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오늘은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입니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과 해일 그리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폭발의 참사는 지구별의 큰 충격이었고, 재앙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후쿠시마는 죽음의 땅이 되었고, 지구별 곳곳에서 탈핵을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창당되었고,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통해 ‘탈핵’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습니다.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부’를 선언했습니다.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윤보다 안전을 외쳤습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문명사적 전환은 되돌릴 수
개구리 합창단의 노랫소리가 골짜기를 가득 메운다. 저 멀리 산자락에서는 물안개가 신비롭게 피어오른다. 제비꽃이 피었다. 보들이 매화나무에서는 꽃송이들이 벙긋벙긋 웃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우 서너 송이 꽃을 간신히 피워 내던 홍매화도 꽃망울을 많이 매달았다. 달래가 통통해지고 있고, 산지구엽초와 방아도 짜잔 하듯이 소담스런 새싹 다발을 밀어올렸다. 밀은 더 덥수룩해지고 보리도 다울이 머리카락만큼이나 뾰족뾰족 자랐다....이상은 비 온 다음 날 푹신푹신한 땅을 밟고 살금살금 돌아다니며 내가 만난 봄이다. 봄을 찾아다니는 시간은
1년을 기다린 영화다. 이 영화 '미나리'를 지난해 1월에 열린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처음 들었다. 미드 '워킹 데드'로 유명해진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은 '옥자'와 '버닝'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하며 익숙해졌는데, 한국인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에서 연기한다고 하니, 낯설지는 않았다. 한국말 제목 ‘미나리’는 포스터만 봐도 어느 보통 재미교포 가족의 흔한 미국 정착기일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선댄스에서 이 영화는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필자는 ‘관객상’에 꽂혔다. 선댄스 대상보다 관객상에 더 눈길이 간 것은, 역대 선댄
부산 신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2021년 2월 28일자로 전원 해고됐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대학본부 로비에서 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모든 것이 ‘코로나19’가 이유입니다. 코로나로 학교 경영이 어렵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대면 강의보다 비대면 강의가 많았지만,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은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21년 교직원들의 임금은 인상됐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용역 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되고, 집단 해고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현상에도 국
우리는 고통스러운 감정이 우리를 짓누를 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모른다.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처럼 간단하지도 않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늘 일상 안에서 지속되는 감정, 예를 들면, 기쁨과 슬픔, 고통과 외로움처럼 우리 삶에 호흡처럼 붙어 있는 감정에 대해 왜 우리는 서로 배우거나 알려주지 않을까. 해서 매번 고통스러운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는 좌절한다. 고통스러운 감정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가 감정을 처리할 더 나은 방법을 몰라서이거나 다른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상황이 더 악
예전의 나는 분명히 욜라 즐거운 육아일기를 썼다. 실은 매우 괴로운 처지를 반어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아이를 셋 키우게 되었는데 아이는 내 인생의 침입자라고 해도 맞는 말이었다. 순화하면 손님 정도일까. 물론 미화하면 선물이나 축복이 된다. 선물이나 축복이면 답이 없고, 손님이라고 해도 그 손님은 새로운 세상이 태어난 것이라서 자기 생각밖에 안 한다. 저 밖에 없다. 나를 변방으로 밀어내고 주인이 되고자 한다. 그 손님 눈치를 보고 쩔쩔매다 주인 자리를 내주어야 하나 고민도 했고, 다 함께 잘 살아 보자고 평화협정을
저녁을 먹고 난 이후 한두 시간은 우리 집 세 아이가 가장 업(!) 되는 시간이다. 놀라울 정도로 셋이 한마음이 되어 신나게 까분다. 고래고래 노래 부르기, 정신이 나간 듯이 춤추기, 즉석 연극 공연, 베개 싸움, 누가누가 가장 우스꽝스러울까 패션쇼.... 이 시간대엔 폭소를 유발하는 호르몬이라도 흐르는 건지 별것 아닌 일로도 온몸으로 웃어 대고, 서로를 웃기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호들갑스러운 몸짓과 소리를 내면서 보는 사람이 질색하도록 놀고 또 논다. 하지만 나에게는 상기된 아이들을 제압할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자,
백기완 선생님의 부고 소식이 잠을 깨웠습니다. 이미 병상에서 위중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기에 긴 이별의 소식을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선생님이 병중에서도 “김미숙 힘내라” “김진숙 힘내라”라는 말씀을 남겼다는 이야기는 아름다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에서도 동국제강에서 한 노동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전포복지관 사회복지 노동자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모두 부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식입니다.문정현 신부님은 “한국에서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산재”라고 말했습니다. 1년 동안 코로나19로 죽
2020년 12월 30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청와대까지 걷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처음엔 호포역에서부터 세 명으로 시작한 ‘희망뚜벅이’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85호 크레인 고공 농성 때 ‘스머프’로 알려졌던 빛바랜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원동역까지 걷는 길에는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불었던지 한 걸음을 떼어 놓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손에는 동그란 하얀 부채가 있었습니다. 그 부채 한쪽에는 “한진중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기대가 컸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과 의지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약속과 의지는 원망과 증오와 원한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사람들은 말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성과’를 강조했고, 정치권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에도 성장과 개발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환시대를 맞아 전환의 언어가 생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토건개발 공약이 난무하
“성직자의 의무”, 암브로시우스, 최원오 옮김, 아카넷, 2020밀라노의 주교 성 암브로시우스(암브로시오, 334-397)가 성직자 양성을 위해 쓴 책, 성직자로서 갖춰야 할 품성과 덕행을 제시했지만, 성직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암브로시우스는 성경에 바탕을 둔 보편적 그리스도교 윤리 규범을 세우기 위해 “성직자의 의무”(원제: De officiis ministrorum, 성직자에 대하여)를 썼다. ‘최초의 그리스도교 윤리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 책은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분배 정의, 공동선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신학적 해석이며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사람들을 만납니다. 무슨 인연일까요. 길 위의 사람들은 모두 빚진 사람입니다. 시대의 부채감과 책임감을 안고 길 위를 걷고 있습니다.길 위를 달려오는 사람들은 떨리는 가슴을 안고 달려옵니다. 김 지도도 떨리는 가슴으로 길 위를 달려오는 이들을 맞습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에서 달려온 사람들이 길 위에서 인사를 나눕니다. 안부를 나눕니다.김 지도가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걷는 첫 길에서부터 함께했던 차해도 전 지회장은 김진숙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첫 단어는
해가 제법 길어졌음에도 하루가 무척 짧게 느껴진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지 놀기 좋아하는 우리집 아이들,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면 소란스럽게 부엌 문을 열고 들어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벌써 밤이라니!“(다랑)“맞아,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지?“(다나)“재밌게 놀 때는 시간이 더 빨리 간다니까.“(다랑)“맞아, 왜 그럴까?“(다나)손발이 척척 맞는 짝꿍처럼 다랑이가 선창을 하면 다나는 후창을 하고, 두 아이는 차려 놓은 저녁 밥상 앞에서 슬금슬금 반찬을 집어 먹느라 바쁘다. 근데 다울이가 너무 조용하다. 다울이는 어디 간
이 글을 준비하면서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건 꿈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꿈을 꾸지 않은 시기는 없었다. 꿈을 꿨기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혹독한 시련의 시기, 모든 것을 다 놓고 싶었던 어둔 밤에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직업과 자유를 위한 행진에서 한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은 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자매)형
김진숙 지도위원은 작년 12월 30일부터 부산 호포역에서 출발하여 청와대까지 걷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2011년 85호 크레인 고공 농성 투쟁 때 입었던 빛바랜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걷고 있습니다. 그이는 영원한 ‘한진지회 조합원’이기 때문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희망뚜벅이' 행진을 자신의 해고와 복직 문제를 넘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고용 안정 없는 한진중공업 매각 반대'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걷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비록 이 행진 기간에 삶을 마친다고 해도 후회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