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16일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아, 지난 3월 20일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참사 이후를 성찰하는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교회와 신자들이 유가족과 함께해 온 10년을 돌아본 나승구 신부의 발제문을 나눕니다. -편집자10년 전 성주간이었습니다. 내일이면 성삼일이 시작되겠구나 생각하며 아침을 먹고 하루를 준비하는데 평소에 알고 지내던 예수수도회 수녀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함께 사는 수녀님의 조카가 수학여행을 갔는데 제주 가는 배가 침몰했다고 무사히 구조되기를 기도해 달라는 문자였습니다. 화살기도를
학부모 혐오 사회3월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달이다. 교사는 가장 바쁜 달이고 학생과 학부모는 가장 긴장하는 달이다. 특히, 초등학교 학부모는 담임교사가 누구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복불복’, ‘운’, ‘로또’라고 불릴 정도로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불복’으로 유명한 교사가 몇 반을 맡게 되었는지, 어느 학교로 전근을 갔는지 지역 내 학부모들 사이에선 하루 만에 소문이 쫙 퍼진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부모 블랙리스트가 공유된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문제아가 많은 반을 뽑게 된 교사는 새 학년을 한숨으로
“기업은 영구히 존속 발전하여야 하고, 기업에서 일하는 구성원은 이를 위해 일정 기간 기여하다 떠나는 것이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처음으로 배운 내용이다. 이제 갓 회사 생활을 시작한 마당에 일정 기간 일하다 떠나라니 신선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 물론 떠나야 하는 구성원에는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 나아가 오너도 포함된다 생각하니 마음이 덜 무거웠지만, 회사원들은 일정 기간 일하다 사직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으니 굳이 신입사원 연수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될 내용이었다. 기왕지사 회사가 떠나라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가톨릭교회는 초창기 이주민의 교회에서 시작했지만 근대 이후 이주를 일종의 필요악으로 여기는 경향이 농후했다. 왜 필요악인가? 첫째는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에서 일어나는 이주는 대부분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즉 이주 동기 자체가 극심한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적인 성격이 짙었다. 둘째는 이주 자체가 갖는 본질적 불안정성 때문이다. 이주는 그 본질이 익숙한 곳에서 뿌리를 뽑아서 낯선 환경 속에 다시 뿌리내리는 매우 스트레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교회 입장에서 이주는 본당(성당
올해 세 번째 청년 칼럼에서는 장애인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며, 발달장애인에 대해 갖게 된 생각과 교회 안에서 장애인에 대한 태도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2회(4, 5월) 맡아 주신 박지수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내게 발달장애인에 대한 첫 기억은 이랬다. 초등학생 때 엄마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옆에 있는 어떤 아저씨가 계속 친한 척을 하면서 말을 걸었다. 어렸던 나는 그 아저씨가 무서워서 엄마에게 다른 자리로 가자고 졸라 다른 칸으로 옮겨 앉았다. 그 후에 만났던 발달장애인과의 경험도 몇 번 없었지만 별반 다르지
여전히 죄 없이 고통받는 세상의 아이들교회에서 12월 28일은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이다. 폭군 헤로데는 예수가 태어날 무렵, 왕권에 위협을 느껴 베들레헴과 그 일대 두 살 이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학살했다. 교회는 아기 예수를 대신해 죄 없이 억울하게 죽은 아기들의 희생을 오래전부터 순교로 여겼는데, 중세 이후에 더욱더 성대한 축일로 발전했다. 죄 없는 아이들의 무고한 죽음은 인류 역사 내내 이어지고 있다.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엄청나게 많은 아이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희생당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
어려서 세례를 받은 이후, 햇수로는 적어도 5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신학 공부에도 제법 시간과 공을 들였고 신앙과 관련된 곳에서 적지 않은 세월을 보냈다. 평범한 신앙인이라면 접하기 쉽지 않은 정보들과 여러 종교인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소중한 가르침을 받았다. 수십 년 동안 배운 내용의 핵심을 간략히 요약한다면, 하느님은 자연을 포함한 물질세계 안에,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 비천한 모습 안에 숨어 계시다는 것, 우리의 가난과 고통 속에서 침묵으로 말을 건네신다는 사실이다. 가난과 고통은 배척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난 21일 이스탄불문화원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주관한 '한국 사회의 이주민과 종교: 다문화 다종교사회 더불어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기획 간담회가 있었다.한국 사회에 이주 노동자가 들어온 초기부터 지금까지 종교계는 이주민의 인권과 지위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간담회는 “여러 이웃 종교인이 모여 각각의 일을 공유하고, 갈등과 분쟁이 첨예한 시대에 생명 존중과 돌봄, 평화로운 공존의 분위기 확산 등 종교의 시대적 과제와 역할을 찾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또 각 종단이 이주 노동자
이 글은 43호(2024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예견되었던 외국인 유학생 인권침해 사건2023년 12월 12일 단독보도로 11월 27일 한신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학당 유학생 22명을 강제로 출국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신대 학부 재학생인 나는 이후 학내에서 사건 대응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글을 통해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생각과 언론보도 이후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발생한 학내외의 일을 전하고자 한다.학령인구가 끝없이 줄어들고 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
‘단기선교’의 성지 네팔?지난달 ‘세계사회포럼’과 그와 연계한 ‘세계해방신학포럼’이 힌두교와 불교의 성지이자 히말라야 산맥의 나라 네팔에서 열렸다.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자마자 도착비자 받기에 분주한 한 무리의 한국 개신교 중년 여성들과 조우했다. 이른바 ‘단기선교’를 온 모양이었다. 부지불식간에 아시아 청년 프로그램을 위해 방문해 온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심지어 오지의 토착원주민 마을들에서도 목격하던 교회당 십자가가 떠올려졌다. 반가움보다는 낭패감이 앞섰다. 감정적 ‘오버’일 수 있겠으나 오랫동안 종교문화 다원주의 및 토착민
국제 미술계의 가장 독창적 예술가 중 한 사람,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1964-)의 '보이스(VOICES)' 전시가 리움미술관에서 7월 7일까지 열린다. 다양한 신매체와 첨단기기를 도입해 시간과 경험, 실제와 가상, 관객과 예술의 상호작용을 구현하고 그 전시 경험을 다시 전달하는 유기적 형식인 이번 전시 역시 매우 독창적이다.특히 전시장 안팎의 포스터,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는 데이터와 연동되어 인공지능과 '디지털 멀티플렉스(DMX)' 기술을 통해 다학제 간 다양한 결의 ‘보이스(VOICE
2023년 8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테주 공원에서 세계청년대회 폐막 미사가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27년 차기 대회 개최지가 '한국 서울'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참가자의 함성이 울리고 현장에 있는 한국 청년 참가자와 주교단이 단상에 올라와서 기쁨을 나누었다.과거 올림픽 등 대규모 체육행사를 한국이 유치했을 때와 비슷한 장면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생중계로 보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느꼈다. 공교롭게도 국제적 망신으로 국격 논란 속에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던 잼버리 대회
가상인간이 다시 여러 곳에 나타나고 있다. 2021년 신한라이프 TV 광고에 등장해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가상인간 로지 이후 잠시 주춤했던 가상인간이 다시 여러 곳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는 정책을 소개하는 영상뉴스에 가상인간 아나운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가상인간 아나운서 이름은 ‘제이나’로, 제주도청 대변인실 소속이다. 제이나는 프로그램 ‘위클리 제주’에 출연해 한 주간 제주도 주요 이슈를 소개한다. 가상인간은 사람과 달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월 60만 원을 받고 사업주가 시키는 일을 열심히 수행한다. 제이나
창간 15주년을 맞아 응원하는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글과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 첫 마음을 잃지 않고, 한국 가톨릭교회의 공론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나는 (이하 )를 글로 후원하고 있다. 돌아보니 창간 준비 단계에서 지금까지 만 8년을 기고했다. 초창기에만 한 달에 한 번 쓰고 그 이후엔 격주로 썼다. 지금도 격주로 쓰는 중이다. 한 편을 쓸 때 평균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글과 말로 먹고 산 지 수십 년인데
경칩 한참 전인 2월 중순에 개구리는 알을 낳았는데, 총선 맞을 김포시의 목련은 4월 10일 꽃망울을 터뜨릴까? 2023년 목련은 4월을 기다리지 못하고 꽃잎을 떨어뜨렸다. 역대급 엘니뇨가 겨울 장마를 부른 기후위기 상황에 언감생심이리라.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과 관계없이, 지난해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대비 섭씨 1.5도 이상 오르고 말았다. 인류는 물론, 생태계의 파국을 예고하기에 화석연료 소비를 과감히 줄이자고 세계 기후활동가는 간절히 호소했건만, 범세계의 기득권은 탐욕을 멈추지 않았고 미래세대는 위기를 맞았다. 기상이변이 세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말이 있다. 씨 과일은 다 먹지 않고 남긴다는 말로 당대 혼자만의 욕심을 버리고 자손과 그 후대에게도 복을 짓도록 기여하는 게 사람의 도리라는 교훈이다. 정치적 양극화로 보수-진보 갈등과 투쟁이 극심한 오늘, 윤석열 정부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보수·진보가 다 인정하고 있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마저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며, 통일부 업무보고 때는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에 근거하고 있으며,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동쪽에서는 약탈이 시작되었다 합니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소식이 매 시간마다 전해지고 있습니다. 의화단원들은 사방에서 북경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유럽인을 말살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향한 공격도 곧 시작될 것입니다. 어떤 이는 30년 전 천진에서의 학살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제 의무는 교회와 신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사오십의 해군 병사를 북당(北堂)으로 보내주십시오.” - 파비에 주교의 편지, ‘Siège de la mission catholique du Pé-tan
의료공급에는 여러 가지 구분법이 있지만 가장 흔하게는 응급(emergency)과 비응급(elective)으로 나눈다. 응급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자원을 즉각 배분해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어떤 질환이 ‘응급’질환에 속하는지 공부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도 응급 여부다. 응급질환을 놓치면 환자에게는 다음 기회조차 없기에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도 사실은 응급질환을 잘 치료하는 것이다. 누구나 응급질환을 오진하고 놓친다면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기
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했던 박근혜가 탄핵되었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조차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도하는 일도 없습니다. 윤석열 정권 때 일어났던 이태원 참사마저도 진실의 기억을 지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감추려고 합니다.세월호 참사 10주
2019년 2월 27일과 28일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린 지 5년이 지났다. 이 회담의 실패는 이후 몇 년간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모두가 엄청나게 악화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므로 이때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이 북한의 제의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회담을 갑자기 중단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은 민간 경제와 주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UN 제재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을 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