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이렇게 마감되는 걸까? 강력하면서 길던 장마가 기운을 잃자 여름 열기가 쏟아지지만, 일시적일 것이다. 입추와 말복이 지났다. 한반도에 내리쪼이던 태양광의 입사 각도가 이미 비스듬해졌다. 비구름에 막혀 태양 열기를 충분히 받지 못한 대지는 곧 가을로 접어들겠지. 200미터 마지막 장마가 예보된 시간, 건강한 청년이 잔뜩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며 친구에게 한마디 툭 던진다. “여름이 진짜 이대로 끝나나 봐.”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장마였으니 당연한데, 7월 평균 기온이 6월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최초로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을 맞아, 우리 정책은 비대면으로 뉴딜과 그린뉴딜을 추구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지식인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외래어인 ‘뉴딜’도 살갑지 않지만, ‘비대면’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평소 격 없는 이웃이나 허물없는 친구와 이야기 나눌 때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지식인 투의 말은 대중을 외면한다. 대중과 소통할 생각이 없다. 비대면이다. 지식인은 어떤 이의 귀를 의식하는 걸까?코로나19는 ‘3밀’, 다시 말해 밀접, 밀집, 밀폐를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 사이에서 멀리 떨어져야 감염을 피할 수 있다고 방역당국은
사람 사이에 조용히 확산하는 코로나19처럼 과일나무 사이로 전파되는 ‘과수화상병’이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충청북도의 사과 과수원을 중심으로 조용하고 빠르게 창궐하는 모양이다. 1780년 미국의 사과 과수원에서 발견된 과수화상병은 불에 탄 듯 나무들을 말려 죽인다는데, 우리나라는 2015년 안성의 배 과수원에서 처음 관찰된 이후 해마다 늘어나더니 올해 극성이라고 언론이 보도한다. 현재 전국의 1퍼센트인 400여 사과 과수원에 전파되었지만, 이런 추세라면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리라.바이러스인 코로나19와 달리
비대면이라.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방식의 수업이나 산업을 이야기할 텐데, 한두 번으로 마칠 거라 짐작했던 비대면 수업이 이번 학기 계속될 듯하다. 강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알기 어렵기만 한 비대면 동영상 수업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포자기 심정인데,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19’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을 내세웠고, 내용은 비대면 온라인 방식의 새로운 일상을 구상하는 듯하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비대면으로 일상이 가능하고 그래야 한다는 걸까? 물론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거의 완전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보편적으
까치 소리가 시끄럽다고 아파트단지 사이 보행길의 잎갈나무들을 중간 높이로 싹둑 잘라낸 곳이 있었다. 인천시 연수구의 많은 아파트단지 가운데 소득 수준이 가장 높다고 부동산 업자가 평가하는 곳인데, 터전이 훼손되자 까치들이 방황했는지 전에 없이 많은 배설물을 보행길에 쏟아냈다. 계절이 바뀌어도 제 자리를 지키며 물려받은 습성대로 소통하는 까치들이 요즘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까치가 시끄러운가? 보행로를 함부로 내달리는 배달 오토바이들보다 시끄러울까?우연의 일치일 테지만, 그 아파트단지에서 언론을 한동안 장식한 엽기적인 사건이
2020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년 전 동일본대지진 희생자에 대한 추모행사를 관저에서 가졌다고 언론이 소개했다. 해마다 대규모로 추모해 왔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각료 20여 명과 조촐하게 진행한 추도식에서 희생자에 애석한 마음을 드러낸 일본 총리는 오는 7월에 개최할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부흥하는 피해지역의 모습을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고 전한다.부흥? 일본은 세계 굴지로 부흥한 국가가 아닌가? 9년 전 걷잡을 수 없는 지진에 이은 강력한
120만 톤의 물에 수소는 얼마나 있을까? 물리학자라면 바로 알겠지. 그 수소가 방사성 물질이라면 120만 톤의 물은 얼마나 위험할까? 일본은 2011년 3월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생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대에도, 후쿠시마 일원의 자국 어부들이 극렬하게 반대해도, 부흥을 위해 반드시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벼른다. 정화했으므로 안전하다고 강변하면서.후쿠시마 오염수에 반감기 12년이 넘는 방사성 수소가 대거 포함돼 있다. 다른 물질도 많았지만 대부분 걸러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근거는 명확
1960년대 유학생으로 미 텍사스를 처음 만난 지도교수는 넓은 초원에 빼곡한 관목을 보며 가족을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온기 겨우 남은 아랫목에서 겨울마다 오돌오돌 떨던 가족에 땔감으로 보내고 싶었다는데, 캥거루가 겅중겅중 뛰는 초원에 정착한 유럽은 실천에 옮겼다. 초원에 목초를 심어 소와 양을 방목한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일까?과연 소는 무럭무럭 자랐고 성공적으로 늘어났다. 가끔 목축을 방해하는 캥거루들을 총으로 제거하면 그뿐이었는데, 아뿔싸! 건조한 기후에 소똥이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소똥을 동그랗게 뭉쳐 먹으며 그 안에
1997년 소래포구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한 작은 어선은 4시간을 달려 덕적도 인근 해역에 당도했다. 그 시간 바닷물이 썰물에 어느 정도 내려갔고 낭장망이 모습을 드러냈다. 60세를 훌쩍 넘긴 어부들은 능숙하게 낭장망을 끌어올렸고 묶인 어망의 끄트머리를 풀자 지난 하루 잡힌 물고기들이 뱃전에 쏟아졌다. 그런데 물고기는 계속 쏟아지는 해양 쓰레기에 금방 뒤덮이고 말았다.정치망의 일종인 낭장망 20여 개가 토해낸 쓰레기는 어망과 부표 부스러기, 다시 말해 어업 관련 쓰레기가 많았지만 국적이 다양한 플라스틱 병과 비닐이 적지 않았다. 그렇
올 김장은 언제 담글 거라고 아내는 일찌감치 못 박아 놓았다. 해마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하기만 했다. 마무리된 뒤 집에 들어와 겉절이를 맛보았는데, 올해는 시간을 진작 알려준 거였다. 지금 이 시간에 장모와 아내, 그리고 작년에 이어 막내아들이 분주하다. 절인 배추에 양념한 속을 비벼 넣는다. 내년 초여름까지 밥상을 포기김치가 알차게 장식할 것이다.내심 마음 단단히 먹었어도 이번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시간을 비워 두려고 지나치게 무리했나 보다. 기존 일정에 추가로 새벽 약속이 연이틀, 마다하지 않았더니 그만 감기몸살이 왔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말년에 쿠바에 살면서 여러 대작을 남겼다. 쿠바 여행자는 대개 적지 않은 입장료를 감당하고 헤밍웨이 저택을 방문하는데, 서재의 고색창연한 책들보다 벽 여기저기 붙은 커다란 사슴 대가리가 눈길을 끈다. 평소 사냥을 즐긴 그는 자신의 집에 장식하며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저택 마당의 한 구석에 앙증맞은 무덤 4개도 방문객의 눈을 멈추게 한다. 헤밍웨이의 반려견들이다.고기나 돈벌이가 아니라 오로지 재미를 위해 야생동물을 총 또는 석궁으로 사냥하는 부자들의 놀이가 있다. 잡은 동물을 기념이 될 박제로 만들어
최근 환경부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일본의 전 환경상의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퇴임 하루 전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하라다 요시아키 일본 전 환경상은 “눈 딱 감고 (바다로) 방출해 희석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의견을 밝혀 국제 논란을 일으켰고, “국제사회 우려를 도외시한 것으로, 환경을 가장 우선해야 할 환경성 장관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피력한 것이다. 조명래 현 환경부장관은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의 공동대표 출신이다.무슨 의도로 일본 전 환경상은 하필 퇴임 하루 전에 개인 의견을 내놓았을까? 이후
SNS는 종류도 많다. 그중 몇 가지를 참여하는데 더는 확대하지 않으려 한다. 한두 가지는 사회적 책임감 갖고 참여하려 노력하지만, 그러다 보니 책 읽는 시간이 꽤 줄었다. 그중 한 SNS가 귀찮게 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이가 ‘릴레이 인증샷 캠페인’의 다음 대상자로 지목한 것이다. 하필 나를. 의미 있는 캠페인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부담도 되는 일이다. 많은 사람 중 일부러 콕 집어 지목해 준 데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들어서 참여했다. 텀블러 사용하는 사진을 올려야 했다.SNS마다 다양한 릴레이 인증샷이 전개된다. SNS 특성상
최근 색다른 사진이 인터넷 공간을 달궜다.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시커먼 자루를 산더미처럼 쌓은 임시 처분장 옆에서 쌀을 수확하는 장면이었다. 새삼스럽지 않지만, 후쿠시마에서 재배한 쌀을 관광호텔에 납품해 왔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기사도 올라왔다. 그런 사실에 분노하는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의 사진도 나왔는데, 후쿠시마 쌀은 과연 안전할까?식품에 대한 방사능 허용기준치로 살펴보니 안전하다는 게 일본 측 주장이다. 누가 어떻게 측정해서 그런 수치를 내놓았는지 따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제시하는 허용기준치보다 낮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
20년 가까이 살던 아파트단지를 떠나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로 얼마 전에 이사했다. 아파트라 그런가? 전 아파트단지의 익숙한 길을 들어설 때마다 낯설다. 사는 동안 아파트단지를 마을로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아파트단지도 다르지 않다. 아파트, 뿌리내리는 삶을 기대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흙에서 꽤 떨어진 철근시멘트 바닥에 발을 딛고 살기 때문일까?신축이라 그런지 밖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새시만 닫으면 조용해진다. 큰 도로 곁의 전 아파트는 베란다를 열 수 없었다. 먼지가 말도 못했지만 자동차 소음은 끔찍했다. 도로 사이의 둔덕에 심은
모내기를 앞둔 대장들녘에 도시개발추진위원회가 생뚱맞은 현수막을 붙였다. “금개구리보다 사람 사는 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농민이 붙였을까? 확인하지 않았지만, 서울과 가까운 부천시 대장들녘 300여 헥타르 논의 소유자에 농민은 거의 없을 거 같다. ‘부천 대장지구 도시계발추진위원회’에 농민이 대거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금개구리가 사는 대장들녘의 보전을 부천 지역 환경단체에서 요구하자 부랴부랴 내걸은 추진위원회는 평소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는 물론, 수도권 집값상승을 걱정했을 거 같지 않다.대장들녘은 금개구리의 보전
4월은 잔인하다더니, 기상청은 동해안에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을 다시금 예고했다. 이번에도 ‘양간지풍’을 수반할 것인가? 지난 4월 4일 속초와 고성에서 번진 산불은 양양에서 간성 사이에서 발생한 강풍을 타고 525헥타르의 산림을 태웠다. 신속한 대응으로 하루 만에 불을 껐지만 과거 이맘때 화마를 부른 양간지풍은 막대한 손실과 인명피해까지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안겼다. 겨울이면 산불에 시달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양간지풍 비슷한 바람이 분다고 한다. 이상한 노릇이다. 산불이 해마다 반복되는 지역이라면 숲이 넓게 형성될 리 없는데.‘소
‘맘부격차’. 처음 듣는 말이다. 미세먼지를 걱정한 엄마가 공기가 깨끗한 국가로 한동안 떠난다는 소문이 만든 신조어라고 한다. 엄마의 발언권이 아빠에 우선한다는 건 요즘 새삼스럽지 않은데, 미세먼지를 피해 뉴질랜드나 캐나다로 떠날 수 없는 가족은 위화감을 느끼겠다.대한문 앞이나 서울광장을 점거하는 ‘태극기 부대’가 으레 “멸공”과 “탈원전 반대”를 외쳐 왔는데, 최근 “미세먼지”를 앞세운다고 한다.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기보다 자신들을 미덥게 여기는 세력의 주장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드는데,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탈원전이나 멸공보다 내
1960년대 겨울방학을 맞은 인천의 초등학생은 강화의 친척을 찾았다. 시외버스는 김포의 항구에서 연락선에 올라탔고, 우리는 낡은 연락선이 염하수로에 떠내려가는 얼음덩어리들을 가로지르며 강화로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을 기억에 남겨 놓았다. 강화와 김포 사이의 염하수로의 물살은 여전히 빠른데, 얼음덩어리는 요즘 없다. 연락선도 자취를 감췄다. 대신 두 개의 왕복 4차선 다리가 강화를 육지와 빠르게 잇는데, 하나 더 요구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농사짓던 친척이 모두 떠난 요즘, 주말에 강화를 다녀오려면 아무래도 새벽에 출발하는 게 낫다. 바닷
엄동설한에 딸기가 나왔다. 인파에 밟힌 눈이 얼어붙은 이면도로의 좌판을 발갛게 장식한 딸기들이 조심스레 걷는 시민의 눈을 자극하지만 값이 궁금하지 않았다. 살 생각이 없었다. 당도가 낮거나 가격이 높을 거로 짐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꿀벌 활동 없는 계절에 재배해 수확하는 딸기는 과도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수경재배에 의존하므로 자연의 기운이 없다. 눈을 자극할 수 있지만 몸에 좋을 리 없을 테니, 외면했다.지난 13일 함박눈이 쏟아지던 날 평택시 어느 공장지대의 한 식물공장에서 정부 고관대작과 언론사 기자들이 모였나 보다. 최첨단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