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게 우연한 기회로 찾아왔다.“전염의 시대”라는 제목의 단어부터 최근 상황을 겪으며 생긴 고민에 실마리를 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감염’의 급속한 세계화 그리고 무너진 일상.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당황스럽고 두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이 책은 어떤 빛을 비춰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결국 이는 나만의 고민이나 개인 삶의 문제가 아니며, 시간적으로도 지금만의 사건이 아니라는 확인이었다.작가 파울로 조르다노. 그는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본 이탈리아
지난 5월 4일, 쌍용자동차 마지막 남은 노동자들이 모두 복직했습니다. 여기에는 김득중 위원장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포함되었습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11년 만에 쌍용자동차 마지막 해고자 35명의 복직을 밝히며, 평택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여러분 덕분입니다”라는 출근 인사를 밝혔습니다. 강남역 고공 위에서 삼성 권력과 맞서 싸우고 있는 26년차 해고 노동자인 김용희 씨는 쌍용자동차 마지막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소식을 듣고 “불굴의 투지와 의지로 복직쟁취를 이끌어내신 쌍용차 동지들의 첫 출근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질서2020년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은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감염증의 최초 발원지인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대륙의 국가들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되면서 올해 1월 말부터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방역을 실시해 왔다. 우리나라 방역 당국이 강도 높게 실시해 온 방역대책의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어서 비록 그 방식에는 개인정보의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의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세가 크게 줄어드는 가시적 성과로 나
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이모한테서 카메라를 얻은 다울이, 처음엔 작동법을 잘 모르니 사진 찍는 용도로만 사용하다가 몇 달 전부터 동영상 찍는 법을 알아내어 감독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주위에 널린 배우들(다랑, 다나, 삐삐, 아니카, 정겨울, 정다울)을 현장 섭외하여 갖가지 영화를 만드는 거다. 지금껏 만든 영화만 해도 족히 수십 편은 될 터인데 대부분이 괴물 영화나 재난 영화다. 쫓고 쫓기고 까불고 소리 지르는 아사리난장판 같은 영화라나? 제대로 된 영화 좀 찍어 보라는 나의 타박에 다울이는 이렇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나도 제대로 된 영화를 찍고 싶은
지난 편에서 나는 말 없음의 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책 읽는 것의 첫 번째 성취다. 이번에는 반대를 보려고 한다. 책을 읽는 자이기 때문에 범할 수 있는 치명적인 잘못과 함정 말이다. 나는 이 함정을 피하고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이 주는 두 번째이자 더 값진 선물을 받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나, 조선소 노동자"를 읽어야 한다고 본다. 말-아님의 두 번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기에서는 교양 있음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이자 악랄한 실수가 여기서 발생한다.
선거가 끝났다. 예상했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결과다. 여당의 압승이다. 극우보수 야당은 몰락에 가까워졌다. 양당체제가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번에 다당제를 기대했던 사람들의 입장이고 양당체제라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보수 야당은 몰락했다. 어떤 식으로 수습할지 그조차 불분명해질 정도다. 누군가의 말처럼 한국의 주류 세력이 교체된 것일 수도 있고, 본격적인 보수정당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 수도 있을 테다. 그러나 문화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 주는 한 가지 분명한 결과가 있다. 그것은
오늘은 ‘319일 차’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한국에서 ‘가장 근사한 동네’라고 외신이 소개한 강남에서 그것도 강남역 삼성생명 빌딩 앞 25미터 높이의 교통 폐회로티브이(CCTV) 철탑 위에서 한 노동자가 살기 위해 버티고 있는 숫자입니다. 그의 이름은 ‘김용희’입니다. 그가 고공을 선택한 것은 노동조합 때문입니다. 그는 1982년 삼성항공 창원공장에 입사한 직후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때문에 정체불명 괴한의 피습을 당하기도 했고, 삼성 간부들에게 납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듯이 그
아이가 여덟 살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마트에서 과자와 젤리를 고르던 아이는 한참이 지나도 선택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뭐해? 아직도 안 골랐어?” “네, 엄마 아직요.” 아들은 대답하더니 이어 말했다. “전 결정 장애에요.” “뭐라고?”“결정 장애라고요. 뭘 잘 결정하지 못하겠어요. 젤리도 종류가 너무 많고 다 먹고 싶은데 한 가지만 고르려니까 너무 힘들어요.”순간 조막 만하고 작은 선홍빛 입술에서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 (하지만 당시 꽤나 유행어처럼 돌던 말이었다) '결정 장애'라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조금
오늘은 세월호 6주기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평화의 섬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청소년들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날입니다.제가 처음 세월호 사건을 접한 것은 밀양 765kV 송전탑 투쟁이 정점으로 치달을 때였습니다. 저는 성 주간 수요일이었던 그날 밀양시 단장면 101번 송전탑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농성장에 있었습니다. 당시 천주교 부산교구 조성제 신부도 함께 있었습니다. 당시 조성제 신부는 손 전화기를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배가 침몰했고,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하고 있었지만, 그는 하루 종일 손 전
핵발전소를 운영하면 반드시 핵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방사능 오염이 높은 대부분의 위험한 핵 쓰레기는 핵발전소가 있는 곳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를 영구처분장이 아닌 임시처분장이라고 말합니다. 월성 핵발전소 1-4호기에서 배출하고 있는 핵 쓰레기들을 저장하고 있는 핵 쓰레기장은 포화 상태에 있습니다. 이 핵 쓰레기들을 처리하기 위한 저장시설에 대한 운영허가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고는 월성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 황분희 외 832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원자력안전위원회입니다. 이 소송 대리는 탈핵법
십수 년 전, 대안학교 생활교사로 지낼 때, 이야기 듣는 것과 이야기 들려주는 걸 모두 좋아하던 한 아이가 있었다. 이야기를 들려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며 참 많이 친해졌던 아이인데 코로나 시국을 맞아 갑자기 그 아이가 들려 준 짧고 강렬한 이야기가 생각났다.“옛날에 어떤 마을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마녀가 나타나서 마법의 가루를 솔솔 뿌렸어. 그러자 사람들은 개미만큼 작아졌지. 개미만큼 작아져서 작게 작게 살았대.”작아진 다음에 다시 원래 모습대로 커지려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그냥 작게 작게 살았다니 엄청난 반전 아닌가
국회의원 선거가 약 열흘 뒤로 다가왔다. 온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21대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집중력 있게 성과를 내야 할 안건들이 쌓여 있다. 1년 전 위헌성을 확인받은 낙태죄를 비범죄화 할 새로운 법체계 마련도 그중 하나다. 연말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당초 헌법재판소의 주문 취지에 맞는 법과 정책이 통과돼야 할 것이다.임신중지를 죄로 다스리는지의 여부는 그 사회 여성인권의 수준을 보여 주는 핵심척도가 된다. 남성과 달리 여성의 인생은 임신, 출산, 양육으로 180도 달라지고, 현재 어떤 피
창녕 우포를 다녀왔습니다. 우포의 늪배는 변함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나는 저 늪배 위에서 바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균형을 잃고 있었습니다. 늪배 위에서 두려움으로 균형을 잃으면 늪배는 뒤집어지고 맙니다. 흔들리는 늪배 위에서 물에 빠질 듯한 두려움에 휩싸일 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세상은 두려움 속에서도 평화를 향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너무나도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울수록 약한 손을 내밀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는 다락방에 숨어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못 자국이 선명한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청년 프리랜서의 삶지난 칼럼을 쓴 2월 중순 때만 해도 지역사회 감염이 완전히 시작되기 전이었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여러 종교단체와 더불어 한국 천주교회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미사까지 전면 중지했다. 그리고 감염 위험이 높은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또한 여러 차례 미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는 나같이 안정된 직장에 고용된 것이 아닌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가장 어렵고 힘든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공연이나 강의를 하는 직종은 더더욱 어렵다. 작년에는 아프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으로 우려했던 2020 도쿄올림픽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연기했다는 소식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확진 환자의 증가와 상상을 초월한 사망자의 소식은 충격적입니다.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카탈루냐 분리를 위한 선거가 한창이었습니다.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이 많았던 바르셀로나 거리를 걷는데, 문 닫힌 한 상점에서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글귀를 보고 가는 길을
고등학교 생명과학 교과는 유전학, 특히 인간의 유전학을 가르친다. 그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성별을 결정짓는 성염색체의 유전현상이다. 인간은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그중 2개가 성별을 결정짓는 성염색체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X염색체를 하나씩 받아 쌍을 이루면 태아는 여성으로 태어난다. 반면, 아버지로부터 Y염색체 하나를 받고 어머니로부터 X염색체 하나를 받아 쌍을 이루면 남성으로 태어난다. 그런데 고등학교 생명과학 교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성염색체의 비정상적 행동에 따라 나타나는 유전질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