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유목적 생활을 선택한 한 여자의 행적을 따라가는 이 영화를 기존 극영화를 감상하는 습관대로 대할 때 낭패를 보게 된다. 의지가 강한 주인공이 자신에게 던져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온갖 장애물을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다가 극단적인 힘겨운 상황을 뛰어넘어 결국은 승리하는 서사. 그리하여 내면적 성장을 경험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흔히 보아 오던 주류 영화 스타일이다. 그래서 유목민의 땅을 의미하는 ‘노매드랜드’는 어쩌면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다.그런데도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 골든글로브 작품상, 영국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하여
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있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4월 13일 오전 내각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때 발생했던 수많은 핵종에 피폭된 방사능 오염수를 2023년부터 바다로 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25만 톤이 넘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에는 미국과 IAEA가 묵인 또는 지지하고 있습니다.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핵반응로는 갑자기 폭발했기 때문에 다양한 핵종들이 물속에 섞여 있습니다. 특히 스트론튬 90은 특이하게도 뼈를 좋아하는 핵종입니다. 스트론튬 90은 뼈를 따라다닙니다. 사람의 골격과 갈비뼈, 척추와 두개골 등에 큰
미얀마 군부에 의한 학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망자 수가 500명이 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학살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UN 등은 군부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지 않는 공허한 성명만 내놓고 있습니다.지금 우리는 부활 대축일 축제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활 정신은 생명과 희망의 정신입니다. 부활 정신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미얀마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시간적으로도, 공
여기 전쟁에 관한 목소리들이 있다. 전쟁은 언제나 남성의 목소리, 영웅의 목소리만을 외쳤지만 오랜 세월 숨겨져 오고 감추어져 있던 여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194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자기만의 독특한 문학 장르를 만들었다. 일명 목소리 소설(Novel of Voices)로 작가 자신은 ‘소설-코러스’라고 부른다. 다년간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모은 이야기를 일반 논픽션의 형식으로 썼지만 소설처럼 읽히는 강력한 매력이 있는 다큐멘터리 산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다방면에 지식이 깊어 정조가 총애했던 인물로 유명하고, 그 집안이 천주교 관련 인사가 많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형인 정약전과 정약종은 물론이고, 이승훈, 이벽, 황사영 등이 매형, 처남, 사위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 ‘자산어보’는 정약용(류승룡 분)의 형 정약전(설경구 분)이 쓴 해양수산물 백과사전 ‘자산어보’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다.정조가 사망한 직후 순조 원년(1801년)에 천주교 탄압을 위해 단행된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사건이 터지자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동생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된
올해부터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다울이가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다. (5학년에 편입) 심지어 남몰래 유치원에 대한 환상을 키워 가고 있던 다나까지 병설 유치원 원생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거의 십삼 년 만에 홀로됨의 자유를 (낮 동안 잠깐이라도) 마주하게 된 셈이다. 이 얼마나 벅찬 변화인가. 한데 아이들 집에 없는 동안 고요히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태극권 수련도 하고.... 오만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글쎄 차 한 잔 여유 있게 마실 시간이 없다.왜냐, 하려고 들면 밭일이 너무 많고 또 다른 어떤 일보다 그
마을의 소중한 공공재인 복지관에서 2년이 넘도록 위, 수탁을 받은 재단과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14년 동안 성실하게 마을 복지를 담당하던 사회복지사가 해고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설날 명절을 앞두고 해고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해고의 사유는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복지관을 위, 수탁하고 있는 (재)그린닥터스에 의하면, 배임과 후원금 관련 부적절한 행위 그리고 업무지시 불이행과 권한 남용이라고 징계 사유를 적시하고 있습니다.(재)그린닥터스가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장권한 대행을
원래 늦잠을 자지만 일요일엔 더욱 늦잠을 잔다. 새벽녘 잠에서 깬 아이가 어스름 창을 배경으로 기도하는 엄마 모습에 안도하며 달콤한 잠에 다시 빠져드는 유년 시절을 선사하고 싶지만, 자기들보다 더 늦게까지 자는 엄마를 겨우 깨우면 기름진 얼굴, 떡진 머리, 눈꼽 낀 얼굴로 일어나곤 하는 엄마 모습이라는 추억을 선사하는 중이다. 메리와 내가 꼴찌를 다투는데 그래도 메리보다 일찍 일어난 날은 기분이 좋다. 외갓집에 가면 마당에서 나는 개 짖는 소리, 창호지를 통과해 번지는 햇살, 바깥에서 들리는 어른들의 말소리, 아궁이 불 때는 냄새에
오늘은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입니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과 해일 그리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폭발의 참사는 지구별의 큰 충격이었고, 재앙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후쿠시마는 죽음의 땅이 되었고, 지구별 곳곳에서 탈핵을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창당되었고,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통해 ‘탈핵’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습니다.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부’를 선언했습니다.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윤보다 안전을 외쳤습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문명사적 전환은 되돌릴 수
개구리 합창단의 노랫소리가 골짜기를 가득 메운다. 저 멀리 산자락에서는 물안개가 신비롭게 피어오른다. 제비꽃이 피었다. 보들이 매화나무에서는 꽃송이들이 벙긋벙긋 웃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우 서너 송이 꽃을 간신히 피워 내던 홍매화도 꽃망울을 많이 매달았다. 달래가 통통해지고 있고, 산지구엽초와 방아도 짜잔 하듯이 소담스런 새싹 다발을 밀어올렸다. 밀은 더 덥수룩해지고 보리도 다울이 머리카락만큼이나 뾰족뾰족 자랐다....이상은 비 온 다음 날 푹신푹신한 땅을 밟고 살금살금 돌아다니며 내가 만난 봄이다. 봄을 찾아다니는 시간은
1년을 기다린 영화다. 이 영화 '미나리'를 지난해 1월에 열린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처음 들었다. 미드 '워킹 데드'로 유명해진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은 '옥자'와 '버닝'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하며 익숙해졌는데, 한국인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에서 연기한다고 하니, 낯설지는 않았다. 한국말 제목 ‘미나리’는 포스터만 봐도 어느 보통 재미교포 가족의 흔한 미국 정착기일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선댄스에서 이 영화는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필자는 ‘관객상’에 꽂혔다. 선댄스 대상보다 관객상에 더 눈길이 간 것은, 역대 선댄
부산 신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2021년 2월 28일자로 전원 해고됐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대학본부 로비에서 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모든 것이 ‘코로나19’가 이유입니다. 코로나로 학교 경영이 어렵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대면 강의보다 비대면 강의가 많았지만,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은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21년 교직원들의 임금은 인상됐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용역 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되고, 집단 해고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현상에도 국
우리는 고통스러운 감정이 우리를 짓누를 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모른다.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처럼 간단하지도 않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늘 일상 안에서 지속되는 감정, 예를 들면, 기쁨과 슬픔, 고통과 외로움처럼 우리 삶에 호흡처럼 붙어 있는 감정에 대해 왜 우리는 서로 배우거나 알려주지 않을까. 해서 매번 고통스러운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는 좌절한다. 고통스러운 감정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가 감정을 처리할 더 나은 방법을 몰라서이거나 다른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상황이 더 악
예전의 나는 분명히 욜라 즐거운 육아일기를 썼다. 실은 매우 괴로운 처지를 반어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아이를 셋 키우게 되었는데 아이는 내 인생의 침입자라고 해도 맞는 말이었다. 순화하면 손님 정도일까. 물론 미화하면 선물이나 축복이 된다. 선물이나 축복이면 답이 없고, 손님이라고 해도 그 손님은 새로운 세상이 태어난 것이라서 자기 생각밖에 안 한다. 저 밖에 없다. 나를 변방으로 밀어내고 주인이 되고자 한다. 그 손님 눈치를 보고 쩔쩔매다 주인 자리를 내주어야 하나 고민도 했고, 다 함께 잘 살아 보자고 평화협정을
저녁을 먹고 난 이후 한두 시간은 우리 집 세 아이가 가장 업(!) 되는 시간이다. 놀라울 정도로 셋이 한마음이 되어 신나게 까분다. 고래고래 노래 부르기, 정신이 나간 듯이 춤추기, 즉석 연극 공연, 베개 싸움, 누가누가 가장 우스꽝스러울까 패션쇼.... 이 시간대엔 폭소를 유발하는 호르몬이라도 흐르는 건지 별것 아닌 일로도 온몸으로 웃어 대고, 서로를 웃기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호들갑스러운 몸짓과 소리를 내면서 보는 사람이 질색하도록 놀고 또 논다. 하지만 나에게는 상기된 아이들을 제압할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