미공군 기지를 통해 반입되었던 세균 무기들이 문제가 되자 미군은 부산항 8부두로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부산항 8부두는 미군 전용 부두이기 때문에 검색이나 검역 없이 모든 미군 물자들을 반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항 8부두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도 세
변산 채석강에서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를 향하는 한 배를 보았다.잠시 후 예인선에 이끌려 또 다른 배가 항구로 들어왔다.우리는 삶 속에서 예상치 못한 불행이나 실패를 겪게 된다.실의에 빠져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고기잡이하던 제자들처럼우리도 그때 예수를 만날 수 있을까?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아침이면 눈을 뜨자마자 '배고파'를 외치던 다울이가 요샌 조용하다. 일어나자마자 후딱 옷부터 갈아입고 밖으로 튀어 나가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딜 다니러 갔는지 아침 먹자고 불러도 대답이 없고, 한참 뒤에야 바지가 다 젖은 채로 나타나 빙긋이 웃는다."아침부터 어딜 다녀온 거야?""신선못 공사 현장에 다녀왔어요. 어제까지 둑을 새로 만들었는데 밤에 비가 와서 둑이 잠겼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손을 봤더니 진짜 멋져요. 엄마도 한번 가 볼래요?"(얼마 전부터 다울이는 나와 신랑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다. 사연이 있지만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전국의 시민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 운영허가 취소소송을 시작했다. 지난 4월 23일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 소송을 위한 기자회견이 있은 뒤 주민등록초본과 위임장 등 까다로운 서류를 제출해야 함에도 짧은 시간에 7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소송에 참여했다.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는 격납건물의 공극과 그리스 흘러내림 그리고 가압기 안전방출밸브 누설이 확인됐음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2년까지 누설률을 줄이라며 조건부 운영 허가를 했었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장애는 개성이고 정체성이란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임에도 우리는 장애인을 대하거나 떠올릴 때면, 일순 긴장되고 조심스러워진다. 그건 장애인 이웃과 장애인 친구를 가진다는 게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내 주위에서 장애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들끼리 살아가고, 이들을 돕거나 지원하는 소수 비장애인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돌봄센터가 운영되는 방식이 흔하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는 환경을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이
부활 대축일 기간입니다. 유럽은 대부분 부활절 휴가 기간이기도 합니다. 부활 대축일 기간 동안 13년의 정리해고 문제로 공장이 아닌 길 위에서 천막 안에서 곡기를 끊으며 살아 왔던 콜텍 노동자들의 문제가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복직과 함께 퇴사해야 하는 미완의 합의이지만, 13년 동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이제 더 이상 노동자들이 공장이 아닌 길 위에서 또는 길도 없는 고공 위에서 투쟁하는 일들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노동일수록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
새벽 6시에 일어났는데도 어김없이 늦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 주고 가는 출근길. 오늘도 지각을 하느냐 마느냐다. 이렇게 된 거 연가를 내고 잠깐 놀러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갈등하면서도 열심히 달려왔더니, 어쨌거나 세이프. 아직은 9시 전이다. 다급히 컴퓨터를 켜고 숨을 고른 뒤, 아까부터 일했던 사람처럼 진지하게 앉아 있는데, 남편한테서 문자가 왔다. 집을 치우다가 메리의 일기장을 보았단다. 일기장을? 남편은 아이들의 현재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스타일로 아이의 사생활에 대해선 그리 궁금해 하지도, 캐려 하지도 않는 인물이다.
인생에서 적어도 한 번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게 된다.그 터널에서 빨리 나오고 싶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매년 반복되는 죽음의 사순과 생명의 부활에 생생하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다.하지만 일상에서 괴로운 순간들이 다가오면 부활에 대한 갈망이 절실하다.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까사미아를 준비하고 있다.
세월호참사 5주기입니다. 전국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제를 치르면서 촛불을 밝히며, 304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봅니다. 못된 정치인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가슴속 깊은 분노와 억울한 슬픔을 흔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세월호 5주기 추모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에서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며/배가 떠 다니는 푸른 바다와/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며/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오늘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미안하다는 것, 죄송
새봄이 되고 나서 다나와 내가 자주 나누는 대화."엄마, 나 많이 컸어?""응, 진짜 많이 컸지. 다나 이제 혼자서 쉬도 할 수 있잖아. 밭도 안 밟고, 복실이 물도 주고, 혼자 옷도 잘 입지?""맞아, 나 많이 컸어. 다랭이 오빠랑 다울이 오빠도 컸어?""그럼, 오빠들도 많이 컸지. 날마다 쑥쑥 키도 크고 으랏차차 힘도 세졌어.""다나도 힘 세졌는데...."그러고는 나를 들어 올리겠다고 끙끙 힘을 쓴다. 내가 애써서 들리는 시늉을 하면 다나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나를 진짜로 번쩍 들어 올
콜텍 정리해고 문제가 꽉 막혀 있습니다. 환갑을 지낸 김경봉 조합원은 15일 있을 박영호 사장과의 협상 자리에 나가기 위해 콜텍 본사의 옥상 농성을 해제하였습니다. 임재춘 조합원은 단식 농성 31일차를 보내고 있습니다.지난 수요미사에서 임재춘 조합원이 가슴에 품고 있는 이해인 수녀의 시를 낭송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해인 수녀는 두 권의 시집과 함께 손 편지와 카드 시 등을 전달했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힘들어도 힘내시길 함께 기도드린다”며 “늘 다시 시작하는 오늘의 기쁨이 있기를” 소망하셨습니다. 또한 임재춘 조합원이 단식 30일차를
2주 전, 장모님을 모시고 화개장터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이곳에 이르자 온 세상이 꽃으로 가득 찼다. “♬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어느새 입가에 봄 노래가 맴돌았다. 계절의 여왕, 이 봄에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김용길사진 작가.귀촌하여 농가 한 채를 수리하며 인생의 동반자인 엘리사벳 그리고 이웃과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카페, 무빙
2007년 7월입니다. 국내 1위였고, 세계 3위 악기회사였던 (주)콜텍은 국내 공장의 물량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넘기고 국내 공장을 폐쇄합니다. 노동자 250명은 졸지에 정리해고되었습니다.2009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회사 전체의 경영 사정을 종합 검토해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6월 양승태 대법원은 “미래 대비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라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내렸습니다.2019년 3월 12일, 해고노동자 임재춘 조합원이 정리해고 사과와 정년이 되기 전 명예복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잊지 말자고 했다. 세월호의 원인 규명을 막았던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고, 그 일이 있었던 5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의 가방에 매달려 있던 노란 리본을 이제는 찾기가 힘들어졌다. 재조사 잘하고 있겠지 하는 믿음, 그리고 울다 지쳐 애간장이 녹아 버린 유가족들의 처지에 함께 엉엉 울던 울음소리도 잦아든 지금이다.얼마 전, 마지막 3분의 CCTV 영상이 소실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유가족은 또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이 사고의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인가, 밝혀진다고 한들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