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염수정 추기경께서 광화문 농성장에 방문하셔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셨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40일 가깝게 단식하던 김영오 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뒤여서 뒤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한 준비로 무척 바쁘셨고, 교황께서 다녀가신 뒤라 마무리할 사안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주변에서는 명동성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촉촉하게 내리네요. 덕분에 일산에서 서울시내 나오는 ‘자유로’가 막혀서 출근이 늦었습니다. 매일 아침 ‘자유로’를 타고 분단의 아픔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동시에 읊조리며 출퇴근하는 것도 복이다 싶습니다. 도로의 명칭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떤 가치’를 찾아나서는 이들에게는 당연하다싶은데, 문득 제가 즐겨 피우던 담배 생각이 났습
4박 5일,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한 기간 동안 저희 신자들은 물론 국민들 모두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분의 언행과 표정까지도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무릎을 치고, 깊은 위로 가운데 있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교종이 다녀가신 뒤에 찾아온 공허감을 주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저희에게 스승이 없었고, ‘파파 프란치스코’와 같이 ‘다른 삶이 가능
내일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땅에 도착한다. 교황은 전세 여객기 비즈니스석에 앉아 11시간 30분을 날아올 예정이다. 그 고단한 여행 중에도 지난 브라질과 중동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만을 위한 별도의 사무, 휴식 공간 없이 다른 승객들과 같은 조건에서 한국에 올 것이다.그러나 교황이 애써 찾아오는 한국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세
사랑 없이 시인은 없다. 마찬가지로 사랑 없이 그리스도인은 없다. 토마스 머튼은 “성인(聖人)이란 오직 하나의 얼굴만을 아는데, 그것은 곧 사랑의 얼굴”이라고 했다. 이 사랑의 얼굴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이들이 신앙인이다. 미국 켄터키 주에 있는 겟세마니 수도원에서 토마스 머튼이 수련장으로 일할 때 만난 수련자 가운데 한 사람이 에르네스토 카르데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천주교회가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 교황 방한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6월 27일 명동성당에서 ‘사제 성화의 날’ 행사 중에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와 함께하며,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를 목표로 모든 교구민이 참여하는 ‘교황
2014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창립된지 40주년이 된다. 최근에 사제단과 관련해 ‘종북사제단’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임의적으로 결성된 보수단체들뿐 아니라, 정부 · 여당 인사들의 입에서조차 ‘종북’은 유행어처럼 저항세력에 붙이는 접두사가 되었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자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현 정부와 국가기관이 ‘민주주의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위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흑갈색 야크 천막집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천막집 안에 매달린 야크 고기는 고소하게 말라가고 여인은 야크 똥으로 불을 때 갓 짜온 야크 젖을 끓인다. 하늘빛과 인간 노동과 땅의 불꽃이 하나 되어 지어내는 정직한 밥은 그 자체로 영성체가 된다.”박노해가 ‘다른 길’이라는 말을 꺼내며, 사진과 단상을
최근 시국미사에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등 일부 천주교 보수단체 회원들이 시국미사를 봉헌하는 도중에 소란을 피워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정부 기관은 축소 · 은폐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발언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
아르헨티나 출신의 교황이 선출되고, 그 교황이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에 해방신학자 구티에레스와 친분이 두터운 루드비히 뮐러 대주교를 임명하고, 지난 12일 그를 추기경에 서임하면서 해방신학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절에 신앙교리성은 다른 이단사상과 아울러 해방신학을 단속하는 위치에 있었고,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이었던 라칭거 추기경
한국에서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하면서, 각계각층에서 축하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듯이, 교황의 ‘자문단’ 역할을 수행할 추기경의 임명에 거는 기대 또한 크기 마련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교황청 발표 직후인 13일 오전 서울대교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임명축하식에서 “교황님은 그리스도인으로 새롭게 태어남을 기념하는 주님의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이 마주한 것은 ‘대한민국의 안부’를 묻는 40대 초반의 한 남성의 죽음이었다. 이남종 씨는 2013년 마지막 날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특검 실시’를 외치며 분신했고, 새해인 이튿날 오전 7시 55분쯤 숨졌다. 그가 남긴 17줄짜리 메모에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적혀 있었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실상 첫 번째 권고문인 (Evangelii Gaudium)이 지난 11월 26일 발표되면서, 그동안 교황의 혁신적인 태도에 불만을 품었던 이들이 일제히 “교황은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에서 분명한 교회개혁 의지를 보였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강력히 비판했
인권주일이 벌써 32회를 맞이했다. 인권주일은 광주항쟁으로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구속되고,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과 관련해 원주교구 최기식 신부가 구속된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회가 내린 중대한 결정이었다. 1982년 10월에 열린 한국 천주교 추계 주교회의는 매년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정하고 인권운동을 교회적 차원에서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그해 12월
10월 26일은 어떤 이에게는 절망이었지만 어떤 이에게는 희망이었다. 인혁당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여인들에게는 가슴 먹먹한 해방의 날이었지만, 군사정권은 그들의 희망과 기대를 삼켜버리고, 오히려 광주에서 한꺼번에 사람들을 학살함으로써 자신들의 절망을 넘어섰다.군사정권은 우리의 뼈에 자신의 DNA를 각인시키고 싶어 했다. 그들의 권력의지는 정치공작
국정원 문제 해결을 위해 천주교 평신도들이 다시 나서기로 했다.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는 지난 9월 11일 열린 제1차 시국기도회에 이어, 오는 10월 16일 오후 7시 30분, 1차 기도회가 열렸던 장소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결정했다.지난 6월 2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 가톨릭
정부 출범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의 불법 댓글공작 논란에 이어 최근 사회복지 관련 공약의 파기 논란으로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 사건을 터뜨려 국정원 위기를 덮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천주교 사제들과 수도자, 평신도들까지 나서서 몇 달째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시국선언과 시국미사를 봉헌하더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해 천주교회는 각 교구마다 순교자 현양 미사와 도보순례, 순교영성특강 등으로 분주하다. 게다가 한국 교회는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시성’을 앞두고 있어서 그 열기가 올해 들어 특별히 높다. 서울대교구는 염수정 대주교가 교구장으로 착좌한 뒤로 특별히 서소문 성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진석 추기경 시절에 명동성당 개발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인 지난 6월 29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지난 1년간 새로 임명된 19개 나라의 대주교 34명에게 팔리움을 수여했다. 팔리움은 교황과 대주교의 직무와 권한을 상징하는 것으로, 제의 위에 걸치는 하얀 양털 띠다.이날 교황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하느님의 계획이 작은 조각으로 나뉜 거대한 모자이크와 같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동료 추기경들이 새 교황을 찾기 위해 세상의 다른 쪽 끝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제3세계인 라틴아메리카의 한 추기경이 교황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이 대륙은 오랜 식민통치와 군사정권으로 오랫동안 ‘슬픔의 대륙’이었지만, 기질상 축구와 축제를 즐기는 ‘기쁨의 대륙’이기도 했다. 가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