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회상식을 다루기보다는 신앙상담을 하게 될 듯합니다. 세실리아라고만 자신을 밝히신 분의 사연을 접하게 됐습니다. 청소년기 때 종종 꿈을 꾸셨다고 합니다. 그 타입을 정리하면, 성경의 에피소드가 나오거나 기도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세실리아님은 기도에 관한 것으로서, 악령에 쫓기다가 길에 놓여 있는 묵주들을 주우며 도망치는 꿈 혹은 주모경 사도신경을 외면 무서운 느낌이 사라지는 꿈을 예로 들어 주셨습니다. 당시에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본당 신부님께 알려드렸더니 걱정할 것 없다고 말씀하셨답니다. 나중에 수도자가 된 신심이 깊
미사 때 사제가 종종 감실을 열고 성체가 담긴 성합을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사제들은 감실 문을 열고 인사드리고 성합을 꺼내거나, 반대로 성합을 집어넣고 감실 문을 닫기 전에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서 인사는 허리를 숙여 절을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신자들은 어찌할지를 물어오신 분이 계십니다. 전례상 이럴 때 신자들은 어찌한다는 지침은 없습니다. 단지 "로마미사경본 총지침"을 통해서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지침 274항을 보면, "제단에 있는 감실에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가 모셔져 있으면 사제, 부제, 다른 봉사자들은
공동집전 사제들이 영성체 전에 성체를 미리 나누는 이유는?공동체에서 봉헌하는 미사는 보통 제가 주례를 하면 다른 형제는 공동집전자가 되고, 다른 형제 신부가 주례를 하는 날에는 제가 공동집전자가 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공동집전 미사 때는 영성체 직전에 빵을 쪼개어 주례사제가 다른 사제들에게 나눠 주고, 성체를 들어올립니다. 그리고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말하고, 회중들은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오늘 속풀이 질문을 받고는 즉각적으로 몇 년 전에 답을 드린 적이 있는, “제대에 국기를 놓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시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미사가 어떤 지향을 가지고 무엇을 기념하는 미사인가에 따라 부를 수도 있겠다 여겨집니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가? 자문을 하게 됩니다.노래는 전례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신자들이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함께 노래하라고 신자들을 독려했고, 옛 격언에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두 배로 기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
병원사목을 하시는 수녀님께서 질문해 오셨어요. 유아세례 받은 세 살 정도된 아이가 입원을 했는데 며칠 후 수술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아이를 위해서 병자성사를 청했습니다. 그런데 아기에게 병자성사를 줄 필요가 있느냐? 그렇다. 아니다. 주변에서 엇갈리는 의견이 있나 봅니다. 일견 병자의 쾌유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당연히 병자성사를 집행할 수 있다고 답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병자성사 예식의 한 부분인 고해성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은 아닌가 어림해
관면혼배에 대해 쉽게 가질 수 있는 오해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것을 좀 정리해 봐야 하겠네요.결혼을 하려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이고 상대는 다른 교파에서 세례를 받았거나 아예 비신자인 경우에, 교회법의 시각에서 본다면 결혼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교회법상 합법적인 결혼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시다시피 “관면” 혼배라는 것이 마련된 것이죠.(교회법 제1124조 참조) 즉, 어떤 조건을 수용한다면 교회는 그들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뜻입니다.그 조건은 우선, 가톨릭 신자인 쪽에서 결혼 뒤에도 자신의
높다니? 뜬금없이 뭔 말이지? 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높다는 의미는 서열에서 앞선다는 뜻입니다. 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대축일이 더 성대해 보이니 주일보다는 대축일이 높겠죠. 실제로 "전례일의 등급과 순위표"에는 전례일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구분해 놓았습니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매일미사' 참조) 그리고 각 등급 안에서도 순위가 정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기념되는 1등급 전례일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날들이 있네요. 1) 주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성삼일 2) 예수 성
속풀이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시는 질문이 뜸하던 차 서울대교구에서 열정적으로 특수사목을 하는 양씨 성을 가진 모 사제를 만났습니다. 이 열정적인 신부님이 시니어 신자 분들께 설문을 돌린 결과 온갖 다채로운 질문이 쏟아졌다고 하면서 손가락 빨고 있는 저를 불쌍히 여기사 살짝 맛보기 질문을 몇 개 던져주고 다뤄 보라고 하더군요. 그중 하나가 한국천주교회의 수호성인이 누구냐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언젠가 속풀이에도 쓴 기억이 나서, "아 그분들이야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지!" 하고 자신있게 말했죠. 그러나 아뿔싸! 그 정보에 업데이트가 필요
어떤 신자 분이 바티칸 여행을 가면 걸려 넘어지면 만나는 사람이 추기경이라는 말씀을 들으셨는지 이런 질문을 해 오셨습니다. 음.... 바티칸에는 거의 절반이 추기경, 나머지가 스위스 근위병과 여성 수도자라는 말이 허풍으로 지어낸 말은 아닐 듯합니다. 뭐랄까.... 저는 가 본 적 없지만 육군본부에 가면 병들보다 별이 더 많다고 하는 이야기와도 비슷한 것이겠지요.정말로 바티칸에는 왜 그리 추기경이 많은 걸까? 추기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무심히 지냈던 저도 이 질문에 자료를 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맥락
명의 주교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주교 중에 의술을 공부하여 앓는 이를 치유하는 능력자를 떠올려 봤습니다. 그런 주교가 없으란 법은 없겠지만, 교회 용어로서 명의 주교는 말처럼 이름만 지닌 주교를 가리킵니다. 명의 주교(名義主敎)는 라틴어로 에피스코푸스 띠툴라리스(Episcopus titularis), 영어로는 titular Bishop입니다. 이름만 있는 주교 혹은 명예 주교로 해석됩니다. 그러니까, 주교 성품은 받았고 그것은 물릴 수 없는 것인데 특정 교구에 대하여 재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주교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의 주교가 명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최근의 일만도 아닙니다. 효율과 자동화를 강조하면서 인간에 대한 배려보다는 오로지 수익을 올리는 것만 생각하는 기업의 속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뒤에는 결국 자본가들의 논리가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고민하고 윤리의식을 가진 자본가는 어쩐지 형용모순 같은 표현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본가들도 공동선에 기여하고자 하는 윤리의식을 반드시 가져야 할 만큼 사태는 심각합니다. 윤리의식을 가질 수 없다면 국가가 그만큼 더
무슨 질문이 이런가 하신 분들도 계시겠군요. 오늘의 질문은 묵주기도하며 한 단의 끝에 등장하는 구원을 비는 기도(구원송)와 관련된 것입니다. 가톨릭의 주요기도문을 모아 둔 "가톨릭 기도서"(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는 구원을 비는 기도를 다음과 같이 수록하고 있습니다. 구원을 비는 기도(구원송)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연옥 영혼을 돌보시며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그러니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부분에서 “시며”라고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가톨릭 기도서
'아니 그럼 성모송을 바칠 때 성호를 안 긋나?' 하며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해 오신 분이 가톨릭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신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익숙한 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마저도 신입회원에게는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성호를 긋는 행위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는 성호경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모송은 성모님께서 우리를 위해 항상 기도해 주시길 요청하는 내용의 기도이니 성호경을 굳이 바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교적”이라는 자료를 통해 매우 조직적으로 성사생활과 관련된 신자들의 정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특색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 다뤘던 '잃어버린 교적을 찾아서....(2)'를 다시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교적을 가지게 될까요? 해외에서 한인 성당이 아닌 현지인들이 다니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으신 분이 앞선 질문을 보내셨습니다. 외국 교회에는 교적이 없고, 세례증명, 견진증명, 혼인증명 등으로 개인의 성사 이력을 확인합니다. 한
저는 지금 가평으로 파견을 나와 있지만, 본래 소속 공동체는 서울에 있어서 공동체가 전체 모임을 할 때는 가평과 서울을 오갑니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의 공동체 경당에서 꿀벌 수백 마리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119 소방대에서도 출동했다네요. 꿀벌은 여왕벌을 중심으로 아주 조직적인 사회를 구성하는 동물로 유명합니다. 어쩌다 여왕벌이 공동체 환기통로로 들어와 경당의 천장에 거점을 마련한 모양입니다. 벌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당 천장이 안전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겠지만, 사람 쪽에서 보면 봉침이 약이라고 좋아하는 형제들을 뺀
성모 성월을 지내며 성모님께 전구를 구하는 대표적인 기도인 성모송의 기원에 대해 질문해 오신 분이 계십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으로 구성된 주모경이나 묵주기도를 통해 신자들이 애송하는 기도 중 하나인데 언제부터 바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함께 알아보도록 하죠.성모송은 가브리엘 천사가 어린 마리아에게 찾아와 전한 인사(루카 1,28)와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의 인사(루카 1,42)가 합쳐진 형태의 기도였습니다. 이 두 인사말이 합쳐져서 6세기부터 전해 오다가 11세기 이래로 수도원에서 기도할 때
코로나-19 확산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성모 성월을 맞았습니다. 전통적으로 바쳐 왔던 묵주기도이지만 이런 시기에 이 기도를 통해 영적으로 마음을 모으자는 내용의 서신이 바티칸으로부터 날아왔습니다. 교황께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보낸 것이었습니다. 묵주기도의 중요성이 새삼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아시다시피 묵주기도에는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이렇게 총 4개의 신비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신비에는 묵상할 주제가 다섯 개씩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지내는 예레미야란 세례명을 가진
신자 쪽에서 볼 때는 "보속을 꼭 해야 하나요?"와 맥락이 이어지는 질문인데, 후배 신부가 갑자기 물어와서 잠시 당황했습니다. 보속을 고해사제가 주고 말고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교회법전"을 확인해 보면 보속은 고해성사의 필수 요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 981조에 의하면, “고해 사제는 참회자의 여건을 유의하여 죄의 질과 양에 따라 유익하고 적당한 보속을 부과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어서 “보속은 참회자 본인이 몸소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혼인성사를 하기도 전에 아기가 생긴 예비부부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혼 후 당분간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피임을 하거나 반대로 아기를 낳고자 하지만 쉽게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을 하는 이들과는 매우 대조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선임신 후결혼 부부는 격려와 축하를 받을 만합니다. 얼마 전에도 임신으로 인해 서둘러 혼배성사를 원하는 청년이 문의를 해 왔습니다. 일단 급한 대로 예식장에서 결혼식은 올렸고 이제는 혼배성사를 올리고 싶은데, 전 세계를 여전히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혼인교리를 들을 곳이 없다고 난감
코로나-19의 세력이 이 땅에서는 그렇게 위력을 떨치지는 못하는 듯하나 마치 시한폭탄과 같이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을 노리고 있기에 여전히 단체가 모여 특정한 모임이나 전례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신자가 그토록 기대하던 파스카 성삼일 전례도 대부분의 교구에서는 방송매체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저희와 같은 수도회 공동체들에서는 형제들끼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가며 조심스럽게 공동체 차원에서만 전례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파스카 성삼일 동안 제 동료 신부는 전례를 위해 서울로 갔지만, 저는 제가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