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상 앞에서 -유안진 눈발이 굵은 오후에는 그리워지는 성모님 구하는 것 없이 찾아왔습니다 제 인생의 오후는 오늘처럼 내내 소원이 없게 하소서 아무런 까닭 없이 당신이 보고 싶어지는 그 이유만으로 문득문득 찾아와 우러르게 하소서. 나그네 달빛, 유안진시집, 신원문화사마음이 일렁거릴 때 그리고 일상을 벗어나 어디 가서 좀 편하게 앉고 싶을
수비대장이 관저 수비대 병사들 중에서 이십여 명의 용병들을 뽑아 대기 시켜놓고 기다렸다. 모두 투구를 벗고 왼쪽 팔의 파란 견장 띠를 벗으니 마치 대사제 가야파의 사병들처럼 보였다. 로마 군호가 새겨진 칼은 내려놓고 모두 쇠뭉치와 작은 칼로 무장했다. 내가 아직 시간이 이르다며 목이 마르니 술을 내오라고 했다. 수비대장이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은 술병
나는 밤에 그이가 머무르고 있는 마르타의 집으로 갔다. 그이가 마르타 자매들과 막달의 마리아 그리고 몇 명의 형제들과 막 저녁 식사를 끝내고 쉬고 있었다. 그이와 나는 따로 뒤뜰로 나왔다. 막달의 마리아도 그이의 뒤를 따라 나왔다. 상현달이 벌써 정중을 하고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작은 의자를 두 개 가져와서 그이가 앉고 두어 발짝 떨어져 내가 의자에
뉴에이지 운동이나 정신세계 운동에 포섭될 수 있는 범위는 대단히 넓다. 이른바 ‘우주적’영성이라는 관점은 기성관념에 지친 이들의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문화, 예술, 종교, 정치,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영성운동은 ‘조직’을 요청하지 않기 때문에, 형식적인 종교-정
오월의 청향(淸香)- 박춘식 마리아는 하느님의 숨결 마리아는 우주의 가슴 마리아는 사계절의 빛살 엿새 동안 우주를 만드신 하느님이 그 다음 날 쉬시면서 뭔가 부족한듯 골똘히 생각하다가 여드렛날 아리따운 한 낭자를 빚었습니다 만약 만약 이 세상이 더러워질 경우 세상을 새롭게 예쁘게 꾸밀 수 있는 도우미가 꼭 있어야 하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하느님은 종일 두 손
‘총대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은 대성공이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모든 일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었다. 그이도 우리 제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를 신뢰하고 그것에 맞추어 말을 하고 행동을 했다. 첫날 성전에 들려 성전마당의 장사꾼들의 상을 엎기 전에 그이는 우리들에게 귓속말로 잠깐 문제를 제기했다. ‘성전
56. 다음날, 나단을 페레아의 랍비 바리야에게 급히 보내 그의 모든 제자들을 예루살렘으로 동원해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그리고 야고보와 나타나엘은 예루살렘 인근의 양심적인 랍비들을 찾아 설득하여 이번 유월절행사가 작년과 같이 피바람으로 끝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읍소했다. 예리고 3차 회동에서 열을 올렸던 예루살렘의 젊은 랍비 베냐민
내가 무엇을 갈망하고 무엇에 열려있느냐에 따라서 주어지는 것이 다르다.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쫒아 다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된다. 현재에 충실하자 이미 목적지에 다 와있다. * 임의노래: 7집 7트랙 우리의 소망 영원한 사제 마리아의 딸(MARIANIST)수도회 김종옥(카타리나)수녀
지금 신영성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인지 헛갈리는 분들을 위하여 먼저 한국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가 밝힌 신영성 운동에 대하여 규정한 내용을 간략히 알려주는 게 도리일 것 같다. 신앙교리위원회에서는 신영성 운동을 서양에서 시작된 뉴에이지 운동, 일본에서 시작된 정신세계 운동, 기(氣)수련 운동으로 분류한다. 뉴에이지 운동은
부활날 아침 -이정우 그대 못자국난 손이 저희의 야윈 뺨을 만집니까. 생명의 주여, 오늘이 바로 부활날일 줄을 밤새 저희는 미처 몰랐습니다. 이 눈부신 아침 물가에서 그대를 다시 뵈온 저희는 말없이 그냥 울고만 싶습니다. 주여, 이젠 더욱 불쌍히 여기심으로도 사흘 전 피흘리시던 그대의 발에 저희 메마른 입술을 대게 하소서. 앉은뱅이 꽃의
나는 제3차 회동일에 맞추어 큰야고보와 나단과 함께 예리고의 랍비 므나헴의 사숙에 도착했다. 올해 유월절행사에 관한 회동 장소는 랍비 므나헴 사숙이었다. 이미 회동시간이 한참을 지나 저녁 무렵이 되어도 페레아에서 온 랍비와 예루살렘 인근의 랍비, 그리고 사해의 광야에서 온 사람과 우리를 모두 합해도 채 10명이 되지 않았다. 회동을 알리는 전통을 받은 조직
사실 그이는 두어 달 전부터 무엇인가 바쁘게 자신의 마음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가끔 혼잣말처럼 때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고 했다. 제자들을 두 명씩 짝을 지어 전도를 내 보내면서 아무래도 미덥지 않는지 열 번도 더 반복해서 우리들이 마을에 들어서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할 것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지난날 하로드 계곡에서 몇 조로 나뉘어 그곳 주
교회의 처지로 볼 때, ‘개인적 그리스도인’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일지 모른다. 그들은 기존의 제도권 교회에 대하여 불만을 갖고 교회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길 원하지만, 교회의 사목적 관행과 교회문화의 변화, 그리고 영적 개혁과 복음적 진정성이 회복된다면 언제든지 교회 지도부의 용기있는 행동과 교회를 끝내 포기하지 않으시는 성령의 은혜에
가시관과 보혈-김남조 옷은 제비뽑아 나눴으되 머리의 가시관이 남았더니라 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신포도주와 초를 먹이고 창으로 찔러 피와 물이 흐를 때도 가시관이 내 살에 박혔더니라 나를 무덤에 옮겨 베를 감아 뉘인 다음 돌문을 닫을 때 빛 한 줄기가 가락지처럼 감싸는 가시관이 있었노라 가시마다 피가 맺혔었노라 그로부터 오늘까지 내 사랑은 가시관을 쓰노라 너
유난히도 물을 마시지 않는 후배수녀가 있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여 생기는 불편한 현상들로 힘겨움을 호소한다. 그리하여 처방을 내려주고 잘 지킬 수 있는 비법도 알려주었다. 처방은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고 비법은 마음의 꽃밭에 물을 준다고 생각하며 물을 마시는 것이다. 그렇게 물을 마시노라면 마음의 꽃밭을 관리하는 정원사가 되고 몸도 마음도 정신도 촉촉해진다
나는 수레를 끌고 거침없이 달렸다. 예루살렘을 한달음에 벗어나서 이미 새벽이 되기 전에 베다니의 외곽을 돌아 예리고로 향하는 샛길을 잡았다. 좁은 산길을 달리면서 외짝바퀴 수레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숲속 샛길에 드니 비로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수레의 양쪽 손잡이에 천을 묶어 목 뒤로 걸었던 까닭에 목덜미는 벌써 물집이 터져 쓰라렸다. 나는 달리
지난 번 보았듯이, 로마의 지배 하에 있던 유대인들, 특히 유대교 지도자들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거룩’의 에토스를 지키고자 했다. ‘거룩’은 부정한 것으로부터, 즉 거룩을 더럽히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했다. 그러다보니 정결-부정, 성-속, 유대인-이방인, 의인-죄인 도식이 팽배
밤공기가 싸늘했다. 저 상현달이 무덤정원의 서쪽 언덕으로 들어가려면 아직도 두어 뼘이 더 남았다. 그이와 함께 했던 지난 몇 년이 오늘 하루 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두어 발짝 뒤로 걸어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갈겼다. 오줌이 뚝 멈추면서 몸이 후드득 떨렸다. 다시 건초위에 쭈그리고 앉아 신발 끈을 조여 맸다. 저 달이 떨어지면 금
네메세키 교수의 분류대로라면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선배가 있다. 그녀는 ‘급진적 그리스도인’이었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노동사목에 종사하면서 ‘자발적 가난’을 통하여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의 처지에 가슴아파하면서, 복음적 요청 그대로 살려고 애를 써왔다. 그가 자신을 송두리째 세상과 인간을 위하여 ‘가
가버나움에 마련한 집은 사실상 거의 비어있다시피 했다. 그이와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밖으로 돌았다. 가장 먼저 그이는 하틴의 뿔이라고 부르는 카르네산 좁은 계곡에 유폐시켜 놓은 문둥병 환자들을 찾았다. 일반 사람들도 그 계곡 앞은 무서워서 발걸음을 하지 못했고 계곡에 움막을 짓고 숨어사는 환자들도 사람들이 무서워 계곡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