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입사해서 채 2년이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가 누구나 선망하는 국제금융부이고, 이동하게 된 부서는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 관재부(부동산 매입과 고정자산 관리부서)여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다. 입사동기들은 아무도 부서를 이동하지 않는데 나만 이동하게 되었으니 여러 구설수가 많았다. 회사에서 겪은 첫 시련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시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이 시기만 지나면 잘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인 면도 있었고, 대학 시절 야학을
젊은이는 교회에서 살고자 한다. 풀어서 얘기하면, 나를 포함한 젊은이는 교회 공동체에서 자신의 신앙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자기 공동체에 발을 굳건히 디뎌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열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진리를 향한 궁금증으로 학문적 소양을 갖추려는 젊은이가 있는 한편, 공동체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치가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때에 젊은이가 교회에서 살고자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오늘부터 매달 네 번째 월요일에 '하마터면 지구에서 살 뻔했다!'를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니체의 “지구에 거주하는 인간-비인간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 전환의 주요 관점에 해당하는 문화 현상을 소개하고, ‘대지에서의 삶’을 사랑할 새로운 관계에 대한 문화비평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김연희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1929-2023)가 얼마 전 작고했다. 쿤데라는 체코의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에 숙청되어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 저
오늘부터 매달 네 번째 금요일에 '밑에서 보기'를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변두리 문화를 산책하며 여러 콘텐츠를 통해 우리의 일상 그리고 사회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김지환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이렇게 함께해왔음이 기적이요, 신비로세지난 17일 일요일 합정동 전·진·상센터에서는 예수살이공동체의 아주 특별한 1000차 금요미사가 있었다. 금요미사가 일요일에 거행된 이유는 송년 감사미사를 겸하며 더 많은 공동체 성원이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미사가 열린 전·진·상센터는 한때 예수살이
오늘부터 격월 세 번째 월요일에 '길, 산, 사람, 강'을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활동가로서 길 위에서, 세상 안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어 갑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오현화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저녁 어스름에 막내를 데리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건널목 건너편에 누군가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어찌나 크게 울부짖고 있는지 그 소리가 길 건너까지도 쨍쨍하게 들렸다. 꺼이꺼이 우는 소리를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겁이 덜컥 났다. 저만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난동을 부리면 어쩌나 지레짐
2024년에도 매달 두 번째 목요일에 '장영식의 포토에세이'를 이어 갑니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 선택하며, 그들의 외침을 우리 삶의 자리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집필해 주신 장영식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해마다 12월이면 행복한공부방을 위해 김장을 해주던 단체가 있습니다. 부산 전포동에 있는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입니다. 이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담궜던 김치는 행복한공부방을 이용하는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맛난 저녁 반찬이었습니다.올해도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이 행복한공부방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어르신일자리’로
오늘부터 매달 첫 번째 목요일에 '마음 다해 오늘을(내 삶을 구해야 지구도 구할 수 있다)'을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농부로 살고 있는 엄마가 아들에게, 아들 또래 십 대 친구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을 어떻게 먹게 할지 질문하며, 논밭 숲에 뿌리를 둔 이야기를 나눕니다. 집필을 맡아 주신 정청라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새 연재를 시작하며]사방천지에 불안과 불편이 미세먼지처럼 뿌옇게 깔린 것만 같은 나날이다. 하늘은 저렇게 높은데, 나무는 이렇게 듬직한데, 막 태어난 강아지들은 한없이 귀엽기만 한
오늘부터 매달 첫 번째 화요일에 '회사원과 사회교리 실천'을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현대 자본주의의 근간인 회사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가톨릭 사회교리의 의미와 실천 방법을 개인 경험에 비추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집필해 주신 조은기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펴낸 "간추린 사회교리"는 서문과 본문만 해도 400페이지를 넘어선다. 분명히 중요한 점만을 골라 간략하게 간추렸을 텐데,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너무 많다. 다행히 젊은이들을 위해 쓴 사회교리서 "DOCAT"(무엇을 해야 합
오늘부터 매달 첫 번째 월요일에 다섯 가톨릭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각 2회, 총 10회 연재합니다. 첫 번째로 세계 교회에서 본 젊은이와 새 평신도 사도직에 대해 이야기를 전합니다. 집필해 주신 이주현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교회는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완성된 상태가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교회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곧 교회이며, 그렇기 때문에 함께 공동체를 일궈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에게 맡겨진 소명에 따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경
장성(長城)을 지나자 기온은 이내 4도가 떨어졌다. 낮 기온 영하 2도. 창밖 풍경은 곳곳이 눈밭이다. 북경 칭허(淸河)역에서 장자커우(張家口) 총리(崇禮)역까지는 한 시간 반의 여정이다. 총리에는 스키장과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북경 동계올림픽을 위한 시설이다. 그 덕에 북경 시내에서 총리까지 고속철도가 깔렸다. 열차의 속도만큼이나 쾌적한 이동이 된 것이다.원래 그곳은 칼바람 몰아치는 만리장성 깊은 고갯마루였다. 몽골 초원 지대와 거친 벌판으로 나아가던 길목이었다. 옛사람들에겐 꽤나 고된 길이었다. 그 길 언저리에 서만자촌(西灣子
‘서울의 봄’이라는 용어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월 26일 직후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소장이 군부를 장악하여 12월 12일에 군사반란을 일으킨 후,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를 실질적으로 통치하였고,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한 8개월의 기간을 뜻한다. 18년을 통치한 독재자의 사망, 쿠데타로 인한 신군부 등장, 수많은 시민 희생자가 생긴 비극의 8개월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바꿔 놓은 결정적 시기다. 이 비극을 다시 돌려놓은 것은 그 후 7년이 지난 1987년의 일이다.영화
오늘로 '오늘도 말씀 한 모금' 연재를 마칩니다. 2011년 현우석 신부 칼럼 만화로 시작해 2013년부터 10년간 '지금예수', '예수생각', '예수님 친구들', '오늘도 말씀 한 모금' 코너로 함께해 주신 김준희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
일본 동북대학교 국제문화학 박사인 이선희 씨는 일본 동북 지방의 이주 여성들의 현황과 일본의 이민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입니다. 이선희 씨는 “동북 지방은 일본 안에서도 식민지입니다. 만약, 후쿠시마와 같은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핵사고가 동북 지방이 아니라 큐슈와 같은 다른 지역에서 발생했다면 지금과 같이 침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항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북 지방은 오랜 식민지로서의 트라우마로 항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동북 지방 사람들의 일본 내에서의 ‘타자화’ 문제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선희 씨의 ‘타자화’
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칠레를 기억하는 방식, 칠레라는 거울12.12 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 2023)이 곧 개봉한다. 신군부의 전두환과 노태우가 세상을 떠남으로써 정치군인의 역사적 퇴장을 실감하지만, 우리에겐 군사정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3공화국 말기에 태어난 나는 날 때부터 군사정권하에서 자랐으며, 의식을 깨친 이후 그것은 당연했으며 과연 우리가 군인 통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의심을 품었다. 다른 많은 3세계 국가의 엉망진창인 정치적 상황을 돌아보면,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룬 우리는 정말 운이 좋기도 했고
22대 1. 이 정도면 콜드 게임이다. 0패를 면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야구 경기 스코어라면 차라리 나으리라. 다시 해 볼 수도 있을 테니까. 1552년부터 1800년까지 중국에는 975명의 예수회 선교사가 있었다. 그 가운데 중국인 수사가 36명, 사제는 고작 9명이었다. 대략 22대 1의 비율이다. 예수회 역사학자 드에르느(Joseph Dehergne, 榮振華, 1903-90)의 자료에 따른 수치다.(“Répertoire des Jésuites de Chine de 1552-1800”, 1973)명말의 문호였던 양정균(楊廷筠,
일본에서 개최된 “제9차 한일 탈핵 평화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일본 나고야 교구와 센다이 교구의 핵발전소를 방문하고, 그 지역에서 탈핵 운동을 펼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핵발전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절규를 들었습니다.후쿠이현의 와카사만에 밀집되어 있는 쓰루가 핵발전소와 미하마 핵발전소, 오이 핵발전소와 다카하마 핵발전소를 방문했습니다. 일본이 꿈의 원자로라고 말하며 1조 엔 넘게 엄청난 돈을 투입했던 몬주도 방문했습니다. 몬주는 운영도 해 보지 못하고 폐로가 되었습니다. 몬주는 문수보살의 일본식 발음입니다.후쿠시마도 방
누군가 먹고 토한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식이장애 발병률이 높은 현실은 외모에 대한 강박과 다이어트 때문이다. 그러나 그 표면 아래에는 복잡하게 얽힌 불안과 우울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식이장애를 앓아 왔던 딸과 그 어머니의 고백을 통해 병의 원인이 된 진짜 복잡한 심연을 파헤친다.채영은 15살이 되던 해 극단적인 식사 거부로 체중이 20킬로그램이 넘게 빠지면서 몸이 30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은 채 거식증 진단을 받으며 병원에 입원했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 당시 느꼈던 마음이 담겨 있는 블로그 일기를 꺼내 본다. 거식
정말 늦었을지 모르지만, 생태적 회심의 문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무단 투기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수산물을 많이 먹는 한국 사람들은 심란하다.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잠 못 이루는 한여름을 보내면서, 앞으로는 더욱더 더위가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영구동토층에서 4만 년 전에 잠들었던 선충이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뉴스에 섬찟하기도 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서 지구가 망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 지구가 망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대단한 착각이다. 지구는 끄떡없다. 망하는 건 인간과 현존하는 상당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