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으로 산천초목이 목이 탔고 울진에 사상 초유의 산불이 발생했지만, 천지 사방이 봄을 알린다. 봄은 본다는 의미라는데, 마른 대지에서 봄소식이 들려 마음이 벅차다. 근교에 딱새가 둥지를 치고 저어새가 멀리서 찾아왔다. 고마울 따름이다.봄비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해갈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감지덕지, 시커멓게 타들어 간 산록이 푸릇푸릇하고 마음을 다시 잡은 농부는 쟁기를 들었으리라. 고층 빌딩과 이웃한 텃밭에 몸과 마음이 건강한 도시 농부들도 삽을 들었다. 사계절이 아직 명확한 나라에 사는 건, 행복이다. 봄비가 대지를 적시
울진 산불은 완전히 꺼졌을까? 바싹 마른 산록에서 번지는 불은 꺼진 듯해도 확신할 수 없다. 달구어진 흙에 묻힌 불씨가 바람 타고 날아가 쌓인 낙엽을 태운다. 그렇더라도 울진 산불은 재발하지 않겠지. 며칠 전 전국을 적신 봄비가 산간에 눈으로 적지 않게 쌓였다. 낙엽이 척척해졌을 것이다. 숨은 불씨까지 샅샅이 찾아내던 소방관의 노고가 컸는데, 상당한 나무와 낙엽을 잃은 울진보다 양양에서 간성으로 이어지는 산록을 조심해야 하리라. ‘양간지풍’은 산불을 몰고 오지 않던가.미국 LA를 포함하는 캘리포니아 숲은 걸핏하면 산불에 휩싸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2026년 동계 올림픽은 알프스 가까운 이탈리아 밀라노와 근처 몇 도시에서 개최한다는데, 4년 뒤에 말과 탈이 줄어들까? 코로나19 상황에 치른 올림픽에서 중국은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지 못했을 것 같은데,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언론의 부정적 반응과 달리, 시진핑 3기로 이어질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는 게 아닌가.베이징 올림픽을 평창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두 대회 모두 참여한 해외 선수의 소감을 예로 든 우리 유튜버의 해석인데, 자화자찬이 가미되었으리라. 우리 선수
올해 딸기 가격이 예년 같지 않다는 소식이다. 작년 10월의 이상 고온으로 모종에 병충해가 생겼기 때문이라는데, 뉴스가 보여준 딸기밭은 대형 비닐하우스에 앉았다. 도톰한 고랑에 과육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기괴했다. 어릴 적 마당 구석에서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꼬맹이들의 아침 인사를 꼬박꼬박 받던 딸기는 열매를 길게 늘어뜨리지 않았다. 참 신묘한 품종 개량 기술이 아닐 수 없다.한겨울인데 딸기 제철이라니. 기술 덕분인가, 화석연료 덕분인가? 농부는 가을부터 화석연료를 동원해야 했을 것이다. 전기 난방도 다르지 않다. 전기의 절반 이
선거판이 달아오른다. 누구에게 흥미진진할지 모르지만, 흔쾌하지 않다. 성인군자를 뽑는 게임이 아니라는 건, 상식을 가진 유권자라면 누구나 잘 알 텐데, 주류 언론을 자부하는 ‘매치메이커’들은 후보를 엉뚱하게 조명하느라 바빠 보인다. 어떤 내일을 유도하려고 그럴까? 정책을 살펴보는 건 부차적인 모양이다.기후위기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은 달라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당선이 먼저라서 기득권을 위해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목소리에 영합하려는 모습이 보여 안쓰럽다. 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경제학자들이 그렇게 말한다. 바구니를 떨어뜨려 아까운 계란을 모두 깨뜨리는 실수는 피하고 싶은데, 주부가 아니라 증권가의 오랜 경구라고 한다. 자급률이 25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처지에서 곡물 수입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곡물은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하는데, 미국 경작지는 기후변화로 가뭄에 시달리는 중이다.디젤차를 운전한 적 없어 몰랐는데, 디젤차의 대기오염을 요소수가 어느 정도 해결한다는 걸, 이번 파동으로 알았다. 대부분 중국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우리나라는 왜 생산
뉴스는 온통 1957년 이후 최고의 10월 한파라고 했다. 한강공원의 연인들은 담요를 뒤집어썼고 홍대 근처의 주점가의 인파가 경찰과 공무원의 거리두기 단속에 순순히 응했다고 전했다. 건강한 젊은이도 추운 날씨에 밤 10시 넘어까지 거리에 서성이려 하지 않았다고 취재기자가 덧붙였다. 내일도 오늘 못지않게 춥다는데, 20대 마지막 시기를 구가하는 막내는 10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올 기미가 없다.뉴스 진행자는 농작물 냉해를 걱정했다. 설악산은 영하 9도를 기록했다는데,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하는 김장용 배추와 무가 얼어붙는 건 아닐까? 경
1960년대까지 세계를 풍미한 바나나 품종 ‘그로미셸’이었지만 현재 자취를 감췄다. 뿌리를 썩게 만들며 창궐하는 곰팡이 때문인데, 캐번디시가 빈자리를 메웠다. 그로미셀보다 풍미가 덜한 캐번디시도 곰팡이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는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몰렸다고 경고한다.필리핀이든 파나마든, 뿌리로 분양한 바나나의 유전자는 한 그루처럼 똑같다. 최고 효율로 막대한 이윤을 독점하려는 다국적 기업은 바나나의 유전자를 획일화했다. 바나나만이 아니다. 세계 소비량의 80퍼센트를 점령한 미국의 아몬드도 비슷하다. 2월 중순 한꺼번에 아몬
지난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신안 갯벌, 보성과 순천 갯벌, 서천 갯벌, 그리고 고창 갯벌, 이상 네 군데의 우리나라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세계적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하는 2150종의 동식물군이 서식하는 높은 생물 다양성을 보유하고,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서식지며,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가졌다”는 이유를 제시했는데, 인천과 새만금 일원의 갯벌은 포함되지 않았다.2000년 3
덥다. 열이 많은 몸이라 되도록 뜨거운 낮 시간을 피하는데 대지를 식힌 소나기 덕분에 무사히 콘크리트 숲에서 만보를 채웠다. 먼지가 없기에 창문을 열고, 마감 다가오는 원고 쓰려고 책상에 앉았더니 거실에서 연예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밤중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연실 토하는 소리는 “굿샷!”이다. 골프에 관심 있는 식구가 없는데 이상하다. 아무도 없는 거실, 야심한 시간이니 텔레비전을 껐다.독일은 커다란 피자를 굽는 프라이팬 위의 달걀부침과 비슷한 데가 있다. 노른자가 도시라면 터진 노른자를 둘러싼 흰자는 농촌이다. 농촌과 도시는 뚜
벌써 1년이 지났다. 헤어진다는 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던 그 날에서 1년이 지난 오늘, 금선사를 다녀왔다. 안치된 곳에 김종철 선생의 사진은 없었다. 없어도 괜찮지만, 만날 수 없다는 사실로 새삼 가슴이 아팠다. 그날 새벽 백사실 계곡은 간밤에 내린 비로 흥건히 젖었을 텐데, 오늘은 화창했다.함께 금선사에 오른 이와 헤어져 광화문의 큰 책방을 두리번거렸다. 기후위기를 상투적으로 진단하는 책이 눈에 띄었다. 기후위기는 기정사실인데, 우리에게 남은 일상은 무엇이지? 선생께서 강조한 생태문명이겠지? 어
6월 7일 백신 예약에 성공했다. 지식인답게 인터넷으로 예약하려 하니 어떤 프로그램이 없어 더 진행할 수 없다는 문자가 뜨며 거듭 거부해 관련 콜센터로 예약을 시도했다. 몇 차례 전화로 어렵게 연결되었는데, 친절한 상담원은 “어르신”을 연발했다. 조금 어색했지만, 60세 넘은 이가 이번 예약의 대상이니 그렇게 응대해야 옳겠지.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문자가 왔다. 6월 7일 오전 10시, 접종 장소인 동네 병원은 잘 만든 플라스틱 주사기 하나를 폐기할 게 분명하다.몇 차례 주변까지 다가왔어도 운이
올겨울에 ‘양간지풍’이 산불을 일으키지 않았다. 양양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간성으로 건조한 바람이 불며 화기를 확산시키던 양간지풍은 잊을 만하면 지역의 산림을 시커멓게 태웠는데, 이번 겨울은 무사히 지나갔다. 양간지풍이야 늘 있을 텐데, 다행히 산불을 동반하지 않았다. 기록은 모르지만, 예전 양간지풍은 산불을 자주 동반했을까?캘리포니아가 넓기는 넓은가 보다. 서울 버금가는 면적의 숲을 짓밟는 화마가 해마다 반복된다. 20여 년 전, 포도주 시음했던 기억이 머문 나파 밸리는 요즘 꽤 유명해졌다는데, 얼마 전 화마에 휩쓸렸다. 그랬더라도
거리에 전기 자동차가 자주 눈에 띈다. 전기차만 만드는 미국산도 보이고 국산도 적지 않은데, 외양은 기존 승용차 모델과 다르지 않다. 다만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와 달리 슬그머니 다가오니 귀가 어두운 행인이라면 부딪힐 수 있겠다.전기자는 부속품이 많지 않아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데, 소비자들이 익숙한 모델을 선호해서 그럴까? 겉은 같은데 내부의 공간이 넓어졌고, 주행거리는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자동차의 편의 장치는 그대로이거나 더 달았다는데, 수소차도 비슷하다. 수소차도 전기로 움직인다. 배터리의 전기가 아니다. 기술적 원리를 파
오래전에 본 중국 기예단의 접시 돌리기는 인상 깊었다. 작대기 끝에서 뱅글뱅글 도는 접시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얼음판 팽이에 채찍질 하듯 손바닥으로 접시 가장자리를 채 주어야 했다. 돌아가는 접시가 하나라면 쉽지만 대여섯 개로 늘자 곡예사는 무대에서 바빠졌다. 한데 거듭 늘어나니 허둥거리던 곡예사는 화가 났다. 돌아가는 속도가 줄어드는 접시를 모조리 떨어뜨렸는데, 비슷한 일이 산후조리원에서 벌어졌다.2005년 1월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생후 21일 아기가 질식해 죽은 일이 일어났다. 새벽이었다. 신생아 20명을 돌보던 직원은
올해는 눈이 잦다. 온난화로 북극권에 빙하가 형성되지 않아 일어난 현상이라고 기상학자가 풀이하던데, 언론은 교통을 걱정한다. 제설차와 염화칼슘은 교통 체증을 해결한다. 하지만 기상 이변은 해결하지 못한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서둘러 줄여야 할 텐데, 지난해 대통령은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내놓은 탄소를 흡수하는 탄소로 상쇄하겠다는 의지였는데, 한가했다. 이어진 정부의 다짐과 계획도 분명치 않았다. 구체성 없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과 ‘그린뉴딜’의 목록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지난 11일 대통령은 신년사
잇몸이 약하게 태어나 나이 들수록 치과를 자주 찾는데, 당뇨가 생겼다. 면밀하게 들여다본 노련한 의사는 대수롭지 않은 듯 “뽑자” 결정했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혈압계를 들고 온 간호사는 “정상인데, 당뇨는 없죠?” 묻는다. 있지만 약을 꾸준히 먹는다고 대꾸하자, 끄떡인 의사는 임플란트를 권하며 앓던 이를 뽑았다. 노후를 위한다 생각하라지만, 이래저래 먹을 약이 늘어난다.60을 넘긴 나이에 정상 혈압은 어느 범위일까? 이를 뽑아야 하는 병원과 건강진단을 하는 병원의 기준은 달라 보인다. 벌금 운운하는 학교 직원의 권유로 하는 수 없
겨울 추위는 멀었는데 ‘삼한사먼’이 찾아왔다. 3일 쌀쌀하더니 나흘 이상 먼지가 가득하다. 베란다에서 선명하게 보이던 송도신도시의 초고층 건물들이 희뿌연 대기에 숨었다. 전혀 춥지 않은 작년이 그랬다. 북극권 냉기가 쨍하게 내려오면 하늘은 깨끗했는데, 눈 한 차례 쌓이지 않고 지나가자 난데없는 매미 나방 유충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관측 이래 가장 긴 장마가 휩쓸었다. 다가올 겨울이 또 걱정이다.취임하면 ‘파리 기후협정’부터 다시 가입하겠다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다짐해서 그랬을까? 우리 대통령도 2050년 ‘탄소 중립 선언’ 대열에
시화호에 수달이 산다. 1990년대 중반, 11킬로미터의 방조제가 바닷물을 막았을 때 끔찍한 악취를 풍기던 시화호는 요즘 깨끗해졌다. 조력발전소에서 하루 두 차례 바닷물을 받고 내보내면서 시커먼 물속에서 썩어가던 어선도 말끔히 치워졌고 그 자리에 낚시꾼이 모인다.원래 갯벌과 바다였던 시화호 자리를 방조제로 막아 담수를 모아 두면 인근 시화공단의 공업용수와 주변 농촌의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개발자들은 홍보했다. 아니 그런 기대를 앞세우고 방조제를 막았지만 허사였다. 공장 폐수는 물론이고 농약에 찌든 오염수가 모이면서 불과 2
추석을 앞둔 요즘, 짙어지는 파란 하늘은 하얀 구름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감과 밤이 익어가며 가을이 무르익는다. 곧 기러기들이 찾아오겠지. 유난히 길었던 올 장마가 그쳤어도 빗방울은 멈추지 않지만, 계절의 변화가 분명하니 고맙기 짝이 없다. 다가올 겨울에 어떤 이변을 벌어질지 불안하더라도 가을은 일단 편안하다. 고층빌딩 숲으로 비좁아진 도시의 하늘에서 가을을 반긴다.사실 인천 하늘이 아무리 맑아도 가장자리는 불그죽죽하다. 코로나19로 번잡했던 인천공항은 크게 진정되었다. 산업단지의 공장 가동도 주춤했지만, 인천의 바닷가를 차지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