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고민하는 순간이 있다. 살다 보면 삶 자체에 대한 고민은 잊은 채 그저 살기도 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여러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서 삶은 달라진다. 1987년 출가한 정각 스님은 40여 년 가까이 종교인으로 살아온 삶을 “수많은 길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관조하듯 말했다.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 원각사 주지 정각 스님(64)을 만났다. 대학 시절 스님은 플라톤의 이데아(감각 세계의 너머에 있는 실재이자 모든 사물의 원형)와 같은 ‘이념의 세계’를 동경했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정의구현사제단)은 우리 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 왔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산업화 시절에 군사정권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을 때, 정의구현사제단은 종교인으로서 시민들을 대신해 민주화운동 전면에 나서기도 했고, 군사정권 때문에 억압받고 고통받는 시민들의 친구가 되어 주기도 했다. 1987년 6월 30일 '6월 항쟁'으로 87년 체제가 완성된 뒤에도 정의구현사제단은 군사독재정권 잔존 세력이 가끔씩 걸어오는 도발에 특유의 예언자적 소명으로 단호히 대처해 왔다. 지금까
이 글은 39호(2023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1980년대 후반에 태어나 88올림픽을 구전으로 들어온 나에게 공동체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 본 사람들만 알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였다. 전설 속 동물처럼 사전적 의미로는 잘 알지만 제대로 된 실체는 알 수 없는 그런 존재다. 이렇게 자란 가련한 우리 MZ세대를 위해 교육자들은 협동과 공동체 정신을 맛보라며 수많은 조별과제를 하사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함뿐이다. 온라인에 ‘조별과제’를 검색하면 ‘빌런’, ‘잔혹사’, ‘무능’ 같은
며칠 전 공동체에 함께 사는 수녀님의 어머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녀님의 어머님은 결혼 후 첫 아이로 아들을 낳으셨는데 예닐곱 무렵 병에 걸려 백방으로 애를 썼지만, 결국 아들을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녀님이 태어나기 오래전에 있던 일이었기에 어린 나이에 죽은 오빠의 존재에 대해 수녀님은 잘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하신 뒤 점점 정신이 흐려져서 딸인 수녀님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되셨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가려면 저기 일곱 살배기 아이 좀 데려다 놓고 가"라고 말씀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엄마,
지난 5월 1일 노동절,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뒤 세상을 떠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씨를 추모하는 미사가 19일 봉헌됐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 씨(미카엘, 50)를 추모하는 촛불문화제가 그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매일 저녁 7시에 열리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문화제에 이어서 추모 미사도 있었다.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보좌주교)를 비롯해 사제 15명이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4일 속초의 한 성당에서는 장례미사가 봉헌됐다. 강론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매주 월요일 각 지역에서 시국 기도회를 이어 가고 있다. 4월 10일부터 서울, 마산, 수원, 광주, 춘천,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5월 22일은 의정부에서 열었다. 다음은 2주 뒤에 인천에서 진행한다. 아래는 사제단이 22일 미사 중에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 편집자분단, 겨레의 원한앞을 보지 못하는 자가 앞을 맡긴 수천만을 이끌고 오늘도 파멸의 진창을 향해 일로매진하고 있다. 살얼음판 위에서도 그는 태연하고 과감하다. “눈먼 사람이 어떻게 눈먼 사람을 인도할 수 있겠느냐? 그러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신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주데 페르난도 교수와 간담회를 열었다.스리랑카 싱할라족 출신인 페르난도 교수는 스리랑카 내전(1983년 7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사이에 일어난 내전) 당시 싱할라족과 타밀족 사이의 화해와 반전평화 운동을 하다 정부에 반체제 인사로 낙인 찍혔다.이 일로 망명자 신분이 된 그는 아일랜드에서 정착했다. 현재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종교, 신학, 평화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고, ‘분쟁 후 정의를 위한 트리니티 센터’ 소장도 맡고 있다.지난 16
1. 천주교 청주교구 사제 인사(2023.05.17) 부임일 : 추후 공지
얼마 전, 1995년 4월에 일어난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봤다. 프로그램에는 사건 직전 현장에서 등교하던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그날 아침까지 살았던 소소하고도 소중한 일상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사건 전말,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었다. 보는 내내 '대구 가스 폭발 사고'라는 이름만 기억했던 것은 아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생각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기 쉽지만 특히 우리가 보고 듣던 가난과 소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구조적으로 생겨나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16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주교 현장체험을 진행했다.현장체험에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장)를 비롯해 정순택 대주교(서울대교구장), 권혁주 주교(안동교구장), 김주영 주교(춘천교구장),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보좌주교), 조규만 주교(원주교구장)가 참석했고, 각 지역 신자와 삼척 시민 활동가 약 40명이 동참했다.이들은 원주교구 성내동 성당에서 삼척 탈핵 운동과 탈석탄 발전 운동의 경과, 현황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그 뒤
‘찬미받으소서’ 주간(5월 21-28일)에 평화 순례, 기도회, 국회 미사 등이 진행된다.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종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나온 즈음 생태 환경 위기에 함께 대응하자고 요청하는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보낸다. 교종은 2020년 ‘찬미받으소서’ 반포 5년을 맞아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지정했다. 2021년부터는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따라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하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보내고 있다.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은 ‘지구를 위한 희망, 인류를 위한 희망’을 주제로 찬미받으소서 주간 행사를
(기사 출처 = NCR)지난해 11월 지도부가 전격 해산된 국제 카리타스가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5월 16일 국제 카리타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 및 카리타스 구성원들을 자신들이 가난한 이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대할 때와 똑같은 사랑과 존중으로 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4년 임기의 새 의장에는 일본 도쿄대교구의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가 선출됐으며, 부의장에는 호주 카리타스의 커스티 로버트슨 회장이 뽑혔다. 사무총장에는 스코틀랜드 가톨릭 국제원조기금의 앨리스터 더턴 회장이 선출됐다.기쿠치 대주교는 일본 주교회의 의장이며, 또한 아시아
“슬기로운 신앙생활”, 권오상, 함께꿈, 2023“현대 윤리신학의 창시자로 불리”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문헌 작성 전문가로 참여한 베른하르트 헤링 신부(1912-98)의 사상을 통해, 지금 여기를 사는 신앙인에게 개방적이고 균형 잡힌 창조적 신앙 감각과 영성에 다가가는 데 도움을 준다.헤링 신부의 윤리신학은 ‘그리스도를 통한 쇄신과 개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교회가 세상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세상 역시 교회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듣는 것’, ‘대화’, ‘소통’이 세상과 교회가 공존하고 성장하는 유일한
15일 조성만 열사 35주기 추모 미사가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30주기였던 2018년 서울대교구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로 명동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한 바 있지만, 그의 기일에 이곳에서 봉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조성만 열사(당시 23살)는 1988년 5월 15일 명동대성당 교육관 옥상에서 ‘한반도 통일, 미군 철수, 군사정권 반대,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를 외치며 할복 투신해 세상을 떠났다. 서울대 화학과 학생이던 그는 명동 성당 청년단체연합회 소속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활동했다. 1987년 6월 항쟁 시기에 반독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매주 월요일 각 지역에서 시국 기도회를 이어 가고 있다. 4월 10일부터 서울, 마산, 수원, 광주, 춘천,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다음은 의정부에서 진행한다. 아래는 사제단이 15일 미사 중에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 편집자십자가의 사람금년에도 우리는 망월동 묘역을 찾아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사제직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다. 부르심에 응답하려 집 떠나던 날의 초심, 사제품을 받고 세상으로 돌아오던 날의 다짐을 떠올리면서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가
서울시가 7월 1일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예정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한 것에 대해 성소수자와 함께해 온 가톨릭 신자, 단체들이 항의 성명을 냈다.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퀴어축제조직위)가 주관하는 퀴어축제는 매년 서울광장에서 진행했고,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개최하기 위해 서울시에 승인을 요청했다.그러나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는 지난 3일 '제4차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서 퀴어축제와 같은 날 여는 CTS문화재단 ‘청소년, 청년 회복 콘서트'를 9명 전원 합의로 승인했다.이들은 그동안 퀴어축제를 불편해 하는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황금연휴가 있었지만 비가 와서 아쉽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비가 필요한 이 땅에 단비가 내려 땅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지난 월요일은 어버이날이었지요. 그리고 다가오는 주일은 부부의 날이기도 합니다. 사제가 된 후로 가족들과 함께 살지는 않지만, 적어도 1년에 한번은 가족들과 함께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오려고 노력중입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조카가 태어나서 동생이 함께하지는 못했고 부모님만 모시고 지난주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느 시골 공소를 베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단지난번 칼럼에서 재위 10주년을 맞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 달 만에 그런 마음이 곱절로 드는 상황에 다시 접하다니 싫지 않은 경험이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쏟아온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과장하고 싶기도 하다. 교황이 2023년 세계 주교 시노드에 평신도 70명을 ‘참관자’가 아니라 의결권을 갖는 공식 참가자로 포함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전조가 있었다. 2022년 3월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반포가 그것이다. 물론 이 교황령으로 교황청의 구조 개혁, 곧
5월 첫 한 주간 열린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 순회 강연회에서 신앙인들을 향한 메시지의 중심 주제는 ‘성숙한 신앙’이었다. 최근 번역 출간된 그의 저서 "그리스도교의 오후"에 따르면, 교회 역사에서 근대 이전은 오전에 해당하는 시기고, 오후인 지금은 성장보다는 성숙을 꾀해야 하는 시대다. 팬데믹을 지나며 역성장하는 본당(성당) 상황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메시지라 생각한다. 할리크 몬시뇰은 나아가 현재 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노드 개혁 목적은 교회의 제도적 구조를 새롭게 하는 일인데, 이러한 모든 개혁에는 신앙생활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매주 월요일 각 지역에서 시국 기도회를 이어 가고 있다. 4월 10일 서울, 17일 마산, 24일 수원, 5월 1일 광주, 8일에는 춘천 애막골 성당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다음은 광주(망월동), 의정부에서 진행한다. 아래는 사제단이 8일 미사 중에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 편집자발본색원이 답이다“예언자들은 거짓으로 예언을 하며 제사장들은 거짓 예언자들이 시키는 대로 다스리며 나의 백성은 이것을 좋아하니, 마지막 때에 너희가 어떻게 하려느냐?”(예레 5,31)1. 기시다가 왔다월요시국기도회가 전주, 서울,