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자주 다니는 산책길에서 산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소리치며 달려가 수로 한 편에서 개구리 부부 한 쌍을 발견했는데 글쎄 어느새 알까지 낳아 두었지 뭔가. 그걸 본 다나가 개구리들을 향해 말을 건넨다.“얘들아, 아직 2월도 안 됐는데 벌써 알을 낳았다고? 갑자기 추워지면 어떡하려구. 하긴, 너희들한테는 달력이 없으니까 너희 탓은 아니지.”다나의 한숨 섞인 탄식을 들으며 산개구리들 산란 시기가 지난 몇 년 사이 최대 2개월이 빨라졌다는 어느 기사를 떠올렸다. 산란 시기가 빨라지면서 개체 수도 눈에 띄
과장, 부장이 되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회사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 시기가 과장, 부장 때다. 가정에서도 이 시기쯤 되면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여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은 육아와 가사노동 분담이 어깨를 짓누른다. 사회교리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은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없고, 정부와 고용주, 노동조합이 일과 가정의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생계 노동의 유연한 모델들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부장 때, 영화 '어느 멋진 날'(One fine day)을 뒤늦게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이번 청년 칼럼에서는 요즘 보기 쉽지 않은 교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청년으로서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교회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회(2, 3월) 맡아 주신 홍예진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단순히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어떤 종교 단체건 요즘 화두는 청년 신자 잡기다. 아예 발을 들여놓지도 않을 뿐더러, 발길을 끊는 청년들도 많다. 그런 가운데 살짝 별종 같아 보일 수 있는, 가톨릭교회와 신앙에 너무나도 진심이 된 내 이야기, 그런 내가 보는 교회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 여정으로
“세 사람을 심문하였으니 황제께 아뢰나이다. 그들은 몽골 라마승의 복장을 하고 있고 중국어를 할 줄 압니다. 또한 만주문자와 몽골문자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습니다. 티베트 문자와 말은 모릅니다. 한 사람의 이름은 가베(噶畢)이고, 다른 하나는 에바리스트(额塞哩斯塔)라 하였습니다. 그들은 형제로 프랑스 사람이라 합니다.” - 도광(道光) 26년(1846), 주장대신(驻藏大臣) 기선(琦善)이 황제에게 올린 글(奏折)여정의 시작, 티베트로 향하는 길1844년 9월 10일, 세 사람이 길에 섰다. 이제 막 길을 떠나는 참이었다. 출발지는
다행히 폐관 위기 면한 김민기의 ‘학전’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간이 사라지는 데는 분명 달라진 환경으로 더는 그곳을 찾지 않기 때문이겠다. 그럼에도 아쉬워하며 의미 있던 ‘공간’을 지켜내고자 하는 데는 역사성 보존과 그것이 지닌 현재적 의미가 여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수 김민기 선생이 운영하는 학전 소극장이 그의 건강과 재정상 이유로 폐관을 앞두었는데, 다행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비롯해 그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가까스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폐관을 아쉬워하는 가수와 배우들은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결성해 올
최근 인공지능(AI)의 기계 학습을 예술 창작 방법으로 시도하는 작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정신 및 창작활동을 모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시사점을 주고 있다. 주로 과학 기반 전공자들이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선보이는 작품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예미킴(YEMIKIM) 작가 역시 카이스트에서 건설환경공학을 전공한 예술작가에 해당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들을 출력해 액자로 전시하는 아날로그 방식과 AI로 배경음악을 만든 가상(virtual) 갤러리인 메타버스 방식으로 가상과 현실의
지난 성탄 때, 은사이신 신부님의 사모곡을 받았습니다. 임의 꾐에 넘어가 평생을 역사비평과 해석학을 기반으로 역사의 예수를 찾았던 정양모 신부님께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글이었습니다. 몇 번을 읽고 또 음미하다가 독자들에게 신부님의 사모곡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신부님의 사모곡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익명의 벗들까지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사랑이신 신부님의 글을 소개하면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요즘은 어머니의 꽃다발이 자꾸 생각납니다. 치매를 앓으셨던 어머니가 온전한
“온통 허물어진 담장을 지나 거기 이르렀습니다. 차마 말로는 다 못할 서글픔이 거기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4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 누추한 묘지에, 프랑스의 영광스런 자녀들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어떠한 소리도 없습니다. 수업 시간에 중국인 학생들이 반복해 대는 콧소리만이 이 음산한 고요를 흩트리고 있습니다.”(부르불롱의 기록, “Relation de voyage de Shang-Haï à Moscou, ....” 중에서)부르불롱, 정복사 묘지를 기록하다1860년 어느 프랑스 외교관이 묘사한 정
우리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가고 있는 걸까? 한동안 잠깐은 정말 겨울이구나 했는데, 그 뒤로 쭉 벌써 봄이 왔나 싶게 날이 푸근하다. 소한이 코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글쎄 지난 주말에는 마을 뒷산 정상에 올랐는데 꿀벌 몇 마리가 날아다녀서 깜짝 놀랐다. 12월 말에 꿀벌이라니 이게 웬말인가. 추웠다 더웠다 기온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꿀벌들도 어느 가락에 춤을 춰야 하는지 헷갈리는 모양이다.헷갈리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원고 마감일이 있어야 겨우 원고를 쓰는 사람이라 그런가 동장군의 독촉이 없으니까 월동 준비를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입사해서 채 2년이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가 누구나 선망하는 국제금융부이고, 이동하게 된 부서는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 관재부(부동산 매입과 고정자산 관리부서)여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다. 입사동기들은 아무도 부서를 이동하지 않는데 나만 이동하게 되었으니 여러 구설수가 많았다. 회사에서 겪은 첫 시련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시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이 시기만 지나면 잘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인 면도 있었고, 대학 시절 야학을
젊은이는 교회에서 살고자 한다. 풀어서 얘기하면, 나를 포함한 젊은이는 교회 공동체에서 자신의 신앙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자기 공동체에 발을 굳건히 디뎌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열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진리를 향한 궁금증으로 학문적 소양을 갖추려는 젊은이가 있는 한편, 공동체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치가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때에 젊은이가 교회에서 살고자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오늘부터 매달 네 번째 월요일에 '하마터면 지구에서 살 뻔했다!'를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니체의 “지구에 거주하는 인간-비인간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 전환의 주요 관점에 해당하는 문화 현상을 소개하고, ‘대지에서의 삶’을 사랑할 새로운 관계에 대한 문화비평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김연희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1929-2023)가 얼마 전 작고했다. 쿤데라는 체코의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에 숙청되어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 저
오늘부터 매달 네 번째 금요일에 '밑에서 보기'를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변두리 문화를 산책하며 여러 콘텐츠를 통해 우리의 일상 그리고 사회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김지환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이렇게 함께해왔음이 기적이요, 신비로세지난 17일 일요일 합정동 전·진·상센터에서는 예수살이공동체의 아주 특별한 1000차 금요미사가 있었다. 금요미사가 일요일에 거행된 이유는 송년 감사미사를 겸하며 더 많은 공동체 성원이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미사가 열린 전·진·상센터는 한때 예수살이
오늘부터 격월 세 번째 월요일에 '길, 산, 사람, 강'을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활동가로서 길 위에서, 세상 안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어 갑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오현화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저녁 어스름에 막내를 데리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건널목 건너편에 누군가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어찌나 크게 울부짖고 있는지 그 소리가 길 건너까지도 쨍쨍하게 들렸다. 꺼이꺼이 우는 소리를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겁이 덜컥 났다. 저만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난동을 부리면 어쩌나 지레짐
2024년에도 매달 두 번째 목요일에 '장영식의 포토에세이'를 이어 갑니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 선택하며, 그들의 외침을 우리 삶의 자리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집필해 주신 장영식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해마다 12월이면 행복한공부방을 위해 김장을 해주던 단체가 있습니다. 부산 전포동에 있는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입니다. 이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담궜던 김치는 행복한공부방을 이용하는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맛난 저녁 반찬이었습니다.올해도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이 행복한공부방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어르신일자리’로
오늘부터 매달 첫 번째 목요일에 '마음 다해 오늘을(내 삶을 구해야 지구도 구할 수 있다)'을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농부로 살고 있는 엄마가 아들에게, 아들 또래 십 대 친구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을 어떻게 먹게 할지 질문하며, 논밭 숲에 뿌리를 둔 이야기를 나눕니다. 집필을 맡아 주신 정청라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새 연재를 시작하며]사방천지에 불안과 불편이 미세먼지처럼 뿌옇게 깔린 것만 같은 나날이다. 하늘은 저렇게 높은데, 나무는 이렇게 듬직한데, 막 태어난 강아지들은 한없이 귀엽기만 한
오늘부터 매달 첫 번째 화요일에 '회사원과 사회교리 실천'을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현대 자본주의의 근간인 회사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가톨릭 사회교리의 의미와 실천 방법을 개인 경험에 비추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집필해 주신 조은기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펴낸 "간추린 사회교리"는 서문과 본문만 해도 400페이지를 넘어선다. 분명히 중요한 점만을 골라 간략하게 간추렸을 텐데,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너무 많다. 다행히 젊은이들을 위해 쓴 사회교리서 "DOCAT"(무엇을 해야 합
오늘부터 매달 첫 번째 월요일에 다섯 가톨릭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각 2회, 총 10회 연재합니다. 첫 번째로 세계 교회에서 본 젊은이와 새 평신도 사도직에 대해 이야기를 전합니다. 집필해 주신 이주현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교회는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완성된 상태가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교회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곧 교회이며, 그렇기 때문에 함께 공동체를 일궈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에게 맡겨진 소명에 따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경
장성(長城)을 지나자 기온은 이내 4도가 떨어졌다. 낮 기온 영하 2도. 창밖 풍경은 곳곳이 눈밭이다. 북경 칭허(淸河)역에서 장자커우(張家口) 총리(崇禮)역까지는 한 시간 반의 여정이다. 총리에는 스키장과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북경 동계올림픽을 위한 시설이다. 그 덕에 북경 시내에서 총리까지 고속철도가 깔렸다. 열차의 속도만큼이나 쾌적한 이동이 된 것이다.원래 그곳은 칼바람 몰아치는 만리장성 깊은 고갯마루였다. 몽골 초원 지대와 거친 벌판으로 나아가던 길목이었다. 옛사람들에겐 꽤나 고된 길이었다. 그 길 언저리에 서만자촌(西灣子
‘서울의 봄’이라는 용어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월 26일 직후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소장이 군부를 장악하여 12월 12일에 군사반란을 일으킨 후,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를 실질적으로 통치하였고,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한 8개월의 기간을 뜻한다. 18년을 통치한 독재자의 사망, 쿠데타로 인한 신군부 등장, 수많은 시민 희생자가 생긴 비극의 8개월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바꿔 놓은 결정적 시기다. 이 비극을 다시 돌려놓은 것은 그 후 7년이 지난 1987년의 일이다.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