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의 라는 책에 실린 '한국 학생들의 진로' 란 도표 한 장으로 열 받는 사람이 많다. 착실하게 계통을 밟아 대학까지 진학해도 우리 아이들은 결국 '아사'하거나 '과로사'하거나 결국 '치킨집'으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물론 치킨집 중에 3~4년 이상 살아남는 가게도 많지 않다. 이처럼 절망적인 대한민국에서 튀어나온 수능 이
뜻밖의 소식 편집부
지금 옆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자. “치킨, 좋아하세요?” 옆 친구에게 물었더니 “당연하지, 가장 좋아하는 ‘남의 살’이 치킨이야.” 하고 망설임 없는 답이 돌아온다. 더운 날씨에 영양보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친구들과 만나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치킨이다. 이란 책 제목에 끌린 건, 나 또한 치킨
머리에서 가슴은 삼십 센티미터 거리. 어떤 사람에게는 짧고 어떤 사람에게는 무한정 멀기만 한 거리다. 기쁨을 낳기도 하고 한숨만 내쉬게도 되는 거리다. 배움이란 머리로만 하는게 아니고, 마음도 필요하다고 이란 책에서 파커 파머가 말했다. 그는 "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라면서, 최초로 원자폭탄을 만들어 낸 미국 과학자들의 이야
언젠가 한 편의 일본영화를 보았다. 배경은 서구문물을 받아들여 철포를 쓰기 시작한 번(藩)에 칼과 말로만 맞서 ‘무데뽀(無鐵砲)’라는 말이 나왔던 막부 시절 말기. 왕년에 잘나가던 사무라이는 조용히 초야에 묻혀 살며 딸을 열심히 가르친다. 딸이 공부를 꼭 해야 하냐고 묻자, 아버지는 공부를 해야 네가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제주도 중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직업적 필요성과 재봉에 대한 호기심으로 홈패션 학원을 등록하였다. 서귀포까지 나가서 두 시간 정도 공업용 재봉틀 다루기와 소품 만들기를 배웠다. 손가락이 바늘에 찍히는 고통이 빈번하였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배웠다. 홈패션 기술을 익히는데 학벌 같은 것이 무슨 의미이랴. 그저 오랜 시간 숙련된 선생
성호 엄마가 예전에 아들과 더불어 찍었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같은 분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얼마나 눈물을 쏟아내셨으면 이처럼 물기가 빠져나간 것처럼 수척한 표정이 되셨을까, 하는 것이다. 그분을 처음 인터뷰할 때, 잔잔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발음하시고, 어느 순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눈물이 다시 괴어올랐다. 아직 아이를 떠나 보내지 못한 채, 아니
2014년 4월 16일 아침, 나는 광화문의 큰 서점에 들러 모처럼 빈 시간을 한가롭게 보냈다. 내 책 를 출간한 뒤로는 서점에 가면 늘 내 책부터 살핀다. 매대에 예쁘게 자리 잡고 있는 책을 확인하고 전공 분야 책과 다른 분야 책, 베스트셀러도 둘러보았다. 11시쯤 가까운 언론사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점심이나 하자며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겨울 지나 봄이 왔다고 첫 소식을 알려준 부지런하고 어여쁜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이 비를 맞고 다 떨어져 버리겠지요. 늘 처음처럼 눈부시게 아름답고 여린 것들은 순식간에 피었다가 순식간에 떠나가는 것만 같습니다.삼 년 전 여름 두 아이를 데리고 여름휴가를 떠난 날, 봄꽃만큼이나 빛나고 사랑스러운 둘째 아들을 바다에서 잃고
“사랑하기 위해 성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너무도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어떻게 사랑하지? 이게 고민이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사랑받은 자만이 사랑할 수 있다고 가르쳐준다. 그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보려고 무화과나무에 올라간 자캐오 이야기를 전해준다.키 작은 자캐오가 예수님을 멀리서 볼 수밖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봄이 되면, 꽃향기가 거리에 묻어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저녁 산책을 할 때면 가만 서서 꽃향기를 맡거나, 또 어디서 향기가 나는지 향기를 따라가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짙은 향기를 뿜는 꽃은 장미나 백합이 아니라 이름도 모를 아주 작은 꽃들이다. 담장에 몸을 기댄 채 아주 자연스럽게 펴서 고맙게도 향기를 나누어 준다. 아무런 이름이나 영광을 누림 없이 사소하고 자연스럽게. 그럴 때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나무, 그리고 그 나무에 담긴 향기를 생각하게 된다.우리는 성 금요일 장엄 전례를 통해, “보라, 십
시인 T. S. 엘리어트가 말했던 ‘잔인한 달’ 4월이 돌아왔습니다. 이 시인의 표현 때문에 이 달에 태어난 이들이 언짢아 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탄생이란 것이 사투를 겪고서 얻게 되는 기쁨이니 아예 그른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져보면 피어나는 꽃들도 애초에 씨앗에서 출발한 것이고,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시듯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최근 한국교회에서 ‘사회교리 주간’이 선포되고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사회교리를 잘 아는 신자들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회교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공동선을 추구하고 있으며, 국가권력이 시민의 일상을 너무 깊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보조성의 원리’를 강조하고, 형제애로 약한 이들과 연대하라고 촉구하는 ‘연대성의 원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연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종은 방한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발언을 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여기겠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내버려둬라... 유가족들이 건넨 세월호 추모 리본을 반나절 정도 달고 다녔다. 그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달았다.
4년 전, 첫 강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모바일인터넷은 학생들에게 흔치 않은 소지품이었다. 한국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중서부의 이야기다. 지금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한두 개씩 갖고 있다. 그러니까 지난 수년 간 나는 학생들이 모바일인터넷에 서서히 중독되는 과정을 눈으로 보아 온 셈이다. 새삼 말해 무엇하랴만 으스스했다.우선 학생들의 독해 능력이 확
“흘릴 눈물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시도 때도 없이 두 눈을 타고 내려와 내 완악한 마음을 다숩게 저미는 눈물, 세상에 남아 있는 것들과 세상 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하는 눈물, 언제부턴가 눈물은 내 시편들의 밥이 되어 버렸고, 나는 그 눈물과 마주하여 지금 아득한 시간 앞에 서 있다.”고정희의 시집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