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보았듯이, 로마의 지배 하에 있던 유대인들, 특히 유대교 지도자들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거룩’의 에토스를 지키고자 했다. ‘거룩’은 부정한 것으로부터, 즉 거룩을 더럽히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했다. 그러다보니 정결-부정, 성-속, 유대인-이방인, 의인-죄인 도식이 팽배
밤공기가 싸늘했다. 저 상현달이 무덤정원의 서쪽 언덕으로 들어가려면 아직도 두어 뼘이 더 남았다. 그이와 함께 했던 지난 몇 년이 오늘 하루 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두어 발짝 뒤로 걸어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갈겼다. 오줌이 뚝 멈추면서 몸이 후드득 떨렸다. 다시 건초위에 쭈그리고 앉아 신발 끈을 조여 맸다. 저 달이 떨어지면 금
네메세키 교수의 분류대로라면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선배가 있다. 그녀는 ‘급진적 그리스도인’이었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노동사목에 종사하면서 ‘자발적 가난’을 통하여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의 처지에 가슴아파하면서, 복음적 요청 그대로 살려고 애를 써왔다. 그가 자신을 송두리째 세상과 인간을 위하여 ‘가
가버나움에 마련한 집은 사실상 거의 비어있다시피 했다. 그이와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밖으로 돌았다. 가장 먼저 그이는 하틴의 뿔이라고 부르는 카르네산 좁은 계곡에 유폐시켜 놓은 문둥병 환자들을 찾았다. 일반 사람들도 그 계곡 앞은 무서워서 발걸음을 하지 못했고 계곡에 움막을 짓고 숨어사는 환자들도 사람들이 무서워 계곡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박춘식 아기를 가진 엄마는 젖먹이를 한 순간도 잊지 않습니다 아기를 잠시 방에 두고 부엌에 있어도 엄마는 아기와 함께 있습니다 머리에 아기가 항상 웃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아기가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가슴에 아기가 늘 안겨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보다 더 무서운 사랑 주님의 품입니다 그 사랑의 정도를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이렇게
교회가 세상 속에서 대안적 가치를 잃어버릴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앞서 언급했던 ‘개인적 그리스도인’의 출현이다. 더 이상 교회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느낀 진지한 신앙인들은 ‘복음적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사랑은 ‘무한한’ 에너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주님, 당신께서는 매 맞으심에도 아름다웠고 십자가에 못 박힘에도 아름다웠고 돌아가시어 무덤에 묻히심도 아름다웠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당신이 사랑 자체이시기 때문에 그리도 아름다웠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당신처럼 사랑에 죽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당신의 말씀을 듣고 너무도 놀랐었습니다. “나를 위해 죽을 수 있느냐?&rd
유다는 달리듯이 걸었다. 그의 급한 마음 때문에 갈릴리해 까지 가는 내내 예수의 발걸음보다 항상 열 걸음쯤 앞서서 걸었다. 유다가 그이에게 무엇인가를 물을 때는 꼭 열 걸음을 기다려야 했다.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예수는 가을 푸른 하늘처럼 활짝 웃기만 했다.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유다
유다는 움막 뒤쪽 숲 그늘에 앉아서 그이를 기다렸다. 그이를 두어 달 만에 만나는 것일까. 가슴이 뛰었다. 해가 서쪽 산마루에 들려면 아직도 반나절은 더 기다려야 했다. 그이는 어디를 갔을까. 움막에 보따리가 있는 것으로 봐서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이를 기다리며 앉아있던 유다는 결심했다는 듯이 일어나 숲에서 나무를 베어왔다. 그이
사순절 고백 -홍윤숙 사순절 지키지 못한 죄 제가 압니다 금식도 금육도 마음뿐이고 십자가의 길 한 번 제대로 묵상하지 못하고 밤이면 부질없는 세상의 시름 번뇌로 잠 못 듭니다 잠들게 하소서 잠들게 하소서 빌어보지만 애원도 약도 소용없는 밤 주(主)보다 주(酒)의 힘 빌리고자 포도주 몇 잔 털어마시니 주(主)보다 주(酒)가 그리 쉽고 빠르더이다 진실로 말씀은
어둠이 내렸다. 새들도 모두 숲속에 깃들었는지 가을 풀벌레 소리와 요르단 강이 굽이치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자연의 소리는 금방 자연으로 돌아가 그 품에 안겨 잠들어버렸다. 모든 소리가 깊은 잠에 들었다. 자신의 숨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없는 세상은 죽음일까. 집을 나선 이후로 그이는 많은 죽음을 보았다. 죽음 이후엔 맨
나라와 나라,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과 하느님, 이웃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모든 피조물이 우정을 맺는 사랑의 관계 안에서 성취되는 아름다운 일입니다.
예전에 어느 일간지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읽은 기억이 난다. 최근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수 년 전에 무주에 있는 대안고등학교에서 한동안 ‘종교와 사회’라는 과목을 맡아서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종교-사회적 의식
간절한 기도-박춘식 거만한 모습으로 안 보인다면 어둡고 맥빠진 얼굴이라도 좋습니다 오만한 냄새가 묻어나지 않는다면 답답하고 차가운 인상이라도 흡족합니다 제 얼굴이 많은 허물로 텁지근하지만 겸손의 그림자가 한 줄이라도 분명이 비친다면 또 겸양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주님 그것으로 넉넉합니다 그것으로 감사합니다 어머니하느님,박춘식,미루나
그이는 아침 햇살을 온몸에 가득 안고 길릴리 호숫가의 해안 길을 따라 걸었다. 이토록 발걸음이 가벼운 것에 그이 자신도 깜짝 놀랐다. 머릿속엔 그녀와 함께 보낸 지난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다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뛰었다. 마음은 지난밤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지워버리려고 애를 썼으나 몸은 자꾸만 그녀의 도톰한 입술과 하
마커스 보그(Marcus J. Borg)는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 교수이고, 역사적 예수를 탐구하는 ‘예수 세미나’의 대표적 성서학자이다. 그의 글은 쉬우면서 학문적 양심에 솔직하고, 신앙의 성숙을 향한 열정도 담겨 있다. 교회에서의 가르침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를 떠났다가 20여년만에 돌아와 지성적 신앙생활이 가능
작은 등잔 불빛이 방을 조가비 속처럼 아늑하게 만들었다. 등잔 받침대에 조각된 부엉이의 큰 눈이 반짝거렸다. 저 미네르바 부엉이가 밤하늘을 날며 사람들이 밤새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한 마디도 남김없이 지혜의 여신 아데나에게 고해바친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엿들으러 미네르바
1970년대 가톨릭신자의 5가지 유형 1975년에 초판이 발행되었으니까, 한국교회를 위해 번역된 지 벌써 30년을 훌쩍 넘긴 책이 한 권 있다. ‘희망을 갖기 위하여’란 부제가 붙은 (분도출판사)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일본 상지대 신학교수였던 네메세키가 지은 것으로 지금 다시 읽어도 생생한 맛이 더욱 살아나
. 일상.단상.상상. 2011/03/20 16:14 http://blog.naver.com/jeuni1996/130105134754 지금 일본 정부가 눈 앞에 닥친 작업들의 성과 여부에 급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국민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가끔 의식있는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언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 미토오시(見通し:전망)가
동쪽 하늘이 열리자마자 그는 갈릴리해를 내려다보면서 길을 내려왔다. 밤새 불던 거센 바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멀리 갈릴리의 수도 티베리아의 하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헤로데 안티파스가 로마황제 티베리우스의 이름을 붙여 건설한 도시였다. 헤로데 대제가 자신의 세 아들에게 유대 땅을 삼등분하여 나누어주었지만 로마는 헤로데 안티파스만을 인정했다. 권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