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피정이라 하면, 하느님을 꼭 뵙고야 말겠다는 결연함이 있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보고 느낀 게 하나 있다면, 미국 사람들의 농땡이스러운 여유로움인 것 같다. 그게 내 눈에는 참 열심이 없는 심드렁한 모습으로 보였다. 가령 30일 이냐시오 영신 수련피정 때도 미국 친구들은 느긋하고 좀 나태해 보일 정도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뭐 절실하게 침묵을
끝으로 살펴볼 탐욕의 세번째 무늬는 전문가와 권력자를 경고하는 것인데, בצע[바차‘’]라는 낱말에서 유래한다. 이 낱말의 기본형은 직물의 끝단을 ‘잘라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직물의 끝단을 가위나 칼로 깔끔하게 마감하고 부스러기 실을 잘라버리는 행위, 또는 직물에 잘라낼 지점을 표시하여 천을 끊는 일을 의미했다.이 동사의
동녘 하늘 -박춘식새해를 앞두고 어느 아침 눈을 뜨니 주어(主語)가 사라졌다몸짓은 있는데 ‘나’가 안 보인다천사가 들고 날아갔는지계엄령 쇠바퀴에 끌려갔는지 야시 이빨이 물고 헤헤 갔는지객어(客語)들이 맥없이 방바닥에 흩어져있다 찾아 나설까 기다릴까 ‥‥‥이제는 이슬방울 같은 서술어 가득 모아동천(東天)으로 눈길을 드높인다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오늘은 성가정 축일입니다. 교회에서 성가정 축일을 거행하는 것은 나자렛 예수, 어머니 마리아와 양부 요셉이 이룬 가정을 역사적인 실제 가정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가정 축일은 그런 믿음에서 출발합니다.성가정에 대한 공경은 이미 초대교회 때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그리고 중세에 이르러 대중신심으로 확대 발전했습니다. 교회에서 성가정 공경이 전례 안으
오늘은 성가정 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1920년에 처음으로 제정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없었던 축일입니다. 19세기 말부터 출현한 유럽의 산업 사회는 인류의 기본 공동체인 가정의 가치를 훼손하였습니다. 과거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들과는 달리, 산업체의 근로자들은 가정 중심으로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생명과 사랑의 온상인 가정의 가치는 점차 손상되고, 산업
올해도 어김없이 아기 예수께서 우리 곁에 오십니다. 거리 곳곳마다 성탄 캐럴이 울리고, 교회에서도 성탄 성야미사 준비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오늘 에서는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리가 흔히 부르는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으로, 이 말의 기원은 앵글로 색슨족의 언어였던 고대
구원의 빛 -박춘식해맑은 마리아 아씨 걸음을 인도하는음표 하나 고이고이 내려옵니다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2악장의 오선 악보가유리 방울 소리로어둠살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내리계단을 만듭니다창세기를 새롭게 쓰기 시작합니다하늘 합창과 어울려 밤이슬 양떼 나무 목자 돌멩이 풀언덕을 건반 위에 가득 올려놓고 숨 가쁘게 뒤흔듭니다영원한 봄 처녀의 가슴에서해밝은 아기
도로시 데이는 여러 지역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톨릭일꾼의 집을 방문하고, 대공황으로 일어난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를 기록하고, 집회에서 강연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이 일으킨 연좌농성에서 캘리포니아의 떠돌이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도로시는 노동문제가 발생하거나 부당한 조건에 항거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그들을 도울 방도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교회 다니는 신자로서 교회 가서 ‘똑바로 하라’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개신교의 자정운동 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를 소개하자고 제안한 동료가 꺼낸 말이다. 맞는 말이다. 자기 정체성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교회의 잘못을 꾸짖고 시정을 촉구하는 것, 웬만큼 마음이 단단하지 않고서는 오래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도 점잖게 성명서 발표하고 안전
미국의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세대를 일컬어 ‘덤(dumb, 바보) 세대’라고 부른다. 대학생들조차도 정말 기가 막히게 아는 게 없어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언제 끝났는지, 몇 년이 경제 침체였는지, 윈스턴 처칠이 누구인지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그런 걸 모르는 것에 대해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한다던가하는 기색도 전혀 없다.무엇보다 교수들
오늘 복음은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한 이야기였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배려로 수태하였다는 말을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듣고, 즉시 길을 떠나 엘리사벳을 방문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리아가 ‘길을 떠나 서둘러’ 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듣는 순간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고도 말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엘리사벳의 말입니다
성탄 소나무 - 박춘식 사사건건 잔소리 사제와 불평불만 신자들이 성당 마당에 성탄 소나무를 높이 세워 큰별 양말 눈꽃 방울 나팔 전구 환하게 밝혔습니다 신자들이 사제에게 굽실거리지 않다니 기막혀술잔으로 끅끅 분풀이하는 사제이번 본당사제는 무어든 잘난 체 소리만 질러대 신자들은 못마땅한 주름살로 삐죽거렸습니다툭하면 옥신각신성탄 밤미사에 신자들이 몰려와서는 입
"의인이 망해도 그것을 마음에 두는 자가 없고, 경건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도 그 뜻을 깨닫는 자가 없다. 의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실상은 재앙을 피하여 가는 것이다." (이사야서, 57,1) 제국의 경제가, 그 시스템이 온 이스라엘을 요동치게 했습니다. 황제가 재가한 국제적 거상(巨商)들이 이 지역에도 들어왔고, 대지주들은 그와 거래하기 위해 생
오늘 복음은 세례를 받겠다는 사람들에게 세례자 요한이 요구한 회개가 무엇인지를 알립니다. 회개는 삶을 바꾸는 것입니다. 요한은 군중에게는 옷과 먹을 것을 사람들과 나누라고 권합니다. 세리에게는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라’고 하며, 군인에게는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봉급으로 만족하라’고 타이릅니다. 그 가르침은 당시 유대교가 요구하던 것과는 다릅
대림초대림절이 4주간으로 나뉘어 있기에 대림초도 모두 4개입니다. 대림 제1주일은 진한 보라색의 초를, 그리고 제2주일에는 그보다는 조금 연한 보라색 초를 켭니다. 왜냐하면 보라색은 회개를 뜻하기 때문에, 성탄을 준비하는 첫 시기에 맞춰 상징적인 의미로 보라색 초를 사용하는 것입니다.대림 제3주일이 되면 장미색 초를 밝힙니다. 앞서 설명 드렸듯이, 대림 제
그때에 군중이 요한에게 물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세리들도 세례를 받으러 와서 그에게, “스승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자, 요한은 그들에게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하고 일렀다. 군사
왜 기다리니 - 박춘식어두우니까깜깜한 빈손으로 새벽을 열어 이제는 환한 웃음과 함께 꿈을 먹고 무지개를 먹으며 노래하고 싶어왜 기다리니너나없이 뻣뻣한 모가지들 멀리 보내고 우선 먼저 고개 숙이는 방법을 묵묵히 맨땅에 몸 낮추는 법을 배우고 싶어왜 기다리니무작정 빛줄기에 기대고 싶으니까잘못을 죄다 용서받아 산으로 바다로 달리고 싶어왜 기다리니사랑하니까 아니
원불교는 1916년 “물질이 개벽 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표어 아래 제1대 종법사인 소태산 대종사가 창시한 종교다. 소태산은 20여년의 수행 끝에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임을 깨닫고, ‘물질세계의 급격한 발달로 정신세계가 피폐해 질 것’을 예견하며 정신세계를 일깨워야 함을 설파했다. 원불교의 모든 신앙과 수행의 대상은 일원상(一圓相)인
대림절 전례기간에는 사제가 입는 제의색도 회개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바뀌고 특별한 축일을 제외하고는 ‘대영광송’도 하지 않습니다. 이는 로마 전례가 갈리아 전례로부터 영향을 받은 탓입니다.대림시기를 정하는 방법은 특별히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11월 30일과 가장 가까운 주일로 대림 제1주일을 정합니다. 그래서 12월 16일까지는 종말에 오시는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