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안 성가 3 - 마종기 중세기의 낡고 어두운 수도원에서 듣던 그 많은 총각들의 화음의 기도가 높은 천장을 열고 하늘을 만든다. 하늘 속에 몇 송이 연한 꽃을 피운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멀고 하염없었다. 전생의 예감을 이끌고 긴 차표를 끊는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을 빠져나와 빈 강촌의 햇살 눈부신 둑길을 지난다. 미루나무가 춤추고 벌레들이 작게
시간을 다투는 일인지라 급히 서둘러 하고 있지만 컴퓨터가 도움이 안 된다. 멈추고 에러나고 ...... 그 와중에도 가슴 콩당 거리며 서두른다. 냄비에 라면 반쪽을 끓여 김치와 밥 한 숱 가락을 넣고 섞은 다음 손에 들고 허겁지겁 먹으며 일을 마무리했다. 문서를 이메일로 알리고 학원 가기위해 버스를 타러 달려 나간다. 여느 때보다 40분 늦게 출발하여 마음
초죽음이 되어 혼자서 돌아온 요하임을 보고 제자들이 모두 놀랐다. 시몬이 그를 부축하여 유다에게 데려 왔다. 요하임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요한 선생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미리 매복하고 있던 헤로데의 살수로 보이는 놈들에게 당했네. 미가야는 그들의 칼에 맞아 죽었고 나 혼자 살아서 겨우 도망 왔네’ 제자들이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
한 달이 넘도록 요한에게서 기별이 없었다. 유다가 여러 경로를 통해 옥중의 요한을 면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자들도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자들끼리 모여 논의 할 때 서로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각자의 주장을 하는 일도 잦아졌다. 그 중 가장 큰 논쟁은 요한의 후계자를 정해 요한이 하던 대로 요르단 강으로 찾아온 사람들에
백년송 -천주교대구교구설정백주년- - 박춘식 신나뭇골에 피어오른 작은 불꽃이 새방골 진달래에 옮겨붙으면서 백년 세월 거룩한 부활 아침을 노래하였다 이제는 진달래 불꽃이 모든 고을에서 기도로 피어난다 흙먼지 잠재우며 쏟아진 하늘 소낙비 실뿌리 되어 땅 속 백 년 깊이 스며들다가 관덕정 아미산 바위틈으로 솟아올라, 지금 흘러넘치는 샘물로 금호강을 껴안고 있다
우리 동네에도 몇 가정에서는 소나 돼지를 살처분을 이미 하였다. 자식같은 소를 살처분하였으니 그 농가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위로할 길이 없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말이 살처분이지 홀로코스트 즉 학살이다. 우리는 자살, 동족살해, 대량학살을 저질렀고, 그 다음에는 지구의 생명체를 죽이고 지구자체를 죽이지는 않지만 심각한 붕괴를 가져오는 생물종의 학살bio
영의 세계와 카리스마 현대의 지성인일수록 일상 너머의 세계, 즉 영의 세계에 대해서는 경시 내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대인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영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물질계가 전부가 아니라, 그 근거가 되는 제2의 세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 세계가 이 세계보다 더 생생한 실재였다. 세계를 그렇게 믿으면서 그 세계를 경험하고 표현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하기 전 하느님 맛들이기 시간을 갖는다. 즉 하느님을 만나는 훈련을 한다. 이유인 즉은, 위로와 평화를 얻기 위해 종교를 찾아온 그들에게 하느님을 만나는 입문인 교리가 너무 어렵고, 교회의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생소한 단어들이 중년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까다롭다. 교리는 아직 몰라도 그들에게 그에 합당한 만남이
헤로데의 결정은 유다가 예상했던 것보다 의외로 빨랐다. 헤로데의 병사들이 오후 정오를 막 넘겨서 요르단 강에 밀어 닥쳤다. 먼저 기병들이 모래 둔덕에 멈추어 섰고 그 앞으로 창을 쥔 보병들이 좌우로 빙 둘러섰다. 부대장인 듯한 두꺼운 갑옷을 입은 사내가 말에서 내려 투구를 벗어들고 요한에게 걸어왔다. 숲에서 내려다보던 사람들 중에 누군가 외쳤다. &lsqu
요르단 강에 요한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스무 날 째, 이른 아침이었다. 제자들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선생님이 오셨다’ 제자들이 여기저기에서 모두 달려 나와 요한의 모습을 찾았다. 희뿌옇게 밝아오는 동녘 하늘을 향해 아파스 바위 위에 고요히 앉아있는 요한의 모습이 보였다. 숲 속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요르단 강도 주인에게
당신의 눈 앞에서-새해에-이정우 주님, 당신의 눈 앞에서 저희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어 올 새해엔 더욱 더 정직하고도 용기있게 살고 싶습니다. 주님, 당신의 가슴 앞에서 저희 사랑을 다시금 시작하여 올 한 해엔 한층 더 기쁘고도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하오나, 주님, 당신의 은총에 힘입어 저희 생애를 진실되이 봉헌하며 이 세상에서 오로지 참된 생명으로 살아
나는 그래서... 사랑하고 그분은 그래도... 사랑하시고 -조희선 ‘차이’ 빙앤두잉, 잘 살기 세상을 살면서 ‘돈벌이’란 꼭 필요한 것이면서 참으로 비루한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헐렁한 바람을 가슴팍에 맞이하는 것이면서 때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입니다. 목숨 걸고 달라붙어야 하는 것이면서 내처 두어야 뒤따라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욕심처럼 손에 쥐기 어렵
내린 눈이 저녁이 되자 코팅을 해 놓은 듯 어름 판이 되었다. 벌러덩! 팔차선 도로 한가운데서 수녀가 멋지게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달리기 경주라도 하는 듯 자동차들은 신호대기에 서있고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행단 보도의 푸른 신호가 깜빡 깜빡하며 일곱 여섯 다섯 넷 ... 달릴 준비를 하고 도로의 앞면만 노려보고 있는 차량들 앞에서 앗! 벌러덩! 꽈당
폭염 속에서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사해에서 가져온 붉은 흙을 물에 개어 발라주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쓰리다고 고통스러워했지만 두어 시각이 지나면 금방 괜찮아졌다. 흙을 바른 후 하루나 이틀정도 기다렸다가 요르단 강에 내려가 피부에 굳은 흙을 물에 불려서 닦아냈다. 이렇게 두세 차례쯤 계속하면 곪은 상처 부위가 고들고들해 지면서 새살이 차올라 대부분
한 해의 끝에 서서 - 십자가 54 --홍윤숙 12월 벽에 걸린 마지막 달력이 천근의 무게로 나를 누른다 어디를 어떻게 걸어왔는가 무거운 행낭 잠시 내려놓고 부르튼 손발 묵연히 굽어보는 그대의 등에서 바람이 불고 걸어온 한 해의 노을이 진다 세상에 진 빚 못다 부린 짐 시름 근심 미움 사랑 그냥 그대로 가슴에 담아 지고 다시 떠나야 할 오늘은 왜 이리 발밑
한 여름의 땡볕이 지상의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듯이 쏟아져 한번 달구어진 대지는 밤이 깊어도 식지 않은 채 숲속은 사람들이 흘리는 끈적끈적한 땀으로 가득했다. 요한은 꼬박 일주일째 요르단강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숲 언덕 너머 광야의 끝자락까지 걷고 있을 것이라고 유다가 말했다. 무엇인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요한은 항상 광야의 끝에 다녀오곤 했
며칠 동안 아무도 그이를 보지 못했다. 가끔 카루라와 유다 그리고 안드레아가 잠깐 다녀갔을 뿐 그이는 도저히 움막을 벗어나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밤이 깊었는지 숲속은 그이의 마음속을 빼 놓고는 온통 고요했다. 때때로 어둠은 억압하듯이 고요를 강제했다. 그이의 마음과 몸은 넝마처럼 낡아가고 있었다.당신은 항상 제 안에 계시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라고 주님께서 말씀 하신다. 그것도 세상 끝날 까지 나와 함께 우리와 함께 계셔주시겠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주님께서 선물로 우리에게 다시 오신다. 우리는 그 선물을 기다리고 있다. 곧 다가오는 그 기쁨의 날을 잘 맞이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잘 해야겠다.. 한 사람을, 한 사건을, 한 축일을
올해의 성탄-김남조 크리스마스는 등불을 들고 성당에도 가지만 자욱한 안개를 헤쳐 서먹해진 제 영혼을 살피는 날이다 유서를 쓰고 거기에 서명을 하듯, 한 줄의 시를 마지막인 양 적어보는 날이다 어리석고 뜨거운 나여 만월 같은 연모라도 품는다면 배덕의 정사쯤 어이없이 저지르고 말 그리고 외롭고 맹목일 열에 내 두뇌를 까맣게 태워가고 있다 하여 크리스마스는 석양
다음 날. 그이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강물에 몸을 씻고 숲 언덕을 올랐다. 강에서 뿜어낸 새벽안개가 숲 속에 가득했다. 눈 감고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길머리를 안개 때문에 몇 번이나 놓쳤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거듭했다. 길인 듯이, 혹은 길도 아닌 곳을 헤치며 겨우 산등성이 작은 바위에 도착했다. 그이는 오늘도 해 뜨는 쪽을 바라고 앉아서 수없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